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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Nov 08. 2021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


1.
은행잎이 피어났다. 은행나무는 가을볕 아래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노랗게 빛나고 있다. 이렇게 빛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견디었을까. 지난겨울부터 때를 기다리며 간직하고 있었을 마음이 떠올랐다. 길가에 누군가 낙엽들을 쓸어 모아놓았다. 그것을 살며시 밟고 지나가면 기분 좋은 소리가 난다. 소복소복 눈 밟는 소리보다 경쾌하고, 찰박찰박 빗물 위를 걷는 소리보다 포근하다. 부스럭부스럭. 바스락바스락. 가을을 지나는 소리.


2.
나는 감정이 없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다양하지 못한 표정과 뻣뻣한 말투, 게다가 먼저 마음을 보이는 법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기에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쓰는 글을 유난히 흥미로워한다. 평소에 드러내지 않는 마음을 글을 통해 헤아려볼 수 있다는 것 같다. "네가 이렇게 감성적인 사람인 줄은 몰랐어."라고 놀라는 사람도 있고, "너를 좀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내 안에 감수성이 있다는 건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나조차도 몰랐을 것이다.


3.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끈 김연경 선수는 위기 상황에서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라고 동료를 독려했다. 그 말을 요즘 나는 주문처럼 쓰고 있다. '할까, 말까'하는 고민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다. 그때마다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라고 외치면 새로운 의지가 생겨난다.


올 겨울은 아무래도 깊은 고민의 시기가 될 것 같다. 어쩌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앞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건 후회스럽지 않을 것 같은데,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후회가 나를 계속 따라다닐 거란 생각이 든다. 여든 살이 되어 지난 시간을 뒤돌아볼 때 나는 지금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할까. 그런 생각은 나를 가을보리처럼 흔든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이 주문이 아주 요긴할 것 같다.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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