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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표 Oct 06. 2023

이상한 관음


가만히 벌을 관찰한다.

아침에도 봤는데 오후가 한참 지나도록 갈 생각이 없다. 온종일 여기서 논다.

뭐 먹을 게 있는지 여기 앉았다 저기 앉았다 혼자 분주하다.

우리 집에선 제법 흔한 식물인데 이 아이에게는 남다른 모양이다. 같은 꽃인데 굳이 옮겨 다니며 흔적을 남긴다. - 이것이 진정한 족적인가.-


친구 없이 혼자 온 아이라도 집에 들일 수는 없어 창문을 열지 못한다.

화분도 덩달아 가을볕에 혼쭐이 난다.


일주일 사이 앞 건물에서 두 집이나 이사했다.

우리 건물도 한집이 새로 이사를 온 모양이다. 카톡이 알려줘서야 알아챈다. 정작 앞 건물에서 이사하는 건 보여도 우리 건물 사람 들고나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이상한 관음이다.


다들 움직인다.

비어버린 앞집 거실을 보고 있자니 내방과 연결된 것 같이 휑하다. 두 공간을 한 번에 통과하듯 바람이 분다.

홀로 덩그러니 남아버린 기분이다. 나만 두고 이사를 간 것도 아닌데 빈집에 혼자 남아 울고 있는 아이 마냥 두렵다.


무서운 벌,

너라도 놀다 가라.



사진출처: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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