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
1
"성용아."
"네, 할아버지."
"비가 오는 날에 바다에서 수영해 본 적 있니?"
"아니요. 비가 오는 날에 왜 수영을 해요. 비에 다 젖겠어요."
"기분이 정말 좋단다. 이왕에 비에 젖었으니까 기분 좋게 수영할 수 있는 거란다."
2
"너희는 여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왜요, 할아버지? 같이 들어가면 안 돼요?"
"우리가 그걸 들고 가면 가게 주인이 얼마나 속상하겠니. 할아버지가 금방 사 갖고 오마."
3
4
"할머니."
"응."
"혹시 할아버지 기억나세요?"
"기억 안 나."
"이름도 기억 안 나세요? 윤 종자 구자 쓰셨는데."
"기억 안 나."
"얼굴도 기억 안 나세요? 예전에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우리랑 같이 살았었잖아요."
"나는 너희들밖에 기억 안 나."
"아이고, 할머니. 그래도 할아버지랑 몇십 년을 같이 사셨는데…"
"늙어서 그렇지... 사람이 변하는 거지,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