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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Mar 06. 2022

<잠자는 숲 속의 아저씨> 단편

한 아저씨가 숲 속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잠을 잔다... 자고 또 자고 자고...

아저씨는 며칠을 자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잠을 깼다. 


잠을 자다가 잠을 깨는 것은 뭐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왜 여기서 잠들었을까...

그 아저씨는 생각을 해봤다. 


왜 여기에 있지..


숲 속은 나름 우거져 있었다. 옷에는 숲 속의 흔적들

이를테면 나뭇잎에서 먼지들

음... 통칭해서 숲 부스러기들이 쌓여 있었다. 


어쩌지?


숲 속은 바람이 엄청 불었다. 

그리고 새소리도 엄청.. 새소리는 귀를 기울일 필요도 없이 사방에서 그냥 들렸다.

그리고 가끔씩 정적이라는 것이 찾아왔다.


정적은 신기하게도 숲의 침묵이었다. 

그 요란스럽던 숲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정적이었다..

시끄러웠다..

다시 정적..


어.. 정적.. 이상하다. 계속 정적이다.

계속..

숲의 움직임은 볼 수 있는데.. 뭐.. 나무 가지가 흔들리고 풀들도 그리고 이러저러한 생명체들도 보이고 왔다 갔다 하는데...

정적이 


정적이다.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정적이다.


음...


이럴 때는 어쩔 수 없다. 눈을 살짝 감고..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다. 

소리가 들리는지.. 


들리는가?

.

.

.

.

.

.

뭐야.. 무려 점.. 여섯 개를 찍었는데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정적이네...


더 소리를 들어보자 집중하자..

아저씨는 귀를 숲 바닥에 들이대고 기울였다.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소리는 공기 중보다... 진동이 느껴지는 바닥을 통해서 더 잘 들을 수 있다.

집중..

점하나.

점 둘.

점 셋.

..... 음... 안 들린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집중에서 최대한 집중.. 일종에 초초초 싸이언이 되어 보는 선택을 해본다.

집중...!

점 하나.

점 둘..

점 세........ㅅ 아..

들린다.. 정적에서 소리가 들린다. 물론 진동인 것 같기도 한데... 들린다.

소리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소리가 들리고 있기에.. 무슨 소리인지 생각... 어?

어...

이게 아닌데..

몸이 없다. 손이 없고 다리도.. 심지어 머리도..


이게 뭐야.. 귀? 인가...

큰 귀가 되어버린 것 같다..

머리가 없어 판단을 할 수는 없지만.. 아저씨.. 나는 귀가 된 것 같다.

커다란 귀가.. 되어 버린 이 느낌.. 상황..

모르겠다.


머리가 없어져서 그런지 판단을 못하겠다.

소리에 집중했더니 커다란 귀가 되었다. 커다란 귀..

어쩌지..

귀 동물인가?

판단이 불가한 오로지 생존에 대한 생각만 있는 귀인가?

큰일이다. 난 귀가 되었다.

여기서 어떻게 살아가지..

귀는 숲 속에 동물들에게 맛있는 먹이 아니 쉬운 먹이가 되어 뜯기고 먹어치워질 텐데..

귀가 되다니..


그런데..

소리는 정말 잘 들린다.

쿵쿵... 똑.. 뚝.... 우두두두...


정말 숲에는 다양한 소리가 있다. 

사각사각... 스스슥..

소리가.. 이렇게 다양한 것인지 오늘 알았다.

소리가..

넘친다..

넘치는 소리가 귀로 들어온다. 귀로 다양한 소리가..


아... 그런데 왜 난 소리를 듣고자 했지..

이런... 그럴듯한 생각이 안된다.

젠장..  

머리가 없다.

난 지금 귀만 있다. 귀만..


귀가 되어버렸다.


기관만 있는 신체가.. 되었다. 아니... 기관만 있다.

어쩌지...

어쩌지..

모르겠다. 난 어찌하던 귀라는 기관만이 있는.. 이것도 신체인가?

소리가 들린다.

너무 많은 소리들이 사방에서 들린다. 어쩌지..

뭘 어찌해야 하지..

뭔가 다가오는 것도 같은데.. 판단이.. 생각이... 그러니까... 뭔가 판단이..

젠장 머리가 없다.


아..

개미들이 나를 먹어 치울텐데... 고양이..산짐승들이.. 부드러운 귀를 쉽게 먹어치우고 난 배설되어 버릴텐데..

어쩌지..

어쩌지..

귀는 먹기에 좋다. 공격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방어할 것도... 아..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데...

나 혼자 큰 귀니까.. 진화할 수가 없다.

젠장..

빨리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대한 살 덩어리... 로만.


으...


으..

사각.. 사각 거린다.. 뭔가 수많은 발들이 귀를 사각사각거린다..

뭔가 귀가 조금씩 분리되는 것 같은 느낌이... 아.. 어쩌지..

..


벽이 된 인간이 떠올랐다.

열심히 사력에 다해 도망치던 한 인간이 벽을 만나자... 추격자를 피하기 위해 벽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그 남자의 추격을 피할 수 있었다.

다만... 벽으로 사라진 인간을 분노하며.. 그 추격자는 벽을 향해 총을 난사했고..

그 후로 도망자를 본 사람은 없었다. 

도망자는 완전히 벽이 되어버렸거나.....


벽... 그래..

난 흙.. 그래 지금 이 바닥은 흙이니 차라리 흙이 되기를 열망하자..

흙이 된다면 사각거림을 지울 수 있다. 


사각거림은 지네의 발처럼 사방에서 올라왔다... 개미의 발처럼 지네의 발처럼 들고양이의 발처럼..

사각거리고 물꺽거리고....

소 

흙..

흙!


아저씨는 최선을 다해 열망했다. 

흙..!


비로소 흙이 되었다. 

사각거림이 멈추고.. 

그는 흙이 되었다.

숲 속에 흙.


숲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잠자는 숲 속에 아저씨는 스스로의 바람으로 숲의 구성이 되었다.

그랬다.



끝.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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