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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떡 Mar 11. 2021

동료가 퇴사하던 날

친한 동료가 퇴사했다. 본인이 우선순위를 두는 조건에 맞추어 이직을 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땐 아쉬움보다 기쁜 마음이 더 컸다. 마치 내 일처럼 흥분해서 휴대폰을 붙들고 방방 뛰었더랬다.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동료였다. 처음에는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업무를 하며 부딪힌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 일을 계기로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뭔가 각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서로의 스타일을 인정하게 되었달까. 내가 가지지 못한 장점을 그 동료는 가지고 있었다. 이심전심인지 그 동료도 나에게 같은 말을 했다.


코로나로 인해 송별회는 소박하게 이루어졌다. 4인 이하로 식사를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헤어짐이 아쉬워 숙소를 잡고 둘이서 밤새 회포를 풀었다. 같이 일했던 시기, 결혼하고 서로 아이를 낳고 키우던 일들, 입사 시절까지 이야기의 주제가 끊임없이 바뀌고 이어진다. 마치 한국에서 미국을 경유했다가 중국으로 되돌아오는 식이다.


"지금이라도 마음 바꿀 생각은 없어?" 수십 번 축하 인사말을 건네 놓고 갑자기 저 말을 툭 던졌더니 무슨 소리냐는 표정이다. '예의상 한 번은 말려야 될 것 같아서.' 시답지 않은 농담에도 서로 마주 보며 깔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즐거운 시간일수록 더 빠르게 흘러간다. 시계는 조용히 바퀴를 빠르게 돌리고, 헤어질 시간은 금방 다가왔다.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은 회사 사람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생각해왔다. 친구들과 달리 예의를 갖추고 말을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매일 8시간 이상,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하다 보면 친구 못지않게 의지하고 힘이 되는 사람들이 생긴다. 회사 일에 벅차고 억울한 날, '이게 말이 되냐며' 함께 흥분하고 '야, 밥 사줄게 나가자'를 외치는 동료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애정은 최고조에 이르고 만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그런 좋은 동료들이 나간 자리는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텅  비어있는 책상처럼 내 마음도 헛헛하다. 좋은 동료들이 원하는 곳으로 가는 일은 정말 잘된 일이지만,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우스개 소리로 '나랑 친하면 다 나간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남은 동료가 '이제 내 차례인가?'라고 받아친다. '아, 안 돼….'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또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아쉬움을 꾹꾹 삼켜내겠지.


좋은 사람들을 나가게 만든 회사가 원망스럽다가도, 회사 덕분에 만난 인연이 있음에 감사한다. 있는 동안에 더 잘해줄 걸 하는 아쉬움보다도, 퇴사 후에도 먼저 문자 한 통 보내보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감히 우리 회사에게 말해두는데, 나한테 잘해줘라. 이러다간 언젠가 내 차례가 올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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