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응원해
어느 날 회사에서 한 친구가 어디선가 받아온 아보카도 씨앗을 키우기 시작했다. 반쯤 갈라진 아보카도 씨앗은 이쑤시개를 꽂고 일회용 커피 컵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렇게 해야 잘 자란대요?'라고 물으니 친구는 인터넷에서 본 것이라고 했다. 고객사와 통화하고, 수많은 리포트를 쓰고, 때로는 기쁜 일도, 힘든 일도 겪으면서 친구의 아보카도는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일회용 컵 위에서 쉴 새 없이 바쁜 우리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아보카도는 서서히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아보카도를 키우던 그 친구는 아보카도를 들고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갔다.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환영받는다고 느끼게 해 준 좋은 친구였는데, 좋은 사람 곁에서 아보카도도 잘 자라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얼마 전 나도 아보카도를 하나 먹으려고 샀다. 오픈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답시고 아보카도를 잘라서 올려봤지만, 밖에서 파는 것처럼 겉면이 매끄럽지 않아 조금 섭섭했다. 맛은 좋았다. 구운 토스트 위에 반숙 달걀을 올리고, 아보카도를 슬라이스해 올린 후 후추 가루를 톡톡 뿌리면 근사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남은 아보카도 씨앗을 보며 그 친구가 생각나 나도 그 씨앗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미 아보카도를 자르며 씨앗에 난 상처가 있으니 그 부분을 잘 맞춰서 일회용 커피 컵에 넣어줬다. 돔형 리드를 거꾸로 놓으면 딱 물이 찰랑찰랑하게 아보카도를 잠기게 할 수 있다. 수돗물에 예민하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이 거친 세상에 그 정도는 수용해야 하기에 수돗물을 주었다. 아보카도도 내 의견을 수용해 수돗물에서도 뿌리를 내렸다.
뿌리가 난 씨앗은 화분에 심어주면 좋다고 해서 다이소에 가서 삼천 원짜리 화분을 사 왔다. 흙은 죽어버린 여러 식물들에게서 조금씩 갈무리했다. 씨앗에 흙을 잘 덮어주고 양지바른 곳에 놓아두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싹이 올라오지 않았다. 좋은 말을 해주거나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 잘 자란다기에(초등학교 과학 실험 과제) 카도라고 이름 붙이고 말도 걸어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온도가 문제라는 가족의 지적에 기어이 카도를 방으로 들였다. 며칠이 지났을까, 카도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뿌듯함, 신기함, 따뜻함이 모두 느껴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쁨이었다. 나는 왜 이런 것에 기쁨을 느낄까. 싹을 틔우는 무언가를 보는 기쁨. 소소해 보이지만 실존하는 마음이다. 카도는 한 번 싹을 틔우더니 쑥쑥 자랐다. 햇살을 맞으며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있는 카도의 모습을 보면 나도 미래에 대한 묘한 희망이 생기게 된다. 언젠가 틔우고 싶은 나의 싹 또한 소중하게 응원하고 아껴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