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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Aug 13. 2020

#06 “나를 낮게 보지 않을까?”

사실은 사랑하는 사이 #06

연재 중이던 소설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2021.1.15)

<하는, 사랑> 출간을 알립니다. 

하는, 사랑




:: 연재소설입니다. 순서를 확인해주세요. ::

::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있습니다. ::



#06


남편은 오전 약속이 있다며 아이 등굣길을 따라나서는 바람에 나는 모처럼 혼자 있는 오전을 만끽하고 있었다.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때우고 햇빛 아래서 한가로이 식물 사진을 찍었다. 아침의 부연 햇빛이 창에 들어오는 때가 식물이 가장 아름답게 찍히는 시간이다. 


막 깨어나 옆으로 길게 누운 아침 햇살은 어떤 것도 실제보다 더 매혹적으로 만들어 준다. 이제야 겨우 어린 티를 벗고 구멍 뚫린 잎이 나오기 시작한 몬스테라와 햇빛을 받고 얼룩덜룩한 무늬 잎들을 잔뜩 내놓은 브레이니아 화분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알림이 왔다.


“언니, 시간 있어?”


“물론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서 보고하게나!”


나는 희수의 젤 사용기를 퍽 기대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 섹스하지 않은 부부에게 한 번과 두 번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섹스리스를 탈피할 수 있는 문턱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오빠가 술 먹고 너무너무 늦게 들어와서는 바로 뻗어버렸어. 그래서 사용을 못 해봤어. 아쉬워서 내가 혼자 써봤는데 언니, 이거 진짜 장난 아니더라? 어제 잠깐 맛보기로 해본 거랑은 차원이 달라. 와~ 나 너무 감동해서 제일 친한 동네 엄마한테도 권했잖아. 그 엄마도 내 성화에 당장 주문했다니까? 언니 덕분에 우리 동네 아줌마들 이제 난리 났다.”


나는 고대하던 선물을 빼앗긴 것처럼 실망했지만, 희수는 발랄했다.


“아이고, 비장의 무기가 있는 줄도 모르고 하필 술을 드셨구먼. 동네 엄마도 만족할 거야. 누구라도 만족할 만하잖아.”


“술이야 매일 마시고 들어오지만, 어제는 진짜 너무 취해서 도저히 시도할 수가 없는 상태였어.”


“근데 희수야, 어제 네가 말한 주도권 말인데, 그게 무슨 말이야? 눈치만 보고 살았다는 것도 그렇고.”


“거봐, 내가 언니는 모를 거라고 했잖아.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나 집에서 정말 권력이 완전 바닥이라구. 모든 결정은 다 오빠가 해. 나는 어떤 권한도 없는 거야.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근데 처음으로 나한테 주도권 비슷한 게 조금 넘어왔다는 느낌이 확 드는 거야. 너무 놀라서 소름이 다 돋았다니까?”


권력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 게 몇 년 만인지도 모르겠다. 희수 말대로 나는 모르는 감정이지만, 친구들에게 들은 말들로 어렴풋이 짐작은 된다. 친구들도 한결같이 그랬다. 남편이 자기의 말에 귀 좀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자기 판단만 옳다고 믿는 남편에 대한 성토가 대단했었는데 아마 희수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근데 조선 시대 후궁도 아니고 부부끼리, 섹스로 무슨 주도권을 가지니 마니 그러니?”


섹스로 권력을 움켜쥐겠다는 발상은 드라마에서나 보던 이야기였다. 특히 사극에는 그런 내용이 종종 나왔고, 그것은 대중이 가장 열광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보통 첩의 위치에 있는 여자들이 그런 식으로 남자를 휘어잡았는데, 그 대상이 된 남자는 뻔한 수작에도 속절없이 휘둘렸기에 시청자들은 그 죽일 년이 능지처사가 되는 꼴을 보기 위해 더 열심히 시청했다. 그 때문인지 나는 희수의 생각이 탐탁지 않게 느껴졌다.


“맞네. 후궁들이 그렇게 권력을 움켜쥐었지? 큭~ 근데 언니, 나 그렇게라도 권력을 만들고 싶어. 그래서 얻을 수 있는 게 비록 알량한 권력일지라도 말이야. 어떻게 해야 해?”


그래, 사실 희수에게 그것이 동기부여가 된다면 지금 그게 대수인가. 권력 욕심에서라도 시작할 용기를 낼 수 있다면 말이다.


“어디 보자, 뭘 해봐야 하려나…. 네가 아는 게 어디까지인지 모르니까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네? 너 혹시 남편 거 삼켜본 적은 있니?”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희수의 대답을 기다렸다.


“정액 말하는 거지?”


“야!!! 그럼 오줌이겠니?”


나의 말에 희수는 웃음 표시를 보내더니 삼킨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나는 나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차근차근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럼 삼키지 않고 입으로 받은 적은 있어?”


“아유, 설마 받은 적도 없을까 봐? 그건 몇 번 해봤지.”


