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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yman Aug 10. 2020

2. 근육병 환자로서 걷기에 대하여

최근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조금씩 짧아지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근육병을 앓는 사람들은 점차 근육이 손실되어 현재의 근육량을 유지하거나 손실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가장 최선입니다.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근력운동을 하게 되면 오히려 근육이 줄어드는 일이 생기는데 이는 근력운동으로 인해 찢어진 근육이 정상적인 사람은 그 자리에 새로운 근육이 생기며 근육량이 늘어나는데 반해 근육병 환자의 경우 찢어진 근육은 없어지는 근육이 되어 오히려 근육의 손실을 빨리 하게 된다고 하네요.


제가 만나고 있는 의사는 그래서 운동으로 걷기 또는 수영을 추천하였습니다. 하지만 수영은 직장을 다니며 하기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하루에 일정량의 걸음수를 채워보려고 하는데 걷는 것이 쉽지 않으니 이 역시 마음먹은 대로 쉬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 한 번에 걷는 거리가 짧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힘들지만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먹는 동안 쉬고 돌아오는 동안에는 가는 것과 오는 것의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힘들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점심을 먹는 동안 회복이 다 안되어 돌아오는 길이 너무 힘든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문제는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간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들이 무언의 보조를 맞추어 준다고는 하나 그들이 저의 속도로 걷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심적인 부담도 커지고 그들을 최대한 따라가려 하니 더 힘든 일인 듯합니다.

점심시간외에는 다른 사람과 함께 걷는 일은 많지 않아 그나마 부담은 없습니다. 하지만 외근을 나가는 일이 생기면 곤란하긴 하지만요. 얼마 전 광화문 근처로 외근을 나간 일이 있습니다. 위치상 종각역에서 내려 서울 세무서 방향으로 걸어가야 했는데 지하철에 자리가 없어 한참을 서서 가게 된 게 문제가 되었습니다.(아직은 서있는 모습은 멀쩡해 보여 양보를 받는 건 불가능합니다.)


힘이 많이 빠진  상태에서 힘겹게 거래처 도착 즈음 다리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미팅 시간은 다가오고 다리는 쉬 움직이지 않고 마음은 초조해졌죠.  한참을 건물 앞 화단에 걸터앉아 10분 정도 쉬고 나니 다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곳은 1년 전까지만 해도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 이제는 많이 힘든 길이 되었네요.


이렇게 계속 걸을 수 있는 거리가 계속 짧아지니 마음이 복잡합니다. 하지만 계속 걸으려 합니다.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계속 걸으려 합니다. 다만 천천히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속도로 , 한 번에 걷는 거리가 짧아지더라도 나 만의 속도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알기에 천천히 걸으려 합니다.


아직은 걸을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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