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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떡 Aug 05. 2020

워킹맘의 운동시간 찾기

아이를 낳고 복직하면서 내가 포털사이트에 검색한 단어들 중 빈도수로 치자면 '워킹맘 운동'이 상위권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의 나에게 운동이란 '활력', '다이어트'에 가까웠다면 워킹맘이 된 내가 하는 운동은 체력을 위해서였다. 퇴근 후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어지자 '아, 진짜 운동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면서 운동을 하자니 가장 힘든 것이 운동시간 찾기였다. 처음엔 하고 싶은 운동을 고민했는데 나중에는 내 시간에 맞는 운동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운동시간은 아침(새벽), 점심, 저녁, 주말 등 다양한 시간대를 시도해보았다. 아직도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지만^^; 시간대별로 해 본 내 경험을 적어본다.

아래 글은 코로나 19 전 상황까지 다 포함해서 적었다. (요즘은 센터에 다니는 운동은 자제하는 편이다.) 나는 미취학 아들 2명을 키우고 있으며, 첫째는 아침형 인간이고 둘째는 저녁형 인간이다. (형제가 안 닮기로 써니 이런 것까지..!) 추가로 나의 경우엔 친정, 시댁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대신 남편과 나의 육아 참여도가 거의 같은 편이다.



1. 새벽 운동

첫째를 낳고 선택했던 운동 시간대였다. 나는 당시 아침형 인간이었으므로 엄청 힘들지는 않았다. 아침 6시 파워요가를 다녔었는데 몸을 쭉쭉 펴주니 하고 나면 너무 상쾌했다. 그리고 나와 같이 일찍 나와 운동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자극도 되고 기운도 났다. 그래도 겨울에는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어서 수업을 종종 빼먹었다. (새벽 5시 반, 칠흑 같은 어둠과 온몸이 꽁꽁 얼 것 같은 추위와 맞서 싸우며 문밖을 나서는 것이 어찌나 괴롭던지!)

하지만 둘째를 낳고 나는 더 이상 아침형 인간이 아니었다. 체질이 변했는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어졌다. 억지로 일어나 운동을 하면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웠다. 게다가 아이 둘 등원을 전담하게 되면서 아침은 전쟁터다.ㅠㅠ

아침 운동의 장점은 시간 확보에서 유리하다는 점이다. 아침에는 큰 변수가 없는 편이고, 아침 일찍 운동을 하고 나면 하루의 숙제를 다 끝낸 기분이라 개운하다. 단점은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이 있을 경우 이마저도 힘들다는 점이다.(하아...) 게다가 새벽 타임에 열리는 운동 강좌가 많이 없다.


2. 점심 운동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저녁에는 변수가 많아서 고민하던 중, 회사 근처 필라테스 센터에서 점심 운동도 가능하다고 해서 다녀보았다. 단체 강습은 없고 개인 강습만 가능해서 비용이 비쌌다. 게다가 나의 경우엔 밥이 너무 중요한 사람이라서 일주일에 한 번만 다녔다. 점심시간이 딱 한 시간이라 운동 전 급하게 영양바 한 개 베어 물고 가거나, 운동 후 급하게 우유랑 샌드위치를 거의 마시다시피 했다. 결국 밥 때문에 1~2달 하다가 포기했다.

운동 강좌 등록하는 방법 말고 회사 근처를 걷는 방법도 있다. 나의 경우엔 운동보다는 리프레시 개념으로 종종 걷는다. 다만 이 경우의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거나 쪄 죽을 것 같은 날씨에는 산책을 안 하는 게 심신을 위한 길이다. (쓰다 보니 운동을 안 할 수 있는 핑계는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ㅎㅎㅎ)

점심 운동의 장점은 아이들의 영향이 없다는 점, 집에 있다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서 운동을 빼먹을 확률이 낮다는 점이다. 단, 점심에 부서 회식(모임)을 많이 하는 경우라면 곤란하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짧거나 나처럼 인생은 밥심이지! 하는 사람은 운동을 하다가도 우울할 수 있음... 점심 운동을 같이 하는 동료가 있었더라면 이 시간대에 좀 더 오래 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3. 저녁 운동