“근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해야 하나?”


난데없이 희수랑 이게 다 무슨 일이람. 나는 어쩐지 민망해져서 괜스레 목을 긁었다.


“언니, 구체적으로 말해줘야 해. 그래야 내가 알아. 나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돼. 웹 소설을 볼 때도 다 모르는 얘기들뿐인걸.”


“알았어. 그럼 입으로 받고 사정 끝난 후에도 더 빨고 있어 본 적 있어?”


나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컴퓨터를 켰다. 나의 말을 듣자 희수도 컴퓨터로 접속하겠다고 해서 그 틈에 재빨리 커피믹스를 타 왔다. 이제부터는 희수한테 메시지가 오면 바로 컴퓨터부터 켜야겠네, 가르칠 것이 얼마나 많겠어!


“사정했는데 계속? 왜? 그런 건 생각해본 적도 없어. 또 하려고 세우는 거야?”


“아니, 너 남편이 몸부림치는 거 보고 싶다며. 오빠가 젤 못 견디는 때를 생각해봤어. 남자 다 비슷할 거 아니야. 사정 직후가 제일 민감하잖아. 그때 살살 빨아주면 거의 복상사 수준이 되더라고. 혹시라도 블로우잡으로 끝까지 가는 경우가 생기면 사정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또 끝나도 멈추지 말아 보라고. 네가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남편은 미안하다는 이유로 사정 후에도 내가 계속 빨고 있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그때 남편이 가장 못 견디는 것처럼 보였기에 나는 그걸 볼 재미로 가끔 놔주질 않았다. 그래서 몇 번이나 ‘남편의 몸부림치는 꼴’을 언급했던 희수에게 그것부터 알려주었다.


“당연히 남자가 사정하는 순간 섹스 끝. 바로 각자 제 갈 길 가는 거 아니야? 그게 원칙 아니었어? 끝났는데 더 빨아준다는 건 진짜 금시초문이야.”


“그래? 그럼 섹스 중간에 빨아본 적도 없겠지?”


“뭐라고? 당연히 해본 적 없어. 그런 건 들어본 적도 없고, 완전히 상상 밖의 일이야. 그게 중요한 지점이야?”


“중요하다기보다 뭐랄까, 포르노에 되게 많이 나오는 걸 보니까 남자가 원하는 행위인 것 같더라고. 오빠한테 물어보니까 육체적으로 좋다기보다는 정신적으로 흥분된다고 했어. 근데 섹스라는 게 정신적인 부분이 되게 중요하잖아. 네가 괜찮을 것 같으면 한 번쯤 해보든가. 이건 나도 몇 번 안 해봤어. 지금 막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는 거야.”


“그러면 섹스 도중에 잠깐 빼 보라고 말하고 하는 거야? 그럼 너무 맥이 끊어지지 않나?”


섹스를 얼마나 안 했는지 여실히 느껴지는 질문이었다. 모든 것에는 자연스러운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데 희수는 정말로 경험이 너무 없는 거였다.


“맥이 안 끊어지는 타이밍에 하면 되지. 자세를 바꾸는 때라든지, 아니면 네가 주도할 때 하면 돼. 예를 들어 여성 상위를 하다가 할 수도 있겠고.”


“언니, 나 여성 상위도 안 해봤어. 진짜 나는 정말 뭘 안 해봤네? 어디 가서 입도 뻥긋 못 하겠다.”


맙소사! 여성 상위를 한 번도 안 해봤다니! 이젠 희수의 말에 더 놀랄 건 없겠다. 나는 놀란 마음을 감추고 대답했다.


“앞으로 하면 되지. 대부분 남자는 여성 상위를 좋아한대. 힘은 전혀 안 들고 좋기만 하니까. 벗은 여자가 딱 눈앞에 있고 젖도 흔들리니까 내가 생각해도 흥분되고 좋을 거 같아.”


“바쁘다 바빠. 내가 해본 게 도통 없으니까 할 게 산더미네 아주.”


“그리고 너 괜찮겠으면 한 번쯤은 선언하고 삼켜보든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희수가 변하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다는 확실한 의지를 남편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기에 눈 딱 감고 권했다.


“근데 언니, 나 이해가 안 돼. 사정할 때 좋은 건 이해하겠는데, 그걸 여자가 먹는 게 무슨 의미야? 그걸로 남자가 좋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날 이렇게까지 사랑하는구나, 그걸 완전히 체감한대. 빨아만 줘도 이렇게 사랑받는구나, 하고 무지 감동한다는데, 삼키기까지 하면 너무너무 미안하고 ‘나한테 이렇게까지?’ 그런 느낌이 든다는 거야. 섹스 가르쳐주는 동영상을 보니까 삼키기 힘든 사람은 사정할 때 목 깊이 넣은 상태로 그냥 저절로 삼켜지게 하라고 나오더라. 그러니까 이게 이상한 행위가 아니야. 교본에 어떻게 하는지 나오는 행위니까.”


