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e
체중이 이번 여름에만 9kg이 줄었다.
- 적어놓고 보니 9kg이나 빠질 살이 있었다는 게 더 대단하다. -
폭염 속에 미친 듯이 한강을 뛴 결과다.
작년 여름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만큼 올여름 폭염이 대단했다는 것인지, 현기증이 날 만큼 거리와 시간으로 무작정 밀어붙인 러닝의 위력인지 모를 일이다. 이러나저러나 1~2kg만 더 빼면 지옥의 PT를 받던 시절 몸무게를 회복한다. 욕이 나올 때까지 쥐어짜던 PT였는데 폭염 속 러닝이 또 다른 지옥이었나 보다.
매일 같은 시각에 뛰는데도 무서운 속도로 어둠이 깔린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뛰는 사람도 많아져서 폭염으로 620까지 떨어졌던 페이스는 525까지 올라왔다.
페이스를 보고 가을이구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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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가 꾸준하게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고 성취할 수 있는 건 오직 운동뿐인 모양이다. 그렇게 몸무게가 9kg이 빠졌음에도 허탈하다. 내 의지대로 이룰 수 있는 게 뛰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서 참 공허한 하루다.
사진 출처: Unsplash의 Mary W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