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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Jul 25. 2023

<이사람인터뷰:성춘향1>단편

"안녕하세요 '이사람 인터뷰' MC 강입니다. 오늘 인터뷰는 멋진 여자, 조선시대 최고의 의리녀 성춘향씨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춘향씨는 서울간 이몽룡과의 의리를 지키고자 변학도 사또의 수청을 거부하며 여러형벌을 당하면서 옥에 갇히는 등 정말정말 고난과 역경을 많이 겪은 분입니다. 사실 사또와 잘되면 나름 편안하게 살수도 있었는데 이것을 거절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정을 지키며 굳굳하게 버틴 엄청난 분이시죠"

"오늘 그분을 그녀가 갇혀있는 옥에서 현장 인터뷰를 해볼까 합니다."


"안녕하세요, 성춘향이라고 합니다"

"저.. 화장이 좀 .. 민낯이라.. 괜찮나요?"


"아 지금도 아주 훌륭합니다. 오히려 옥에 있으신 상태니 민낯으로 좀 초쵀해 보이시는 것도..."


"아니요..그건 싫어요.. 그냥 가능하면 이쁘게 나오고 싶어요.. 저는 미모의 여인이고 단아한 사람이거든요. 어찌하건 좋은 모습으로 보여지고 싶습니다"


"아네.. 그..러시군요.. 넵넵.."

"저기 .. 메이크업 하시는 분.. 춘향씨 좀 살작 봐 드리세요"


"감사합니다."


"다시.. 안녕하십니까.. MC 강입니다."

"오늘은 조선시대 의리녀 성춘향.."


"저기요.. "


"네?"


"저. 의리녀..그런거 안하면 안될까요.. 그냥 저는 의리라기 보다는 제 나름의 투쟁이거든요"


"투쟁이요?"


"네..투쟁.. "


"사실 그깟 이몽룡따위 아무렴 어때요.. 하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어머니가 기생이라고 나를 기생처럼 부리는 그 인간들이 싫은 거에요.. 그게 변학도 아니라 이몽룡이라도 만약 내가 기생이기에 수청들라 했으면 저는 단호히 거부했을거에요"

"아무리 이놈의 조선이 신분제 사회라지만 난 사람이고 내 자유의지로 세상을 살아갈 권리 아니 적어도 내 숙명을 선택할 권리는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의리니 뭐니 그딴거는 치워주세요"


"아...... 음... 잠시만 카메라 꺼주세요"


음 어쩐다.. 순애보 같은것을 취재하고 싶었는데.. 순애보를 거절하네... 거참 힘들게 과거로 와서 여기서 인터뷰를 접어야 하나.. 음...


"저기요.. 춘향씨"

"어찌하건 몽룡씨가 좋아서 사또의 이런저런 제안을 거절하시고 버틴 것 아닙니까...? 그냥 순애보로 이렇게 후손들에게 보여져지면 안될까요!"


"느낌표 시군요.. 누군가의 인생을 단정하려는 것은 불쾌합니다. 그리고 아까도 말했듯이 저는 제 자유의지를 말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이지.. 아 물론, 이몽룡 사랑합니다. 사랑하지만, 단지 그 사랑만으로 이 모든 형벌을 버틴 것은 결코 아니란 말입니다. 내가 아낙네라 꼭 서방이 필요하고 그래서 내 의지를 서방 하나 바라보면서 그렇게 버틴 것은 절대 아니란 말을 하고 싶어요.. 후손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던 그거 역시 자유의지지만 결코 내 의지의 선명성을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 음.. 어렵네"

"어쩌지.. 자유의지.. 음..  저 잠시만요.. 국장님이랑 통화좀 해보고..오겠습니다"


그냥 컨셉을 바꿔야 하나 아씨.. 갑자기 홀로 투사가 된거야.. 그냥 춘향이 하지.. 어쩐다..어쩐다...


"국장님.. 문제가 아니 뭐 문제랄 것은 없지만.. 하여간.. 춘향씨가 의리있는 춘향이 역을 거절하시는데요.. 어쩌죠.."


"뭔소리야.. 춘향하면 의리...뭐 그런거 아냐.. 몽룡 일편단심..이런거.."


"네.. 저도 그런줄 알았고.. 뭐.. 요즘 세상에 그런게 없는 인스턴트 관계라 이런걸 좀 강조하고 싶어서 어렵게 과거로 와서 춘향씨 인터뷰하려고 했는데.. 영.. 이상하게 되는 것 같아서.. 어쩔까요.. 인터뷰 진행할까요?"


"야.. 춘향씨는 뭘 말하고 싶은데.."


"그러니까.. 뭐.. 신분이 낮다고 마음대로 할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자유의지로 강압적인 것에 대해 투쟁을 하는 것이다.. 뭐..이런 건데요.."


"투쟁.?... 왜 갑지기.. 투쟁"

"어...음...  야.. 거기까지 가는데 지금까지 비용이 얼마들었어?"


"어.. 타이머신 섭외하고.. 또 관청 포졸분들 수고비하고.. 취재원 분들이랑 춘향씨.. 인터뷰 사례금까지 해서.. 4억 정도 들어간것 같은데요.... 특히 춘향씨 사례금이 거의 1억 정도라... "


"이미 지불한거야.. 1억.. "


"네.. 현금으로는 어려워서 현물로 해서 이것저것 해서 다 지불한 상태라 다시 받기도 어렵고..."

"거참..어쩌죠.. 뭐..그렇다고 우리가 인터뷰 요청 건으로 한거라..특정한 말 혹은 분위기로 해달라 한건 아니어서... 지금 상태가 문제가 될 수는 없어서요.."


"아씨... 야.. 4억이면.. 야.. 일단 뭐든 인터뷰 따와...

조선시대에 자유의지..여자가..

뭐.. 힘이있네.. 힘이있어..

일단 잘 따 와 봐..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생각해보자"


"넵"


모르것다.. 뭐.. 그래 뭐..

여기까지 들어돈이 4억인데... 일단 가보자.. 가보자구...

우리 춘향씨 무슨말을 할지 일단 들어보자 들어 봐..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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