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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코 Oct 25. 2024

[100-95]집에서 즐기는 직업 체험 10탄_육상선수

남편과 저는 마라톤을 좋아해요. 아이들이 어릴 적 남편은 10km를 띄고 저는 유모차에 앉은 아이와 5km를 달리다가 걷다가 놀면서 즐기며 하남에서 하는 아이다스 마라톤 대회를 매년 참가했어요. 이런 달리기 집안 덕분인지 둘째 딸은 달리기를 좋아해요. 공부보다 달리기, 피구, 발야구 등 몸으로 하는 운동을 좋아해요. 아이의 운동 사랑을 이야기드릴게요.


육상 선수

아이는 어릴 적부터 놀이터에서 기저귀를 차고 놀아요. 제가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시어머님은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로 내려와요. 아이가 너무 어려서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으니 당연히 긴 시간을 놀이터에서 놀려요. 아이에게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 할머니 옆에서 혼자 미끄럼틀에 축축한 천 기저귀를 차고 올라가요. 동네 엄마들이 "어머나, 어린애를 저리 방치하다니."라고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해요. 시어머님은 늘 이야기하세요. "애들은 흙을 만지고 살아야 한다."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시어머님이 아이를 어찌 대하는지 알 수 없어요. 그저 아프지 않게 밥 잘 주면 된다는 생각에 딱히 시어머님에게 잔소리하지 않아요. 크게 사건사고가 아니면 그냥 꿀떡 삼키고 넘어가요. 밖에서 잘 놀면 그만이에요. 타잔처럼 자유롭게 노는 아이는 놀기를 참 좋아해요. 달리기 좋아하는 것이 엄마, 아빠를 닮아서인지 모르지만 운동을 잘해요. 쉬는 날에는 어김없이 동네 아이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피구를 해요. 동네 엄마들이 지켜보면서 딸에게 운동선수를 시키라고 말해요. 저는 조금 부끄러워서 얼굴을 돌리지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학교 체육 선생님이 아이에게 조용히 이야기해요.


너, 티볼 선수 해볼래?


학년이 올라갈수록 새롭게 만나는 체육 선생님들마다 아이에게 운동하기를 권해요. 남편은 반대를 심하게 하네요. 여자아이는 곱게 키워야 한다며 운동하기를 반대해요. 운동하면서 격해지거나 험한 꼴 보고 싶지 않다면서요. 아이를 그만큼 사랑한다는 뜻인 건 알지만 동네에서도 체능인으로 인정하고 체육 선생님들이 권할 만큼 아이에게 운동 잘하는 체질이 몸 깊이 있다고 믿어요. 이번에는 아이의 달리기 사랑을 이야기드릴게요.

아이는 학교에서 열리는 운동회를 준비해요. 달리기 계주에 선출된 아이는 독보적으로 달리기를 잘하니 달리기 선수로 뽑혀요. 물론 학교에서 축구하는 남자 아이들을 넘어 설 수는 없어요. 저도 아이가진 부모이니 그 정도는 잘 알고 있어요.

아이는 일주일 전부터 연습을 해요. 달리기를 잘하기 위해 엄마나, 아빠를 저녁에 불러들여요. 달리기를 위해 초를 재고 서로 달리면서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요. 스트레칭하면서 달리기를 위해 맹 연습을 해요. 아이는 달리는 동안에 심장이 쿵쾅거리는 느낌을 즐긴다고 해요. 달리면서 느끼는 무아지경의 상태가 좋다는 아이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 아이를 지지하며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열심히 저녁마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따라가요. 대회의 마음을 다진다며 손목 아대와 머리띠가 필요하다는 아이의 말에 살짝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아빠는 아이가 원하면 무엇이든 들어줘요. 손에 쥔 아대를 차고 아이는 운동회를 참가해요. 엄마가 직장에 다니니 옆에서 아이의 행적을 졸졸졸 따라다니며 지켜보고 싶지만 쉽지 않아요. 운동회를 못 간다고 아침에 이야기하고 왔으나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씩씩하게 달리는 아이를 그저 상상하는 수밖에 없어요.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띠링 문자가 오네요. 동네 엄마가 수집한 아이의 달리는 모습이 사진 속에 곱게 담겨 있어요. 아이가 선수처럼 결의를 다지며 달리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네요. 엄마 없이도 씩씩하게 달리는 아이가 멋지네요. 손등의 1등 도장을 품을 아이를 저녁에 꼬옥 안아주려고요. 혼자서도 잘 해내는 삶을 살아가는 아이의 모습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요. 달리기를 즐기며 아이가 살아가는 나날들에 뿌리를 땅속 깊숙히 내리며 바르고 예쁘게 쑥쑥 자라나기를 바래요.


공부보다 진로가 먼저다.


아이의 표정은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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