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데 어떡해요.

by 조세핀

누군가는 안 자고도 살 수 있다지만 내게 잠은 참 소중하다. 세계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루에 잠을 두세 시간만 자고도 쌩쌩하게 움직여 세계를 정복하고,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고, 뛰어난 업적들을 세웠다지만 나는 잠이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다. 얼마나 잠자는 것에 죄책감을 느껴댔으면 '잠은 죽어서도 잔다' 이런 말까지 있는지 모르지만 나에게 수면 시간 확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렇게 잠을 소중하게 이야기했지만 그렇게 오래 자는 것도 아니다. 여섯 시간 정도 자는데, 특히 새벽 두 시에서 여섯 시 사이에는 눈을 감고 있어야 한다. 언제부터 이런 습관이 굳어졌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때문에 여섯 시에 일어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다섯 시 반에 일어나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왠지 화부터 난다. 다섯 시 반에 일어나면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다.


잠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잠을 제대로 안 자면 내가 어떻게 되는지 알기 때문인 것 같다. 약 세 단계로 나누어지는데, 첫 번째 단계는 '몽롱한 상태'다. 사람들의 말이 잘 들리지 않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단계로 반쯤 자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두 번째 단계는 '하이퍼 모드'로, 거의 초능력자처럼 일을 처리한다. '쟤 어제 밤샌 애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갑자기 뛰어난 판단력과 실행력으로 모든 일을 진행시킨다. 세 번째 단계는 '방전'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 저 아래 발바닥에 있는 힘까지 몰아서 썼기 때문에 완전히 배터리가 나간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때는 반드시 집에 가서 자야 한다.


나는 나의 이런 상태를 잘 알기 때문에 웬만하면 밤을 안 새우려고 하고, 웬만하면 일을 해가 떠 있을 때 처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나와는 달리 회사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은 야행성이라서 해가 지고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집에 가고 싶은데 굳이 플랜이나 제안서를 업무 시간 이후에 쓰자며 나를 붙잡았다. 나는 일과 시간에 시간을 쪼개고 전력을 다해 내가 맡은 부분을 모두 했는데, 본인들이 써야 할 부분이 잘 안 떠오른다며 집에 못 가게 했다. 그럼 집에 가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고, 회사에 남아 그 제안서가 끝날 때까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냥 회사에 다니는 것뿐인데 남들의 바이오 리듬까지 신경 써야 한다니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도 나를 늦게까지 잡아두면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분명히 불편한 구석이 있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잠을 포함해 삶이 어떠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이 나에게 맞는지는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깨달아 가는 것 같다. 언제 일어나고, 일어나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 무슨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맞이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매번 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꿈꾸는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이나 나와 비슷하게 사는 사람을 보면 배우고 싶고, 나는 이렇게 산다고 가끔은 떠들고 싶기도 하다.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요즘, 내가 가고자 하는 회사가, 그 회사의 사람들이 어떤 바이오 리듬으로 움직이는 지도 좀 살펴봐야겠다. 똑같진 않더라도 필요할 때는 서로에게 맞춰줄 수 있는, 서로 다른 사람임을 인정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고,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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