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를까, 혹은 잠길까?
파도에게서 빠져나갈까? 아니면 가라앉을까?
태양에게 첫 만남의 인사를 건넬까? 아니면 가라앉을까?
구름들에게 도움을 청해볼까? 아니면 가라앉을까?
새들이 들려주는 얘기를 드러나볼까? 아니면 가라앉을까?
조금만 더 헤엄쳐볼까? 아니면 가라앉을까?
저 지평선에는 빛이 떠오르는 걸까? 가라앉는 것일까?
이 그림을 그릴 때,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정말 많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내 그림을 과연 누가 좋아해 줄까?, 나는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일까?, 이 길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다면, 어떻게 그려야 하는 걸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질문이 끝나면 항상 하나의 물음이 남았습니다.
"그림을 포기해야 할까?"
그런 시기에 우연히, 한 서퍼가 파도 속에서 찍은 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거센 파도 속에 떠 있는 서퍼가 파도에 잠기기 직전 마주한 그 너머의 아름다운 풍경이 왠지 제 삶과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있는 힘껏 헤엄치며 나아가고 있지만 정말 이 파도를 벗어날 수 있을까 싶었던 순간, ‘이제 그만해도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고개를 들어보니, 지금 이 고비만 넘기면 분명 저 앞엔 더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이 마음속에 피어났습니다. 그리고 문득, ‘지금 포기하는 건 너무 아쉽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그 파도 속을 헤엄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그때 제가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 두려움과 망설임, 희망, 그리고 아주 작은 용기까지 그 모든 것을 꾹꾹 눌러 담아 완성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