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성용 Mar 17. 2020

당신은 당신의 방식대로 나를 사랑했다


'당신은 당신의 방식대로 나를 사랑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잠에서 깨자마자 이 문장을 받아 적었다. 어떤 꿈이었는지 기억나 않았다. 나는 그 꿈을 기억하고 싶어서 다시 잠에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울고 있을 때 나는 어찌할 줄을 모른다. 눈물을 닦아주는 일은 위로가 아니었다. 서투르게 말을 건네면 그 사람은 터져버릴지도 몰랐다. 그저 멍하니, 그러나 조심스럽게 무딘 눈치로 살핀다. 파도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나는 그렇게 슬픔을 다루었다. 그저 내 옆에 두고 기대어 가만히 흘려보내는 것이다. 시간은 무엇이든 해결한다는 듯, 나는 지금껏 그래 왔다. 나로 인해 흘리는 눈물을 지켜보는 건 이제 그만하고 싶다. 나는 이런 생각을 아주 오랫동안 해왔다.


그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그 날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밤이었고 어느 공원 근처에 있는 벤치였고 자주 가는 식당에서 두부전골을 먹은 날이었다. 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며 원망했다. 당신에게는 당신만의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나의 방식대로 당신이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랐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 은 나의 가장 마지막 부끄러움이 될 것이다.


진정으로 행복할 때는 행복을 고민하지 않듯, 사랑할 때는 사랑을 고민하지 않는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사랑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방식대로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은 당신의 방식대로 나를 사랑한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가 각자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의미였다. 그것은 꿈이 아니었고, 사라질 진실도 아니었다. 우리는 가로등이 없는 골목길을 걸을 때에도 두렵지 않았다. 이제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당신은 당신의 방식대로 나를 사랑했다.' 그 꿈은 당신과 보낸 시간이 아니었을까.





제가 쓴 글과 브런치 글, 음악 추천을 메일로 보내주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눌러서 저의 메일레터를 구독해보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이전 21화 그녀의 슬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