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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Aug 27. 2020

#19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한 거야?”

사실은 사랑하는 사이 #19

연재 중이던 소설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2021.1.15)

<하는, 사랑> 출간을 알립니다. 

하는, 사랑




:: 연재소설입니다. 순서를 확인해주세요. ::

::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있습니다. ::



#19


“희수야. 요즘 우리 부부 유행어가 뭔지 아니? ‘해줄까?’야.”


설마 희수가 남편에게 또 그 말을 했겠나 싶어 농담을 던졌다. 그리고 남편과 내가 최근 며칠 동안 그 말을 써먹은 건 사실이기도 했다.


“나 진짜 못 고치겠어. 그날 이후로도 또 했었다니까?”


거의 불치병 수준이라는 나의 말에 희수는 발버둥 치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근데 희수야. 난 너랑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믿을 수가 없는 거야. 어제도 오빠랑 얘기했는데, 너의 일들이 정말 믿기지 않는 거 있지. 그래서 급기야는 네가 소설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다 들더라? 그래서 어제 오빠한테도 내가 그랬다. 희수 이년, 지금 소설 쓰는 거 아니냐고.”


“하하하하하하하하…”


희수가 웃는 소리를 두 줄이나 적어 보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미친년이냐구. 아이구 배야.”


“막말로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 오죽하면 내가 이런 소릴 하겠어?”


사실 희수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 계속 글을 썼었다. 희수를 처음 본 곳은 유명 소설가의 북토크장이었다. 그 소설은 어른이 읽기에도 벅찬 책이라 그랬는지 유독 나이 든 사람들 일색이라 나도 다소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틈에 웬 고등학생이 버젓이 교복을 입고서 새초롬히 앉아 있어서 눈에 띄었다. 모인 사람들 모두가 의아한 듯 다들 한 번씩 쳐다보았는데, 그게 희수였다. 괜한 동질감을 느낀 내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고 지금까지 온 것이다.


“근데 오늘은 오빠한테 어떻게 말할지, 약간 주저된다 언니.”


“왜? 거절당할까 봐?”


“응. 오빠가 거절할까 봐.”


“이야, 이게 웬일이야? 맨날 거절하시던 분이 완전히 처지가 바뀌셨어요?”


나는 일부러 희수에게 장난을 쳤다. 주저하는 희수의 마음도 너무 잘 알겠으니까.


“큭~ 그러니까 말입니다. 거절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이 다 되네?”


“에이, 그러지 마. 형부 말 못 들었어? 다정하게 다가가면 마다할 남자 없다고 하잖아. 그리고 이 사람도 거절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해. 한 번 그랬다고 팽하니 돌아서지 말고. 아마 ‘해줄까’만 안 해도 괜찮을 거다. 입이 안 떨어지면 남편이 자려고 누웠을 때 너도 같이 누워서 안아달라고 해. 남편이 안아주면 안겨서 꼬추를 좀 만지작거리는 거지.”


“으악! 안기라구? 차라리 빨겠어. 빨겠다구.”


“너는 다정한 제스처를 왜 그리 싫어해? 블로우잡 하랬더니 맨날 쌀 때까지 그것만 하고.”


“그러면 오빠가 다음 진도를 나갈까?”


“그럼. 남편 맘이 동해져서 하자고 하면 그때 하면 되잖아. 거절 걱정 없이. 하자고 안 해도 그런 스킨십이 쌓여서 다정함이 되는 거야. 너네 잘 때 뭐 입고 자니?”


“나도 오빠도 면티에 팬티만 입고 자.”


“그럼 만지기도 편하잖아. 아니면 ‘오빠, 오늘 팬티 벗고 잘래?’ 그래 봐. 자다가 잠깐 깨면 움켜잡기도 하고.”


“으악! 팬티 벗고 자라고 하라고? 그리고 자다가 만지는 거 내가 되게 싫어하는 건데, 그걸 내가 하라고?”


