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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영 Sep 05. 2021

너는 살았음 좋겠어

단편 / 눈처럼 차가운 계절이 오면



너는 살았음 좋겠어.


너무 무겁지 않게 살았으면

너무 어렵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어.


가볍게 떠다니는 빛과 먼지처럼 희미하게라도 살았음 좋겠어. 물결처럼도 좋으니 살아 있으면 좋겠어.


온 세상을 토하고픈 때에

그곳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하고 흐느끼는 모습을 상상하면

떠올리면 네 아픔이 너무 가련해서.

그러니까 난 네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이 싫어서 옅은 농도라도 좋으니 살아줬음 하나 봐.



네가 그랬음 좋겠어.

내내 녹지 않는 눈을 치워줄게. 그러니

아플 일 없었으면 좋겠어.




-a의 말에 저 멀리 박힌 행성에서 j가 고갤 들었다.



j는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보았다. 새벽의 고요함이 썰물처럼 지나가고 찾아온 어수선한 공기에 

그 안에 섞인 먼지에 바람에.


j는

가만히 있었다.

그냥 가만히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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