“하긴, 나도 내 거 거침없이 핥아주면 기분은 좋을 거 같긴 하다. 웹 소설에도 그런 게 있었어.”


“이제부터는 다양성을 가져봐. 섹스 중에도, 섹스 후에도, 사정할 때도 언제든지 빨아도 된다는 걸 알고는 있으라고. 하든 안 하든 아는 거랑 모르는 건 차이가 있잖아. 나는 섹스할 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포인트가 오빠가 못 견디는 모습을 보는 거거든. 내가 그거에 아주 열광한다고. 이러다가 이 사람 죽는 건가, 싶을 때가 있는데 걱정하지 말고 밀어붙이면 돼.”


“아니, 그 정도란 말이야? 그럼 실험한다고 생각하고 해 볼게. 내가 지금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 봤거든? 타이밍 따위 생각하지 말고 불쑥 아무 때나 하는 게 중요한 거 같네. 좋아할 거 같긴 하다.”


“맞아. 흥분해 있으면 아무 때나 해도 돼. 특히 사정 직후에 계속 빨고 안 놔주면 고통에 몸부림친다. 네가 계속 보고 싶다고 했던 남편의 몸부림을 아마 그때 볼 수 있을 거야.”


“와, 언니만의 이런 비기를 다 알려주다니!”


“비기를 알려준다고 내 쾌락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고 이건 비기도 아니야.”


나는 또 알려줄 만한 게 있을까 싶어서 남편과의 섹스 장면을 떠올려보고 있었다. 그때 희수가 난데없이 이렇게 물었다.


“근데 언니. 블로우잡을 하면 나를 낮게 보지 않을까?”


“무슨 소리야 그건? 낮게 본다니?”


“음… 자기 거를 빨아주면 나를 낮게 볼까 봐. 하녀처럼.”


“왜 그런 생각을 해? 예전에 그런 걸 느꼈어?”


“그건 아닌데, 어디서 그런 글을 봤었거든. 여자를 낮게 볼 수 있다구.”


“야! 부부끼리 무슨 그런 생각을 해? 나는 오히려 그 반대로 생각이 들던걸. 섹스는 여자가 약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될 수밖에 없잖아. 힘쓰는 것도 대부분 남자고. 근데 블로우잡은 내가 주도하니까 오히려 완전히 휘어잡았다는 느낌이 확 들던데. 너를 꼼짝 못 하게 해주마! 이런 느낌 말이야. 어떻게 그런 정 반대되는 생각을 하냐. 오빠도 날 너무너무 사랑하나 보다, 그 생각만 든다던데?”


“형부는 착해서 그런 거 아니야? 내 남편은 안 그럴 수도 있잖아. 뭐 어쨌든 해보겠어. 내 오르가슴 찾기의 긴긴 여정을 떠나야 하니까.”


“희수야, 네 남편도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을 거야. 어디서 쓸데없는 글을 읽고 그런 이상한 선입견이 박혀 버렸어? 그러면 남편이 해줄 때 넌 그런 생각이 들던? 아니잖아. 사랑받는다는 느낌만 들잖아. 똑같은 거야. 그나저나 남편한테는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않아? 너무 느닷없잖아. 내가 이제부터 오빠를 많이 사랑하기로 맘먹었다느니, 그런 설명을 해야지. 뭐라도 말이야.”


“아악~ 안돼. 내가 제일 못하는 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난 그냥 정액 삼킬래.”


“못하는 게 어딨니? 모든 건 다 처음이 있는 거야. 권력이니 오르가슴이니 그것만 생각하지 말고 우선 맘을 열어.”


“알겠어. 큰 가르침 감사합니다! 언니를 스승으로 모셔야겠어.”


희수는 그냥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는 심산이었다. 사랑은 뒷전이고 자기 나름의 목표만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래, 지금 당장은 사랑일랑 잠시 미뤄놓고 일단 시작이나 해놓고 보자.


“그래그래. 잘하고 오면 다음 미션을 주겠노라.”


“또 있어? 이거 말고 뭐가 더 있는 거야? 언니 이쪽으로 너무 전문가 아니야?”


“고작 그거 한 가지일까 봐? 나 결혼 15년 차다. 연애 때부터 했으니까 섹스 공력은 그보다 훨씬 더 길지. 뭐든 이 정도 꾸준히 한 사람은 그 분야의 마스터가 되는 거야. 이렇게 된 거, 너한테 내가 아는 모든 걸 전수해 줘야겠네.”


“아, 이거 너무 재밌는데? 하나씩 도전하고 깨는 맛이 있겠어!”


정말로 희수가 하나씩 도전하고 깨는 재미로라도 해나간다면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시작은 이렇게 장난처럼 권력이니 오르가슴의 여정이니 해도, 다시 섹스하는 사이가 된다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 닿으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희수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느냐, 또 희수 남편이 얼마나 잘 받아 줄 것이냐의 문제가 있지만, 사랑했던 사이였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아직은 나 혼자만의 희망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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