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노래
신기하다. 오늘 꼬막비빔밥에 대해 쓰는 날이라고 생각 못했는데, 점심에 꼬막비빔밥을 먹었다. 내가 회사 근처 음식점 중에서 한 세 번째 정도로 좋아하는 식당인 <풍국면>에서 꼬막비빔밥을 사 먹은 것이다. 미역, 톳 같은 해초와 함께 약간의 간장 소스가 들어간 꼬막비빔밥인데 쌈박하게 맛있다. 그곳에 가면 거의 그것을 시켜 먹는다. 칼로리도 크게 높을 것 같지 않다. (이제 고추장 소스 베이스로 변한 것 같다. 2023년 3월 기준. )
내가 꼬막을 처음으로 제대로 먹은 건 엄마가 데려간 노량진의 순천가식당에서였다. 무려 벌교 꼬막을 시켜준 엄마는 내게 꼬막을 먹어보라고 했고, 난 그 꼬막(cockles-발음이 한글이나 영어나 아주 독특하다.)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신선했고, 담백했으며, 묘한 감칠맛이 있었다. 그날 이후 난 꼬막에 뭔가 씌었는지, 꼬막을 먹을 기회만 있으면 먹으려고 했다.
강릉에는 유명한 꼬막 집이 있다. 바로 <엄지네 포장마차>다. 거기 꼬막비빔밥은 엄청나게 맛있다. 고추를 뭉텅뭉텅 썰고, 와 이게 다 꼬막이야?라고 할 정도로 많은 양의 꼬막이 달큰 매콤한 양념으로 비빈 밥 위에 놓여있다. 강릉에 놀러 갔을 때 친한 언니들과 먹었는데, 배불렀지만 남기기 싫을 만큼 맛있게 먹었다. 그 뒤로 동생과 가서도 또 사 먹고, 서울에 체인점이 생기자 또 사 먹었다. 정말 물어보고 싶다. '왜 이렇게 맛있게 만드셨어요?'
어떤 날엔 꼬막에 미쳐서 꼬막을 벌교에서 직접 샀다. 2 키론가 산 거 같은데... 껍데기채로 온 그 꼬막들을 삶아서 하나하나... 살을 발라냈다. 꼬막이 너무 먹고 싶어서 이렇게 했는데, 이렇게 하고 나니 꼬막 비빔밥이 더 귀중하게 느껴졌다. 다 이렇게 발라냈다는 생각을 하니 꼬막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만큼 꼬막살을 빼내려면 엄청나게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 가격이 아주 이해가 됐다.
꼬막비빔밥을 찬양하는 노래도 있다. 예전에 동대문 근처에서 행사를 하고 그 근처 생선구이 집에서 저녁을 먹은 적이 있는데, 거기 있는 식당 중 하나에 ‘꼬비’라는 제목의 노래 가사가 적혀 있었다. 아니... 꼬막비빔밥을 얼마나 좋아하면 노래를 만들지? 재밌었다. <아내의 밥상>이라는 식당이라는데, 다음에 가봐야겠다.
나는 왜 꼬막을 좋아할까. 특별히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같이 먹어준 사람들이 좋아서 인 것도 분명히 있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들이랑만 꼬막을 먹는다. 호호. 놀랍게도 그렇다. 맘에 안 드는 사람이랑 풍국면에 가면 꼬막 비빔밥을 안 시켰던 것 같다. 좀 무섭지만 정말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꼬막은 이름이 귀엽다. 꼬마에 기역만 붙였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귀엽지? 꼬막아~ 꼬라는 단어 자체가 귀엽다. 꼬. 또 맛의 측면에서 생각해보자면 쫄깃함과 부드러움의 공존하는 맛이라고 할 수 있다. 무늬가 새겨진 가장자리는 쫄깃하고, 속 안은 부드럽다. 그 자체의 감칠맛도 있다.
꼬막을 좋아해서인지 싫어지기 싫어서 검증되지 않은 꼬막 집은 가지 않는다. 한정식 집에 반찬으로 나오는 꼬막도 먹지 않는다. 모 식당의 꼬막 비빔밥은 맛이 없다고 해서 가지도 않는다. 뚝심 있게 내가 먹어본 집만 간다. 얼마 전에 실수로 아무데서나 꼬막 비빔밥을 시켰는데, 맛이 없었다. 정말 어려운 것이다. 꼬막 맛과 양념의 맛을 모두 살리기란. 세상에 꼬막비빔밥이 있고 내가 있음을 감사하며, 오랫동안 먹을 수 있도록 건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