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주 Dec 08. 2020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필요한 맛

변치 않는 오겹이 사랑으로 산다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 두툼한 칼집 오겹살을 가로 3열, 세로 1열로 올려놓는다.

"치이이익" 아! 나는 이 소리를 사랑한다. 


고기 앞에서 일말의 자부심이라도 가진 이라면 일단 구울 때부터 또렷한 소신을 보여야 한다. 그렇고말고! 세상사 그렇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고기 굽기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내가 깐깐하게 따지는 건 단 두 가지다. 뒤집기와 허브솔트 뿌리기.  


소금의 짠맛은 단맛을 강화시켜 준다. 그런 까닭에 찌개나 국이 어째 심심하다 싶을 때 소금이 아닌 설탕을 살짝 뿌리면 간이 얼추 맞아떨어진다(조금 더 달기를 원한다면 소금 추가). 또 우리가 단짠을 좋아하는 이유는 혓바닥의 타고난 요상스러움 때문이기도 한데, 혀에 있는 수용체가 짠맛을 감지하면 단맛과 유쾌함을 느끼는 신경 중추를 활성화시켜 주기에 그렇다. 소금 치기는 고기의 단맛을 강화시키고 육즙이 새는 걸 막아 주는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성질 급하면 혀에 살살 감기는 고기맛을 포기해야 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숫자 3번의 법칙은 여기서도 적용된다. 첫 뒤집기에 초를 다투지 마라. 느긋하게 기다리며 노릇노릇 절정의 때깔이 드러난 순간 뒤집기 한 판! 


"취지지직" 눈과 귀를 때리는 요란한 소리에 꼴깍 침 넘어간다. 이어지는 2차 기다림. 지글지글 구워지는 막바지, 이때를 놓치지 않고 폴폴 허브솔트 뿌려주기. 생고기에 뿌리면 삼투 현상으로 육즙이 빠져나와 퍽퍽해진다. 고기가 거의 익어갈 무렵 뿌리는 걸 잊지 않는다. 허브 향과 간이 깊이 배도록 마지막으로 뒤집고 마무리.

겨우 참았다. 이제 육즙이 꽉 들어차 부드럽고 쫄깃쫄깃 짭짜래 꼬소롬한 오겹살 구이 완성. 곁들여 먹을 환상의 짝꿍은 양파 절임으로 이 또한 단짠 궁합이다. 찬물에 30분 이상 담가 매운맛을 쏙 뺀 양파채에 참소스를 뿌리면 끝. 


짠맛 양념장이 곁들여진 사각사각 달큼한 양파에 오겹살 한 점 척 올려 입속으로 골인시키면 더 이상 뭔 말이 필요하리오. 목구멍 찢을 듯 시원한 맥주 들이켜 기름기 샤워하면 하루치 피로는 싹 가신다. 변치 않는 오겹이 사랑. 이 맛에 오늘을 산다.     


이전 08화 음식의 맛에 무엇을 담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