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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Nov 02. 2020

종묘의 가을

10월의 마지막 날, 토요일 오전에 종묘에 갔습니다. 

단풍이 가득한 종묘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함께 나누면 좋겠다 싶어서 브런치에 올려보려고요.


매년 벚꽃 구경과 단풍 구경을 놓치지 않고 다녔어요. 

남산도 가고 고궁도 가고 창덕궁 후원도 꼭 갑니다. 

하지만 올해는 아시다시피 벚꽃 구경을 갈 수가 없었어요. 집 뒷산에 매화나무와 벚나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봄을 보냈습니다.

가을에도 단풍 구경은 뒷산에서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10월 중순부터 1단계로 방역 수준으로 낮아졌어요. 그다음 날 무려 9개월 만에 버스를 타고 경복궁에 갔습니다. 오래간만에 고궁을 천천히 산책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방역단계가 계속 이대로 유지된다면, 올해도 고궁의 단풍은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로부터 보름쯤 지나, 날이 제법 추워졌고 일교차도 심해졌습니다. 이쯤 되면 단풍이 예뻐졌겠다 싶었는데, 아이와 함께 가자니 주말에 나서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주말인 것이 걸려 경복궁이나 창덕궁 후원보다 상대적으로 사람이 별로 없는 종묘로 향했습니다. 


종묘도 우리 가족이 굉장히 좋아하는 곳이에요.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그대로 녹아있는 종묘는 아름드리나무들이 가득하고 고궁보다 조금 더 차분한 느낌으로 조용하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또 궁에 비해서 공간이 작기 때문에 나무들이 더 밀집해있는 느낌이 들어 좋습니다. 


오전 시간이라서 그런지 주말인데도 평소보다 사람이 훨씬 적었어요.


사진 위주로 올립니다. 

거의 다 제 구형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남편이 좋은 카메라를 일부러 들고나갔는데,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까 찍은 모든 사진 속에 제가 있어서 핸드폰 사진이 대부분입니다. 

구형 핸드폰으로도 이 정도니 실제로는 얼마나 아름다울지 짐작이 되실 거예요.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아름다운 광경


종묘의 연못에는 물고기가 없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곳이라서 살아있는 생물을 키우지 않는다고 예전에 해설 관람을 할 때 들었어요.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단풍나무.


형광빛이 돌 정도로 강렬함을 뿜는 단풍나무. 


종묘에 온 사람들 중에 요 단풍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떨어지지 못하고 말라붙은 단풍나무의 날개 달린 씨앗을 떼어 날려줍니다.


다양한 종의 나무가 한 프레임에 들어오네요. 각자의 색을 내뿜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비가 내립니다.


남편과 아들의 뒷모습을 찍어봅니다. 사람이 정말 없죠.  


바람이 불자 떨어지는 낙엽이 해를 받아서 반짝거리는데요. 보이시나요?


낙엽비 맞는 모습을 찍으려고 기다리면 바람이 안 불고, 포기하고 다시 걸어가려고 하면 바람이 불어서 눈으로만 그 아름다운 모습을 실컷 보았습니다.


낙엽비 내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아보려고 남편이 대기하고 있는데 기다리면 바람이 잠잠하죠. :)


종묘에 갈 때마다 이 길에서 꼭 사진을 찍습니다. 모두 아름답지만 손에 꼽을 만한 몇 군데가 있어요.


이제는 훌쩍 자라서 내년쯤에는 저와 키가 비슷해질 아이. 작년 종묘 사진을 찾아보니 웬 꼬꼬마가 있더라고요.


아름드리나무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뽐내는 작은 노란 잎의 나무가 눈에 띕니다. 


조선 왕의 신위를 모시는 109미터의 정전은 현재 개보수 중이라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정전보다 작은 규모의 영녕전입니다.


작년 11월 4일에 찍은 정전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해설 관람을 듣기 위해서 아이 학교를 빼고 같이 다녀왔지요. 한 번쯤은 해설 관람을 꼭 들어보시면 좋습니다. 


풍경을 담고 있는 저예요. 옆은 아들입니다.


주목 나무의 수피가 정말 멋집니다. 


멋들어진 은행나무


노란 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는데 장관입니다. 


더 큰 은행나무도 많지만 유독 노란 은행잎이 그득한 이 은행나무 앞에서 머물게 되네요.


남편과 아이를 은행나무 앞으로 보내고 사진을 찍었는데 은행나무만 보이네요.


은행나무 아래로 노란색 그러데이션이 정말 멋집니다. 


얼굴 대부분이 하얀 마스크로 덮여있지만, 올해도 가을 단풍과 함께 사진을 찍어둡니다.


은행잎과는 다른 노란색이 아름다운 (아마도) 생강나무


사람이 없어 잠시 마스크를 벗어봅니다. 나무 냄새가 확 들어오네요.


어떻게 이런 색을 내는지 매년 보아도 늘 신비롭네요. 


가까운 숲이나 공원에서라도 고운 단풍 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올렸어요. 

내년에는 마스크 없이 단풍을 볼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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