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이어 두 번째 인터뷰였다. 저녁 8시, 청계천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장군이도 데려와야 할까요?'라는 물음에 '아니요, 혼자 오셔도 괜찮아요. 스트레스받지 않을까 걱정돼서요.'라고 사전에 말해놓았다. 그녀는 골든 리트리버 장군이와 여행하는 백패커(Backpacker)였다.
장군이와의 관계에 대해 그녀는 '전우애'라는 말을 썼다. 단순한 주인과 반려견의 관계는 아니었다. 함께 한계를 극복한 동료의 느낌이었다. 서로를 응원하고 기뻐하고 토라지기도 했다가도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그런 동료. '반려견과 주인은 서로 닮나 봐요.'라는 물음에 '장군이가 저를 따라와 주는 거죠.'라고 그녀가 웃으며대답했다. 나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 이런 관계가 평범한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놀랐던 것이 또 하나 있었다. 그녀는 자칫 무모해 보일 정도로느껴지는 열정을 갖고 있었다. 장군이와 함께 강원도로, 제주도로, 스위스 몽블랑을 건너고도 올해는 미국에 다녀온단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는지 물었다. 그녀는 매우 오랜 시간 망설이다가 말했다.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본다면... 잘 모르겠어요. 그냥 하면 돼요.그냥 하고 싶으니까 위험을 감수하는 거예요." 그래, 사실은 내가 너무 안전하게 살아왔을지도 모르겠다.
도중에 울컥했던 순간이 있었다. 아마도 대형견과 여행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다. 가장 힘든 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라고 한다. 모두가 동물을 좋아할 순 없겠지만, 대놓고 불만스러운 말을 듣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을 땐 속상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장군이는 비행기에 잘 탔어요.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항공사 직원의 한 마디에 울음이 터졌단다. 아마도 그동안의 서러움과 고마움이 동시에 와락 쏟아졌으리라. 그 말을 하는 인터뷰이의 눈에서도 눈물이 고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인터뷰 내용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글 실력이 부족해서였다. 내가 보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목소리는 녹음을 하고 말은 받아 쓰면 된다. 그러나 그 표정과 얼굴색과 눈물은 어떻게 기억하며 곧게 담아낼 수 있을까. 참 아쉽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