“너나 싫어하지, 남편은 스킨십 좋아한다며. 네가 만지는 바람에 잠깐 깨도 금방 기분 좋게 다시 잠들 거야. 팬티 벗고 자면 장난 아닌데.”


“아이씨, 못하겠어. 일단 말을 못 하겠어. 어휴, 팬티 벗고 자라는 말을 대체 어떻게 해!!”


희수의 문제는 말이었다. 빨고 삼킬지언정 말은 못 하겠다는 희수다. 다정함은 말에서 나오는 것인데, 희수를 어쩜 좋을까.


“미친 것아. 몇 년 만에 빠는 건 괜찮고, 말은 못 하시겠어요? 그럼 말하지 말고 그냥 만져. 겉으로도 만지고 속으로도 만지고.”


“근데 언니, 남자도 부끄러울까? 오빠는 부끄러워할 사람은 아니긴 한데.”


“당연하지. 남자라고 다 철면피겠어? 게다가 네 남편은 몇 년 만이잖아. 용기가 더 필요할 거야.”


“그냥 또 다리를 주물러 줄까? 이번 주 내내 현장 다녀야 해서 다리가 아프긴 할 거야. 근데 왜 다리를 주물러 주는데 섰다고 하냐고? 그것만 생각하면 난 너무 웃겨.”


“네가 만지니까 섰지. 사랑하는 사람이 만지면 몸이 반응하는 건 당연한 거야. 아! 좋은 생각이 났어. 이번 주에 다리 많이 아플 거라고? 그럼 발 마사지를 해줘. 우리도 종종 하는데, 진짜 좋고 고맙거든.”


“발 마사지? 으아, 발은 만지기 싫은데.”


“씻었는데 뭐가 어때서? 정 그러면 또 다리를 하든가. 집에 마사지할 만한 오일 있어?”


“마사지 오일? 그런 거 하나도 없는데.”


“이참에 보디오일을 하나 장만해둬. 현장 다니느라 피곤하겠다고 마사지해준다고 해봐.”


“와, 마사지는 생각도 못 했어. 언니네는 진짜 아이디어가 샘 솟는다. 부부끼리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한 거야?”


“그럼, 산더미지. 아!!! 진짜가 있어.”


“진짜? 그게 뭔데?”


“등 마사지. 그것도 오일로 하는 거야.”


“등 마사지? 뭔지 모르지만 그건 아주 격하게 땡긴다!”


희수는 반색했고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엄청난 것을 알려주마.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 손이 빨라졌다.


“발 마사지는 주로 나만 받지만, 등은 나도 가끔 오빠한테 해주는 거야. 등에 오일을 바르고 손바닥으로 등을 펼치듯이 눌러줘. 어깨랑 목도 늘 피곤한 부위니까 같이 주물러 주면 되게 시원해. 체중을 실어서 누르니까 별로 힘들지도 않아. 그러다가 오일이 잔뜩 묻은 손을 가랑이 사이에 넣어서 엎드려 있는 남편의 불알과 꼬추를 만져주면 죽음! 완전 죽음!!! 뒤로 만져주는 맛이라는 게 또 있거든.”


“으아 언니,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나 소름 돋았어. 완전 짱이야! 등 마사지하다가 불알과 꼬추라니!! 말만 들어도 남자가 환장할 듯해. 언니는 진짜 비기가 너무 많아.”


희수의 반응이 활활 타오르니 덩달아 나도 흥이 났다.


“팬티도 아예 벗고 시작하면 좋은데 처음에 말하기 쑥스러우면 팬티쯤은 그냥 입은 채로 해도 돼. 하다가 팬티 내리고 만지면 되니까.”


“그럼 언니. 그거하고 다시 목욕하라고 해야 하나? 오빠가 귀찮아할까 봐.”


“우리는 마사지 후에 목욕한 적 없어. 보디오일은 일부러 몸에 바르기도 하는 거잖아. 그럼 너는 수건 따뜻하게 적셔와서 닦아줘.”


“아하!”


