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에디슨의 이미지 언어
나의 뇌는 수신기와 같은 역할을 할 뿐이다.
우주에는 우리가 지식과 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원천이 있다.
-니콜로 테슬라-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와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은 동시대를 살았던 천재 과학자들이다. 에디슨에 대해서는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반면, 테슬라는 100년 전에 모바일 통신과 인공지능을 실험하고, 교류 전기, 라디오와 X선을 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 사이에서 조차도 최근에 와서야 관심을 받게 된 인물이다. 아마도 그의 많은 발명 중 동시대인들이 훔치거나 표절하며 자신의 업적이라고 왜곡한 것들이 그대로 굳어진 이유도 있겠고, 무엇보다 테슬라가 살던 시대에는 그의 발명이 갖고 있는 함의를 이해하거나 적용할 환경이 무르익지 않은 이유가 크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오히려 10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잊혔던 그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고, 결정적으로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자신의 전기자동차 회사 이름을 '테슬라'로 명명하면서 그의 이름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라이벌이있던 테슬라와 에디슨은 성격이나 스타일이 여러모로 달랐다. 에디슨은 자신의 발명품을 사업화하는 데에 능했던 CEO였던 반면 테슬라는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않으며 예민한 감각을 지닌 성품의 소유자였고, 때로는 너무 이상적인 계획 때문에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가로부터는 지원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되기도 했다. (어느 누구나 무료로 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위든클리프 타워 건축에 대해 J.P 모건이 지원을 끊어버린 사례가 그렇다) 에디슨은 그의 실험실의 지명을 따서 '멘로파크의 마법사'로, 테슬라는 서부 콜로라드에 있는 그의 실험실로 인해 '서부의 마법사'로 불렸었는데, 이 두 마법사의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남다른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 바로 꿈의 언어, 이미지 언어를 발명에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에디슨은 낮잠과 같은 형태로 하루 중 여러 차례의 짧은 수면을 취했는데, 이때 머리에는 동전을 두고, 다리 사이에는 철제 양동이를 둔 채 의자에 앉아서 잠을 청했다고 한다. 잠이 들려고 할 때 고개를 떨구는 순간 동전이 양동이에 떨어지면서 깨어날 수 있게 하기 위함인데, 에디슨은 이를 통해 꿈에서 봤던 이미지들을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는 이러한 방식으로 풀리지 않던 문제에 대한 단서를 얻곤 해서 '잠재의식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은 채 잠들지 말라'라고 하기도 했다. 박사 학위는커녕 단 몇 달간의 정규 교육만을 받은 그는 1093개의 특허를 등록하였고 축음기, 백열전구, 영사기 등으로 인류의 삶울 바꾸어 놓았다.
참고로 살바도르 달리 역시 에디슨과 매우 유사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는 펜이나 붓을 들고 캔버스 앞에서 잠을 청하곤 했는데, 꿈의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 손에 들고 있는 펜이나 붓이 땅에 떨어지면 이 소리로 인해 깨어났고, 달리는 꿈에서 본 이미지를 캔버스에 담아냈다고 한다. 이는 입면환각(入眠幻覺, hypnagogic hallucination)의 상태로 깊은 잠으로 들어가는 REM 수면의 이전 단계에서 일어난다.
테슬라의 경우 갑자기 떠오르는 이미지를 현실에서 생생하게 경험하여 그것이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고 회고한다. 이것은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으나, 피할 수 없어 매일 밤 혼자 마음의 여행을 하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그는 머릿속에서 모든 것을 실제처럼 그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실험에 의존하기보다 실제 작업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어떤 아이디어가 생기면 먼저 상상력으로 만들어보고, 머릿속으로 장치를 작동해보고 개선을 거듭하여 결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다음, 완벽한 형태를 최종 산물로 내놓았다. 그의 자서전에는 이러한 내용이 있다:
"처음에는 이런 것이 희미하고 불분명하여 주의를 집중하면 흩어져 버렸지만, 차츰 이들을 고정시켜서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었으며 마침내 사물의 실체를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시야를 점점 더 넓혀갈수록 안도감이 커져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시작했다. 물론 마음속에서였다. 매일 밤 (그리고 어떤 때는 낮에도), 나는 혼자가 되면 여행을 시작했다. 새로운 장소와 도시 그리고 미지의 국가로 떠났다. 그곳에 살면서 사람들을 만나 친구가 되고 인연을 넓혀갔다. 그리고 믿지 못하겠지만, 나는 실제 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처럼 그들과 가까워서 아무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나는 이렇게 상상 속의 여행을 계속하다가 열일곱 살 무렵에 발명 쪽으로 생각이 돌아섰다. 가상의 시설을 이용해서 내가 생각한 것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모형이나 설계 그림, 실험 등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 머릿속에서 모든 것을 실제처럼 그릴 수 있었다."
이러한 글을 보면서 테슬라는 루시드 드림 (자각몽)을 발명에도 이용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해보게 된다. 실제 그랬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이미지로 상상해내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이미지로 상상할 때에 활성화되는 뇌와 꿈에서 이미지를 볼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는 동일하다. 신경심리학자인 Mark Solms 박사는 뇌의 여러 다른 부위에 손상을 입을 환자들을 관찰하면서 꿈과 수면을 연구해왔는데, 그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외부의 물체를 관찰할 때의 시각적 경험과, 내적 상상을 할 때의 시각적 경험은 뇌의 다른 부분에 의해 처리되며, 이러한 내적 심상화를 담당하는 뇌의 부위는 꿈에서의 시각적 경험을 담당하는 부위와 동일하다고 한다.
이처럼 두 천재는 꿈과 이미지 언어를 적극 활용하여 발명을 이어갔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발명이 현대인 생활 곳곳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면 꿈과 상상력, 이미지 언어 안에 잠재된 가능성들을 짐작해볼 수 있다. 과학사에서 이 같이 꿈을 활용하여 새로운 발견을 한 경우는 두 사람의 경우 외에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 케쿨레의 벤젠고리 구조 역시 꿈이 계기가 된 발견들이었다.
참고자료:
테슬라 자서전
Kurt Forrer, To what extent does the dream influence the creative process?, International Journal of Dream Research Volume 7 No. 1 (2014)
Kelly Bulkeley (2017) An Introduction to the Psychology of Drea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