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보이의 뒷 이야기
카페에 앉아 있으면 어느 때는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듣는 게 아니라 듣게 된다. 게다가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남들의 이야기가 왜 이렇게 잘 들리는지.
가끔은 듣고 싶지 않아서 이어폰을 끼기도 하지만
가끔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괜찮은 배경음악이 된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 여느 때처럼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고 있는데, 직장인들로 보이는 무리가 들어왔다. 네 명 정도였던 거 같은데, 넷 중에 한 명이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모양이었다. 날씨가 좋네요, 여기 커피 맛있네요, 출근할 때 얼마나 걸리세요, 취미 같은 거 있으세요, 같은 질문이 서로 오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신입사원으로 보이는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꺼내야 할지 조금 고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그가 고심하다 입을 열었다. 그 말이 완전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 말들의 잔상이 남아서 돌고 돌아서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 그에게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는 게임보이가 있었다고 한다. 자신은 부모님께 사달라고 했지만 사주지 않으셨다고.
나에게도 그때 당시에는 가질 수 없었던 것들이 몇 가지 있긴 하다. 이제는 유행이 끝난 것 같긴 하지만 옛날에는 하나 사 먹기도 힘들었던 그 포켓몬 빵을 한풀이하듯이 사고, 그 안의 띠부띠부씰을 모으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만큼의 그 감동을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속이 풀리는 것 같기도 하다. 좋아하는 가수의 CD나 보고 싶은 잡지, 먹고 싶은 떡볶이도 이제 살 수는 있지만 뭐랄까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는 듯하다. 이제는 더 이상 갖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그 말에 공감해서 그랬는지, 봄이 막 찾아올 무렵 카페에서 잠깐 들은 그 문장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 문장에서 태어난 어떤 인물이 마음대로 내 마음속에 등장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이렇게 게임 보이의 주인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