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리여행 2: Salome>

by 졸린닥훈씨

빠리는 이번에 세 번째 여행이다. 처음 갔을 때는 그냥 빠리가 신기했다. 그래서 많이 걸어 다니고 다른 유럽 일정이 있어 지나쳐 갔다. 두 번째도 대강 그랬던 기억이다. 박물관을 좀 더 많이 돌아다닌 정도.. 그리고 이번에는 여행을 계획하면서 그냥 빠리에만 있기만 했다. 그래서 빠리를 구경하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공연이 눈에 들어왔고 예매를 했다. 그래서 재즈 공연 2개와 오페라 1개 그리고 발레 1개를 보기로 했다.


<Salome>, 나는 이 공연에 매혹되었다.

<Salome> 공연 자체는 이미 알려진 유명 공연이기에 커다란 호기심이 있지는 않았다. <Salome>는 다양한 형태의 작품으로 많이 재생산되었다. 그래서 그냥 빠리 공연은 어떨까 그런 생각 정도다. 다만, 이 공연은 여러 논란의 장면을 가지고 있다. 근친상간에서 집단 성행위, 처형 등등 현장의 공연으로는 표현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그런 작품이다. <Salome>에 대한 내용은 그냥 찾아보면 된다. '세례 요한'이 갈등의 주요 모티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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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건 이런 내용을 어떻게 빠리는 풀어갈 것인가... 정도다.


사실 오페라하면 이태리를 주로 말하고 프랑스 오페라는 우리에게는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참, 빠리는 빠리고 프랑스는 프랑스였다. 그들은 정통 오페라 형식이 아닌 현대적인 '각색'으로 <Salome>를 빠리다운 모습으로 보여주었다.


과감한 성행위 묘사, 성추행, 집단 성교 등등..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장면을 과거의 신화적 해석이나 추상적 표현이 아닌 현대의 모습으로 그냥 직접적으로 이해와 공감할 수 있는 장면으로 현장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빠리는 고전을 고전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감성과 시대적 모습으로 각색하여 관객들에게 던져준 것이다. 나에게는 이게 좀 충격적이기도 했다. 오페라 공연은 대체로 '성악'을 바탕으로 한 배우들이 한다. 그래서 표현에 있어 그렇게 자유분방할 수 있을까 하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들은 현장예술이라는 특징을 오페라 목소리뿐만 아니라 극적인 표현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엄청난 에너지다.


이런 장면이 '오페라 바시티유' 극장에서 중심적으로 공연될 수 있다는 것이...


더 나를 주목하게 한 것은 이 공연의 관객이 별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냥 동네 분들이 손잡고 와서 다 함께 공연을 보고 기립박수를 보낸다는 점이다.


오페라라는 형식은 유럽에서는 대중 예술에 가깝다. 물론, 초기에는 귀족 중심이었지만 혁명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일반 사람들에게 내려와 소비되는 그런 예술이 되었다. 우리야 오페라가 외국문화이기에 다르지만 우리 문화 형식을 비교하자면 일종의 마당극에 가까운 민중적 성격을 가진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그런 느낌이다.


오페라 공연을 통해 민중의 생각과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표현하는 그런 예술적 모습을 보인다. 예전 우리의 마당극이 그랬던 것 처럼...


하여간.. 이런 공연이 나이 든 많은 어르신들의 박수와 갈채를 받으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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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무대 모습은 거의 중심무대 형태다.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에서 기념 촬영을 한 모습인데 별다른 막 변화 없이 모든 장면과 표현이 이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구성력을 보여준다.


<Salome>


내가 본 공연이 긴 시간의 막공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눈물을 보이는 배우들도 있었고 상당히 많은 박수와 갈채를 받았다. 특정 장면에 집중하지 않고 공연 전체를 보는 사람들과 이런 공연이 가능하게 하는 빠리의 문화적 여유가 문득 부러웠다.


물론 우리나라도 상당한 수위의 공연이 가능한 나라이기는 하다. 그러나 과연 이런 게 그 나라의 가장 큰 무대에 올라갈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가십이 아닌 공연으로만 표현될 수 있을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시대가 거꾸로 가고 있는 상태에서 표현과 예술은 많이 위축되고 있다.


뭐.. 음..


난 우리나라는 항상 긍정적으로 변화해왔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보수냐 진보냐의 다툼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민중의 가치와 영역은 이전보다 더 넓어지고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본질을 외면한 가십에 아직도 집중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특히, 현시점은 다시 본질을 외면하는 모습이 강하다.


어찌하건 빠리는 예술가에게 예술하기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한번 더 하게 되었다. 빠리는 세세하게 보면 다소 불편하고 냄새도 나고 지저분한 도시다. 그럼에도 '빠리'가 매력적인 이유가 이런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세상이 누구의 무엇이든, 그럼에도 그들은 표현을 이렇게 한다는 것이 '빠리의 모습'인 듯하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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