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백혈병이 내게 왔다. -대학병원에서 1

대학병원에서 1

by 근쌤

건강검진을 시작한 지 1시간도 안되어 대학병원으로 왔다.

일단 어떤 상황인지 확실하진 않으니 무덤덤하다.

나는 아직 젊고 심각한 병에 걸리기엔 그동안 너무 건강하게 생활해왔다.

그리고 지금 아프거나 죽기엔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도 많다.


그래. 나는 별일 없을 거야.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도

불현듯 올해 초에 먼저 하늘로 떠나보낸 학생 한 명이 떠오른다.

너무 아파서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지만, 장례식에 참석했던 그 아이.

아이의 장례식은 어른들과의 장례식과는 너무 다르다.

슬프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오싹하고, 주변 사람 누구도 웃지 않는다.

얼굴 한 번 못 봤지만 마음에 새긴 인연.

그래도 담임이라고 같이 간 선생님들을 대표해서 절을 하는데,

그 아이의 마지막 통화에서 들은

약간의 신음소리와 어머니를 부르던 다급하고도 힘든 목소리가 떠올라 울컥했다.


그러면서 '만약 내가 암이라면 나의 끝도 그렇게 되는 걸까?'라는 물음이 밀려온다.

존재라면 누구나 함께 하고 있는 죽음이 새삼 다가오자 두려웠다.


그런 공상들을 하니 어느덧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대학병원이라 진료받기 힘들 줄 알았는데 바로 접수를 하고 피검사를 또 했다.

아침부터 하나도 먹은 게 없던 터라 피검사 마치고 바로 샌드위치 하나를 먹으며 대기하고 있었다.


혈액내과 진료실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날 나는 혈액질환으로 아픈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걸 처음 알았다.

얼마 후 진료실에서 내 이름을 생각보다 빨리 불렀다.

중년은 지났을법한 교수 희끗한 머리로 모니터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조차 판단하기 힘들었다.

멍한 채로 약 30초의 침묵 동안

교수의 말을 기다리던 나는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인간 아니 존재란

내 앞에서 나를 죽이려 노리는 대상이 있어야만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나의 죽음, 몰락, 하강을 감지하면 두려움을 자동으로 감지할 수 있단 걸 새삼 느꼈다.


"음..."


그 황당한 30초 동안 나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고, 드디어 교수가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첫 질문은 나를 더 어리둥절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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