저녁 운동은 2가지 옵션이 있다. 아이들이 자기 전 하는 운동과 아이들이 잠들고 하는 운동. 아이들이 잠들고 하는 운동이 가족들에게는 가장 이상적인데... 둘째가 밤 10시 반 ~ 11시(더 늦으면 11시 반;)에 잠들어서 문제였다. 아이들이 늦게 잘수록 내 운동시간과 취침시간이 미뤄지므로 아이들에게 극도로 짜증을 내게 된다.ㅠㅠ

이건 아니다 싶어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운동을 했는데 일단 집에 들어오면 다시 나가는 길이 굉장히 힘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퇴근 후 아빠,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반갑고 소중할 텐데 미안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혼자 케어하는 남편에게도 미안하고.

저녁 운동의 장점은 하루의 마무리와 함께 하니 운동하고 씻으면 최고로 상쾌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일찍 자면 시간 활용도 면에서도 좋은 것 같다. 단점은 아이들이 늦게 자면 나처럼 화가 날 수 있다는 점, 저녁에 변수가 많은 경우(야근, 출장, 회식 등) 운동을 빼먹게 된다는 점이다.


4. 주말 운동

평일에는 운동을 거의 안 하다가 주말에 몰아쳐서 운동을 하는 방법이다. 자유수영, 헬스 등 주말반을 운영하고 수강료에 차등을 두는 경우도 종종 있다. 주말 운동의 경우 토, 일 다 운동에 할애하기는 어려웠다. 아이들과 토, 일 하루 중은 온전히 보내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말에는 유독 놀고 싶어 져서 늦잠도 자주 잤다. 나에겐 정기적으로 하는 운동보다는 가끔 필 받아서 하는 운동이었다.

주말 운동의 최고 장점은 평일에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 좋다는 점이다. 지인의 경우 동호회에 가입해서 인맥도 쌓고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단점은 어린 자녀들이 있는 부모의 경우 주말 운동은 부담될 수 있다. (그리고 뭔가 주말은 '가족과 함께' 해야 될 것 같음..)


5. 틈새 운동

나는 의지가 약해 못하지만 회사 분들 중에 종종 이 운동을 적극 활용하는 분들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10층 이내는 계단으로 다니기, 회사는 걸어서 출퇴근하기, 날씨가 어떻더라도 점심에 꼭 걷기, 회사에서 간식 안 먹기(내 기준 이게 최고 대단!ㅎㅎㅎ) 나보다도 하루를 더 쪼개고 쪼개서 쓰시는 분들인데, 이렇게 생활하는 걸 보면 참 존경스럽다. 나도 언젠가.. 언젠가는...




'에이, 다 아는 내용이네' 싶겠지만 나는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야 하는 사람이므로(우리 엄마가 나한테 자주 했던 말이다ㅋㅋㅋ) 시간대별로 다 해봤다. 물론 상황에 따라 나와 장단점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요즘의 나는 어떤 시간대에 운동을 하느냐면, 평일 아침에 2분, 일주일(주말 포함)에 2~3번 저녁 운동을 한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플랭크 2분을 한다. 일주일에 1번은 저녁에 필라테스를 가고, 일주일에 두 번 저녁에 30여 분을 걷는다. 사실 많은 운동량은 아니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내 시간이 좀 더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아, 아이들과 같이 운동을 다녀도 좋을 것 같다.

워킹맘의 경우 무엇보다 시간이 모자라서 운동 자체도 사치라고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시간을 할애해서 운동을 하시면 좋겠다. 나의 경우 워킹맘 첫해에 체력이 극도로 떨어져서 쓰러진 적도 있다. 결국 그 피해는 나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넘어왔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숨어있는 시간을 잘 찾아서(만들어서) 다이어트가 아닌 건강을 위해 작은 운동이라도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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