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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May 20. 2022

<슬퍼하기>단편

슬펐으면 했습니다. 뭐..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이라는 표현을 좋아해서.. "그냥 그랬으면"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무책임하다는 거

그냥이라는 단어에는 너무 많은 무책임함이 담겨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아니면 과도한 함축일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표현만이 정확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음에도 뭉그러뜨리는 것이 편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안 해도 되고...

"네.. 실은 더 이상의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단절했으면 했거든요

집에서는 거의 TV를 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수많은 전파와 선을 타고 오는 방송이라는 것을 보지 않습니다. 보여진 이미지에 현혹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지"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방송인"이 너무나 좋아 보이고 착해 보이고 존경스러워 보였지만 어느 날 문득 그는 사실 무척이나 돈이 많은 기득권자이고 지금의 사회에 아주 잘 적응에 많은 부와 명예 혹은 자애로운 권력을 획득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당연한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니... 많은 돈과 명예..

하여간 그런 이유로 "이미지"중독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TV의 전원을 "박탈"시켰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이 정도입니다. 있는 것... 사실은 제 스스로의 자유 범위를 좁히는 일이 그나마 저만의 소박한 권력이었습니다.


기껏해야 제가 갈 수 있는 혹은 할 수 있는 것을 제한함으로써 현실 자각에 대한 실천 같은 것을 하는 것이지요.


어제는 비도 안 오는데 엄청 울었습니다. 아침에 밥을 먹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신기하게도 닭똥 같은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제 스스로 그렇게 많은 양의 눈물을 보유하고 있는지 어제 알았습니다. 


세 시간을 울고... 네.. 세 시간이라는 시간을 울다 보니 지치더군요.. 놀랍게도 허기가 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도 "허기"는 찾아온다는 누군가의 말에 "혐오"가 떠올랐는데... 세 시간의 눈물 속에서도 정말 "허기"가 찾아왔습니다.


먹을 것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열심히 먹었습니다. 처음에서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번갈아가며 차분하게 먹었습니다. 입을 놀리는 속도도 적당한 그런 모습이었다가 입안에 음식이 점점 더 들어가자 어딘지 모를 욕구가 생겨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도구를 내려놓고 손을 이용하여 입안으로 먹을 것들을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막 넣고 또 넣고..  양손이 바쁘게 막.. 막 움직이고... 입안은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머릿속은 더 이상은 안된다는 생각을 계속하며 양손을 막고 싶었는데... 그럼에도 양손은 막 입속을 향해 음식을 구겨녛고 넣고.. 넣고..


저의 "허기"는 흘린 눈물을 채우기 위해 "탐욕"으로 음식을 입속에 처넣었습니다. 처넣고.. 또 처넣고.. 

식탁 위에 음식이 탈취되어 가자.. 냉장고를 열고 눈앞에 보이는 계란을 입에 무작정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껍질이 이빨과 입술에 부딪쳐 상처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그런 것도 무관하게 양손은 제 위장을 향해 계속 계란을 처넣으면서 저의 목구멍을 잠식시켰습니다. 


음식의 일부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입과 목을 타고 음식들이 흘러내려 옷 속으로 잠식되었습니다.

처넣고.. 처넣고.. 우유를 입안으로 마구 솟아 넣고.. 분수처럼 입 밖으로 다시 우유가 넘쳐나고.. 그런 반복이 두 시간가량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다 주저앉았습니다. 

바닥에는 입속에서 구토된 음식들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코에서 입에서 수많은 음식물들이 흘러내려온 몸을 찐득하게 만들었고 바닥은 내 얼굴에 범벅된 음식물들을 반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슬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네.. 


저는 무기력한 "슬픔"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제 자유의 차단과 폭식입니다.


전 정말 자유를 꿈꿨던 사람입니다.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그 무엇이든 스스로의 의지를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많이 사랑하고 많이 표현하고 많이 행동하고..


하지만 지금은 그냥 "슬퍼"할 뿐입니다.

그리고 가끔씩 밀려오는 "허기"에 "폭식"으로 제 무책임한 욕정을 채우고 있습니다.

아!


저는 죽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자살을 한다거나 스스로를 살인하는 무도한 행위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두렵기도 하지만 바른 선택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 "이성"이라는 것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고요.


다만.. 당분간은 많이 슬퍼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한 많은 충동적 욕정에 제 자신을 던질 것입니다.

"타락"하지 않았으면 합니다만...


네..


그렇습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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