“수건으로 닦아내는 정도만 하고 티 입고 바로 자도 돼. 근데 그게 가능할까? 극도로 흥분해 있을 텐데? 우리는 아예 침대에 큰 수건을 깔고 마사지를 시작하거든. 오일 닦지 않고 바로 똑바로 누울 수 있게. 하다가 무조건 섹스하게 되니까.”


“언니, 나 당장 나가서 오일을 사 와야겠어. 오일마사지 너무 좋은 생각이야. 등짝에서 불알로 넘어가기. 아니면 종아리부터 등으로 올라가기. 와, 상상만 해도 죽여준다. 오빠한테 아예 다 벗고 엎드리라고 해야겠네.”


희수의 글에 신난 기운이 넘쳐흘렀다. 새로운 시도 거리가 생긴 데다가 마사지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걱정을 던 것 같았다.


“이왕 하는 거 엉덩이도 팔꿈치나 손바닥으로 눌러주면 진짜 시원하고 좋아. 자, 그럼 당장 오일을 사라고!”


“내 생각에는 오빠는 등만 만져도 바로 설 거 같아.”


희수는 이미 성공을 확신했다.


“등 마사지를 어느 정도 할 때까진 성급하게 꼬추를 만지지 마!”


“으아, 그게 또 감질나게 그러는 거야? 그게 또 하나의 비기다. 정말 언니는 예상할 수가 없다.”


희수의 반응이 웃겨 죽겠다. 이 얼마나 건전하고 유익한 대화인가!


“이미 네가 만지려 할 때 서 있을 거야. 그 후에는 알아서들 하세요. 아, 맞다! 진짜 좋은 게 뭔지 알아?”


나는 또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서 오일을 사러 나서는 희수를 잡아 세웠다.


“아, 기절하겠네. 이보다 더 좋은 게 또 있다구?”


“너도 언젠가는 등 마사지를 받아야 하지 않겠니?”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희수 남편이 희수의 등을 마사지해주는 장면이 선뜻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야, 사이만 좋아지면 언제든 가능한 일이야. 나는 얼른 말을 이었다.


“오빠도 나한테 등 마사지를 해주거든. 그때 오빠가 어떻게 하는 줄 알아? 마사지 중반쯤 지나서부터는 꽂은 채로 등 마사지를 해주거든.”


“마사지하다가 뭘 꽂아. 뭐를……. 으악!!! 정말이야? 미치겠다 진짜. 언니네 웬일이야?”


희수가 한 박자 늦게 알아차렸다.


“그 상태로 등 마사지 받으면 장난 아니야. 상상이 가?”


“아아~ 너무너무 야하고 진짜 너무 좋아. 꽂은 채로 등 마사지라니! 정말 상상치도 못한 거야. 내가 19금 소설을 진짜 많이 봤는데 이건 너무 신선해. 경험에서 우러나온 비기라 그런지 진짜 참신하다. 이거 다 프린트해 놔야 하나 봐.”


희수는 감탄을 금치 못했고, 나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는데 섹스가 재미있을 수 있겠어? 그냥 의무감에 사랑으로 하는 거지. 재미있어지려면 서로 진짜 노력해야 해. 최대한 알려줄게.”


“언니의 비기를 나만 알기 너무 아깝다 정말. 그러지 말고 여성잡지에 섹스칼럼 같은 걸 연재하는 건 어때? 제목은 ‘언니의 섹스 교실’로 하는 거야. 진짜 다들 알아야 하지 않겠어?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사는 사람도 많을 거라고.”


“쓸데없는 소리 말고 이제 오일이나 사러 가.”


“이건 진짜 아무도 상상 못 할 거야. 나는 우리 오빠를 언제 키워서 삽입 등 마사지를 받아보려나? 정말 너무 대단해. 삽입 등 마사지, 이거 내가 이름 지었다?”


끝까지 감탄을 쏟아놓으며 나간 희수는 40분 후에 보디오일 인증사진을 찍어 보냈다. 향도 꽤 좋다고 덧붙였다. 

한달음에 달려나가 마사지 오일을 사 온 희수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희수 남편이 희수의 노력을 알아주길 간절히 바랐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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