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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코 Oct 23. 2024

[100-92]집에서 즐기는 직업 체험 7탄_메이크업

아이는 화장에 관심이 많아요. 피부에 좋지 않으니 하지 말라고 잔소리가 턱까지 올라오지만 꾹 참아요. 만약 허락하지 않으면 숨어서 화장하고 다닐게 뻔하잖아요. 밖에서 화장을 진하게 하고 집에서는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는 그런 모습 보고 싶지 않아요. 그냥 하고 푼 대로 속 편하게 두어요. 아이의 머리는 저보다 앞서가기에 제가 막는다고 일이 해결될 거라 판단하지 않아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저는 회사 다니는 동안 화장을 하지 않아요. 오래된 화장품을 써서 인지 선크림, 비비크림을 바르고 회사에 출근하면 저녁 5시쯤에 눈이 따가워요. 시간이 지나서 인지 땀이 나고 더워서 화장품이 녹아 눈에 들어오는지 눈을 부비다가 너무 따가워 일하기 힘들어요. 또 립스틱을 바르면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면서 컵에 둥둥 떠 있는 빨간색 조각들을 보면 별로예요. 컵에 립스틱 자국이 남는 것도 싫고요. 뜨거운 커피 마시면서 플라스틱 립스틱도 같이 먹게 되어 되도록 화장을 안 하고 맨얼굴로 출근해요. 누군가 저에게 예의 없이 립스틱을 안 바르고 다닌다고 이야기한 직원이 있었어요. 살짝 충격을 받았지만 아침에 출근할때 글쓰느라 화장할 시간도 없고 화장해서 불편하니 안 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아이는 달라요. 화장대 위에는 라이너, 립스틱, 화장솔, 콤팩트 등 저보다 화장품이 더 많아요. 화장해서 꾸미고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을 좋아해요. 특히 화장을 하면 사진이 잘 나온다며 좋아해요. 예쁜 사진을 찍으려고 화장을 꼭 해요.
아이는 특별한 날이 되면 변신을 해요. 주말에 친구들과 인생 네 컷을 찍으러 간다며 화장을 곱게 해요. 눈썹 파마를 한다고 푸른색 집게로 눈썹을 잡아 올려요. 눈썹 파마 덕분에 치켜뜬 눈이 조금 무섭기도 하네요. 눈은 부라리고 있으며 앞머리는 헤어롤로 돌돌 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해요. 입술은 연한 분홍으로 물들이고 붉은색으로 볼 터치를 해서 마무리해요. 점점 어른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아이가 조금 부담스럽기도 안타깝기도 하며 그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학교에서 사복 데이가 있는 날이면 화장을 곱게 해요. 인스타그램의 인기녀가 되어야 한다며 아침부터 난리 법석이네요. 옷에 맞는 콘셉트로 화장 들어가요. 수수하게 화장한 아이의 얼굴이 참 고와요. 한 편으로는 꾸미는 것을 귀찮아하는 저를 닮지 않아 참 다행이라 생각해요.
주말에 결혼식이 있어요. 아이가 전날부터 화장을 해준다고 했어요. 깨끗한 얼굴을 하고 의자에 앉아 있으면 본인의 화장품으로 얼굴을 정성껏 두드려줘요. 스킨, 로션을 발라주는 아이의 차가운 기운과 보드라운 손길이 너무 기분 좋아요. 선크림, 비비크림 등 얼굴에 바르는 종류도 다양하네요. 저의 두꺼운 눈두덩도 아이 덕분에 호강하네요. 화사하게 화장한 거울속의 제 모습이 조금 낯설기도 하네요. 오랜만에 화사하게 화장하니 저의 달라진 모습에 기분이 업되어 젊을적에 남편과 팔짱 끼고 연애하던 생각이 떠오르네요. 곱게 화장한 제 모습을 보며 아이의 솜씨에 감탄하며 종종 아이에게 특별한 날이 되면 화장을 부탁해 보려고 해요. 이 정도면 아이의 미래 직업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어도 충분하다고 판단되지 않으신가요?


날마다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자고요.

아이의 화장대에는 저보다 화장품이 더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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