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졸린닥 김훈 Jan 20. 2023

<말 없는 남자! 이일권>초단편

영숙씨가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이일권씨'

'오늘도 좋은 하루입니다.'


영숙씨는 비도오고 기분도 그렇고 그런 날임에도 그녀는 좋은 날을 주장하며 나에게 시원한 인사를 했다. 


'오늘이 이일권이니... 내일은 삼일권이겠어요...히히'


아.. 물론 그녀는 항상 내 이름을 가지고 농담을 한다. 이건 개그라고 말하기에도 극혐이라 할 수 있는 말들을 항상.. 내 이름이 이일권...이니 다음은 삼일권 사일권... 뭐 이런 식이다. 

초딩도 아니고 뭔 개그가 원초적 일까.. 뽀로로라도 불러야 하나..


'일권씨, 점심은 하셨나요?'


지금은 저녁 6시... 비 오는 날 저녁 6시에 힘찬 점심인사를 지금 하는 것이다. 그녀는 머리에 나사가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뇌 치료를 하던지 나사를 새롭게 끼워 넣던지.. 아니면 플러그인이라도 해서 전원을 백프로로 충전을 하던지...


흠...


'새로운 뉴스가 없을까요' 

'이렇게 좋은 날에는 왠지 새로운 뉴스가 있을 것 같아서 삼일, 사일도 아닌 이일권씨를 찾아온 것이란 말이지요.'


더는 못 참겠다. 나는 망치를 들어 그녀의 머리 나사를 부숴버리기로 했다.................... 만. 그럴수는 없었다. 내 소유물도 아니고 옆집 삼룡이 아저씨 소유의 미친 로봇을 내 맘대로 박살 냈다가는 잡혀갈 것이고 잘못하면 내 팔 혹은 내 신체부위 하나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


'항상 이일권씨에게 질문을 해도 일권씨는 왜 답을 안해줘요.. 난 진짜 일권씨의 답을 듣고 싶은데... 혹시 너무 아리따운 목소리를 가져서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난 당신의 목소리에 어떤 생리적 반응이 있을 것 같아 항상 기대하는...'

'일궈언 씨잉.~~~ 당씨인의 목쏘리를 들려 주어봐용~... 네'


아..씨.. 신체고 나발이고 그냥 이걸 박살내고 잡혀가..

하아..


징그럽다. 

미친년이 내 입이 없다는 사실을 눈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참내.. 뭐 이런 맹목적인 로봇을 만들어서 팔아먹었을까.. 최소한 인지판단은 할 줄 아는 로봇을 팔아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같은 로봇입장에서 더럽게 창피하고 수준 떨어진다. 


내가 미쳤다. 이런 얼빠진 여자에게 꽃을 선사하다니..

내가 이곳으로 온날 영숙씨는 그날도 이 집에 들렀고.. 첫인상이 좋아. 그러니까 너무나 경쾌한 성격이 좋아 나도 모르게 집 화병의 꽃 하나를 주고 말았다. 그리고.. 영숙씨는 그 후 계속 나에게 안부를 묻는 미친 짓을 근 2년째 하고 있다.


어쩔때는 정말 죽여버리고 싶은데.. 

로봇이 그런 감정을 가져서는 안되는데.. 해체의 욕구가 감싼다. 다행히 나에게는 윤리와 규칙인식이 내장되어 생명체를 죽인다거나 다른 로봇을 파손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다만.. 금지된 부분을 했을 경우 나는 즉각 상응하는 처분을 받게 되어있다. 


아.. 이거고 나발이고... 생각이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정말 이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근 2년을 미친 로봇을 상대하는 것으로도 난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근데 의문이 드는 것은 왜 영숙씨는 항상 여기를 오는지와 왜 나는 동일한 조건을 계속 대응하고 있는지다....

으... 쓰으..... 진짜..


....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데요..

지난 2년간 동일 행동을 여러 패턴으로 진행하고 있는데도 휴머노이드의 감정 진화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보통사람이면 짜증날만 한 감정 동요가 있을텐데.. 영 그대로네..  감성 부분을 좀 극대화 해볼까.. 

그래야 선을 넘으려나..


근데... 그러다 진짜 선을 넘는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되는거죠?


뭐 대단한 발견을 하는 거지.. 

프로그래밍한 감정도 학습을 통해 감정변화를 가지고 주체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런거 말야...


그러니까.. 그 다음... 현재 우리는 악감정을 실험하고 있는거잖아요.. 


그렇지 아무래도 감정의 진폭이 즉각적인 게 이런 미묘한 악감정이 간섭을 심하게 만들지


그냥 뭐 좀.. 가끔... 일권이가.. 망치들고 덤비면 어떻게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그거지.. 우린 그걸 기다리는 거야. 그럼 우리는 대 성공을 하는 거지.. 

놀라운 휴머노이드의 진화 이것을 발견하는 거지...


...... 어.. 그런데요.. 그러다.. 그 망치로 우리 머리를 내리치면 어떻게 되는 건지 그게..

엉.?



"일권이는 귀가 있었고.. 망치가 있었다."



*총총


 

작가의 이전글 파리를 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