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주리 미술관은 화요일에 갔다. 빠리여행에서 화요일은 좀 아쉬운 요일이기도 하다. 주요한 미술관이 대부분 화요일 휴관인 관계로 화요일 오랑주리 미술관 앞은 정말 긴 줄로 가득하다. 다행히 빠리 미술관들이 방문시간 예약제를 하고 있어 이를 통해 표를 구입하면 좀 편하지만, 그냥 표를 산 경우라면 화요일은 정말 긴 줄을 경험해야 한다.
다행히 숙소에서 오랑주리 미술관은 걸어서 갈만한 거리다. 부잉께서 오르세미술관 근처에 빠리 첫 번째 숙소를 잡아준 관계로 나는 천천히 걸어서 갈 수 있었다.
센 강을 지나 튈르리 공원을 통과하면 적당한 크기의 오랑주리 미술관을 볼 수 있다.
물론, 오랑주리 미술관은 모네의 수련이다. 모네는 자신이 살던 지베르니 저택 연못을 열심히 그렸다.
그리고 또 그리고... 아침, 오후, 해 질 녘, 비오는 날, 흐린 날, 맑은 날 등등.. 이곳을 지속 관찰하고 또 그렸다. 안개가 자욱한 날도 그리고... 그 연못은 모네의 그림에 아주 주요한 역할을 했고.. 엄청난 다작을 만들어 냈다.
모네의 커다란 수련은 꼭 오랑주리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모네의 수련은 자연채광을 고집한 오랑주리가 적격이다. 모네는 절친한 친구인 빠리 시장의 요청으로 이곳에 수련을 두게 되었다. 모네는 자신의 작품을 거는 조건으로 연못처럼 자연채광을 주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주장을 받아들여 이곳은 자연채광으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뭐든... 모네는 힘센 사람이었다.
하여간 모네는 연못을 그리고 그리고... 그러다 인상주의 특성에서 추상까지 가는 어떤 가능성을 수련에서 보여주기 시작했다. 음..... 그러니까.. 하나의 사물을 계속 그리다 보니... 단순화되거나 시간과 날씨에 따른 변화가 생기고 그것이 그다음 세대들의 미술 변화에 힌트를 주는 그런 계기를 만들었다.
세잔의 말처럼
'모네는 심장도 없고, 머리도 없고, 단지 눈 뿐이다. 하지만 얼마나 굉장한 눈인가!'
의 말을 난 수련을 통해 이해했다.
지치도록 그렸다.
특히, 안갯속 수련과 석양의 수련이 변화의 가능성을 많이 보여주었다고 한다. 모네의 동일선상의 작업이 변화를 만든 것이다. 뭐.. 한 가지를 지속하다 보면 지루함에서 오는 변화의 욕구가 창조적인 형태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그게 모네가 의도하던 안 하던....
모네의 수련은 한눈에 감상하기는 사실 어렵다. 대단히 긴 작품이기에 한 번에 시선을 잡겠다는 것은 무리다. 정말 자연의 풍경을 먼발치에서 보려 하는 태도로 우선 보는 것이 정석이다. 그리고 그렇게 관람하게 되어 있다.
나는 수련의 석양을 나름 독특하게 봤다. 다양한 빛의 변화와 시선을 느낄 수 있다고 할까... 사실 수련은 절대 한 시선으로 그려진 작품이 아니다. 한 작품에 다양한 시선의 위치를 볼 수 있다. 어떤 것은 정면이고, 어떤 부분은 내려다보는 것이고 다양한 위치의 시선이 한 작품에 그려져 있다.
뭐 현실적으로 이렇게 큰 작품의 풍경을 한 시점의 시선으로 그린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는 하다. 그래서 각 지점마다 비교해서 보면 시점의 차이랄까 그런 것을 찾을 수 있다. 마치 '겸제 정선'의 '금강전도' 같은 다양한 시선이 들어가 있다.
음.. 좀 설명하자면.. 겸제의 금강전도는 한 시선이 아니다. 마치 하늘 위에서 본듯한 시선과 정면, 아래 등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금강산 봉우리를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우리는 커다란 풍경을 마치 한눈에 보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겸제의 금강전도를 보려면..
수련도 그런 느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것 같다. (아님 말고.. 무책임하지만.. 뭐.. 그렇다.)
어찌하건 수련은 이런 구질구질한 설명이 사실 필요가 없다. 작품이 주는 어떤 편안함에 충분히 매료될 수 있고, 오랑주리는 그런 환경을 수련 관객에게 제공한다.
느릿느릿... 산책하듯이 거닐며 바라보는 풍경... 충분히 그것만로도 수련을 감상하기에 좋다. 아래 사진에 나오는 분은 바로 '그녀'다. '전혀 모르는 분'.. 그분이다.
그리고...
오랑주리는 '수련'말고도 상당히 주목할만한 거장들의 작품이 있다. 마치 인상파의 거장 모네를 추앙하는 것처럼 거장들의 작품을 집약해서 감상할 수 있다. 피카소, 르느와르, 세잔... 등등
특히 세잔.
이 아저씨 얼굴을 볼 수 있다. 마치.. 어쩌라고.... 그러시는 것 같은..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