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망가진 것과 약한 것을 구분하자
망가진 것과 약한 것은 다르다. 망가진 것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고, 약한 것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거나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둘 다 부서져 보일 수 있지만, 그 본질은 정반대다. 약한 것은 아직 가능성을 품고 있고, 망가진 것은 가능성을 잃은 상태다.
약한 것을 망가졌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아이가 넘어지는 걸 보고 고장났다고 하지 않듯이, 약한 것은 보호하고 다듬어야 할 대상이다.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조금씩 강해질 수 있다. 반대로, 망가진 것은 성장의지가 아니라 붕괴를 품고 있다. 어떤 노력을 해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망가진 것을 약하다고 착각해도 안 된다. 망가진 것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입은 것이다. 고쳐서 쓰려 해도, 애초에 바탕이 무너졌기에 결국 다시 깨진다. 그럼에도 망가진 것을 애써 감싸 안으려 할 때, 우리는 더 큰 상처를 입는다. 무너진 것을 억지로 일으키려 하다가 함께 무너질 수도 있다.
스스로를 바라볼 때도 이 구분이 필요하다. 내가 약한 것인지, 망가진 것인지. 약하다면 다듬으면 된다. 실수를 인정하고, 넘어질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시도하면 된다. 하지만 망가졌다면, 먼저 멈추고 치유해야 한다. 계속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멈추고 구조를 다시 세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타인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약한 사람에게는 기회를 주고, 격려할 수 있다. 하지만 망가진 사람에게는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망가진 이들을 무턱대고 구하려고 하면, 나 자신도 무너진다. 연민은 필요하지만, 구분은 더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망가진 것과 약한 것을 구분하는 눈은, 세상을 견디는 힘이다. 이 구분이 없으면 헛된 연민에 빠지고, 스스로를 소모한다. 사랑에도, 우정에도, 일에도 이 감각은 반드시 필요하다. 나를 살리고, 세상을 건너는 데에 이보다 중요한 지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