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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Oct 11. 2021

친구들이 시댁에 놀러왔다!

최남단에서 최북단으로 올라온 나그네들과 함께


때는 바야흐로 10월을 맞이하는 첫 날.

중학교 시절부터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 두 명이 우리집에 놀러왔다.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온 뒤, 후암동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우리 시댁인 양주로 놀러가는 일정!



근데 사실 친구 두 명이 아니라 인생 17개월 차를 돌파한 친구의 딸까지 함께 했다. 우리집에 온 최연소 방문객이기 때문에 나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웰컴 선물로 뽀로로 가방을 선사하며 낯선 집과 요상한 이모, 삼촌들의 경계를 풀어주고자 했다.


일단 받고 볼게..


흡족~


다행히 유설이는 가방이 마음에 든 듯 했다.

사실 유설이는 서울에 오기 전부터 감기를 한참 앓고 있어서 컨디션이 그닥 좋지 않았다.

가뜩이나 낯선 환경에서 불편했을텐데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콧물이란.. 그녀를 더 힘들게 했다.


콧물이 주르륵... 의자는 남편이 유치원생 때 앉던 의자인데 우리집으로 옮겨온 뒤 처음으로 그 용도를 발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귀엽게 하루를 잘 묵었다.


잘 자는 유설



아닌가..?




이튿날 아침엔 남편이 차돌박이 된장찌개를 끓여줬다. 즉석에서 무친 각종 나물 반찬들과 함께!

2박 3일 간 여러모로 참 많이 고생해준 순이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하트)





사실 이런 만남은 참 흔치 않은 것 같다. 나도 아직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조합(?)이다. 친구들이 우리 어머님을 너무 좋아했고, 한 번 더 뵙고싶다고 말해왔었다. 그리고 흔쾌히 집으로 초대해준 어머님덕분에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다.




갑작스레 개냥이가 되어버린 고양이들과 함께


도착하자마자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친구들이 사온 케잌들과 모찌를 흡입. 어머님이 친구들을 위해 주문해주신 테이블 세트를 아주 요긴하게 활용했다. 도시인 친구들은 그냥 가만히 앉아있을 뿐인데도 매우 즐거워했다는 후문.




어머님이 닭장에서 꺼내온 따끈따끈한 청계알을 자랑 중이신 모습





저녁은 마당에서 바베큐를 해먹었다!

손수 밭에서 야채를 따오시고 고기까지 다 사두신 어머님.. 다시 한 번 존경을...!




유설이가 계속 칭얼거리자 어머님이 오은영 박사님으로 변신해 아주 적극적으로 놀아주셨다.

아이 돌봄 교육을 하고 계시는 어머님답게 유설이와 가장 친한 사이가 됐다. 그리고 그 후로 할머니만 쫒아다니던 유설이였는데 이건 혹시 내 친구의 큰 계획인가..?




밥 먹은 후에 탁구 한 판! 할머니 껌딱지 유설도 참관





집에 잘라놓은 나무들이 많아서 캠프파이어도 했다!

어머님, 도련님과 함께 세 시간 가까이 불멍을 하며 이런저런 인생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엔 친구들이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을지 걱정도 좀 됐었는데 그건 괜한 걱정이었고..^^ 수험생인 친구 1은 이후로 시댁앓이를 종종 했다. 언젠가 나없이도 시댁에서 어머님이랑 수다떨고 있을 그런 느낌..





다음날 아침. 마법의 땅콩잼과 양주에서 만든 자체 딸기잼을 듬뿍 바른 토스트를 친구들에게 먹였다. 맛이 없을 수 없는 환상의 맛을 본 친구 2는 다음날 이 땅콩잼을 주문했다.




일주일 내내 흐렸었는데 친구들이 지내는 동안은 거짓말같이 날이 맑았다. 역시 럭키걸의 친구들답다.




어딘가 어색해보이는 둘





어색..




1차 대화 시도




2차 시도





극적타결!!!!





점심으론 따끈한 북엇국과 함께 어머님표 고등어조림과 새우, 오징어 튀김. 황홀햇..!




꼭 가을방학같던 2박 3일의 시간이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을 남겼다.

'즐거운 추억'이라고 표현하기엔 너무 상투적일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즐거운', '추억'이 된 시간들.

오랫동안 간직했다가 가을이 돌아올 때마다 생각하며 지내야지. 아! 너무 좋았ㅇ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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