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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럴 섹스..? 그게 뭔데ㅠㅠ?

공적인 곳과 사적인 곳의 만남

by 찡따맨


인간의 감각과 탐미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입술은 섬세하면서도 예민한 부위 중 하나다. 나만의 언어를 창조하기도 하며, 사랑을 전하는 첫 번째 수단이기도 하다. 입맞춤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고, 미소를 통해 감정을 나누기도 한다. 더 나아가 입술은 신과 인간의 언약, 사랑하는 사람 간의 서약에 닿게 하여, 신성한 신체 부위이기도 하다. 그런 입술이 상대의 은밀한 신체 부위에 닿는다는 것은 단순 쾌락적인 행위가 아닌, 신뢰와 유대의 서사에 가깝다.





"나도 하고 싶다고..!"

그녀의 목소리는 가볍게 떨렸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손으로 내 손을 꽉 쥔 채 앉아 있었다. 가느다란 손가락 끝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어깨는 살짝 움츠러들었다.

입술을 삐죽이며 뾰로통한 얼굴을 한 그녀는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 하지만 그 표정 너머로 묘한 떨림이 스쳤다. 꼭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처럼 볼이 부풀어 있었지만, 눈가에는 묘한 간절함이 묻어났다.


"미안..."

나는 무거운 분위기를 깨고자 가볍게 웃으며 말했지만,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녀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졌고, 단호하게 잘라낸 내 말에 불쾌함을 느꼈는지 천천히 눈을 가늘게 떴다. 입술 끝은 미세하게 떨렸다.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려던 감정을 억누르는 듯,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하.. 아니~ 내가 해주고 싶다니까?"

그녀는 천천히 한 손을 들어 긴 머리를 쓸어 올렸다. 가녀린 손가락이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리며 은은한 향이 퍼졌다. 움직임은 우아했지만, 손끝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잘못 건들면 한 대 맞을 것 같다는 찐따 경보가 울렸다.


"미안... 바빠."

나는 조심스럽게 짧은 숨을 내쉬고 시선을 밑으로 돌렸다.


"지금 무슨 말 하는거야? 뭐가 바쁜데?"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느긋한 척했지만, 가슴 속에서 서서히 끓어오르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렇게 목소리는 이전보다 단단해졌고, 살짝 올라간 눈썹은 도전적인 빛을 띠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긴 속눈썹 아래 가려진 시선은 더할 나위 없이 너그러웠다. 그녀는 촉촉한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가 다시 다물어지며, 그녀는 애써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난 여기저기 키스하느라 바빠. 네가 하면, 난 내가 원하는 곳에 키스할 수 없잖아. 지금 키스하고 싶은 곳이 아직 많이 남았어. 미안. 그럼 나는 가볼게."


그 순간 그녀는 '역시 이 새키는 찐따가 맞았네.' 같은 벙찐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난 말을 마침과 동시에 몸을 그녀를 향해 낮췄다. 그녀의 손은 반사적으로 내 어깨를 움켜쥐었고, 그녀의 몸이 살짝 떨리는 게 느껴졌다. 쇄골 아래, 그녀의 심장 소리가 내 귓가를 스쳤고, 가볍게 떨리는 숨결이 내 머리카락을 스칠 때 즈음, 그녀의 복부가 미세하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내 입술이 더 깊은 곳에 닿았을 때 그녀의 손끝은 내 머리카락을 가볍게 움켜쥐고 있었다.






오럴 섹스, 공적인 신체와 사적인 신체의 만남


우리는 얼굴을 통해 나를 인식하고 상대를 구별한다. 보고, 듣고, 말하고, 먹고, 숨 쉬는 행위로 삶을 영위하는 만큼, 눈, 귀, 입, 코는 가장 공적인 신체 부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성기는 정반대이다. 바지에 팬티까지 입어 꽁꽁 감춰야 하며,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 금기시된다. 이 지점에서 얼굴과 성기가 만나는 오럴 섹스는 단순 성적인 행위를 넘어 더 깊은 메시지를 품고 있다.


어린 시절 우리는 신체의 모든 부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부모님이 기저귀를 갈아주고, 손과 발을 닦아주는 과정에서 우리의 몸은 그 자체로 사랑받았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 사회가 부여한 테두리 안에 놓이게 된다. 그렇게 드러내야 할 신체와 감추어야 할 신체가 명확하게 구분된다. 여기서 오럴 섹스는 그 경계를 무너뜨리는 상당히 대담한 행위다. 사회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둘만의 테두리를 견고하게 갖추는 행위라 볼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상대가 꽁꽁 숨겨놓았던 사적인 신체 부위를 나의 가장 공적인 신체 부위가 모여있는 얼굴이 맞닿는 일인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상대의 성기는 나에게 가장 공적인 신체가 되는 것이다.


여러 문화 콘텐츠에서 볼 수 있듯, 입맞춤은 사랑의 서곡이다. 그런데 입술이 성기와 닿는 순간은 단순 입맞춤보다 더욱 극적인 선언이 된다. 상대의 공적인 부분을 넘어, 은밀한 부분까지 받아들이고 존재를 내면 깊숙이 새기겠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가지만, 오럴 섹스의 순간만큼은 기존의 가면과 격식을 모두 벗어던진 신뢰와 헌신에 가깝다. 이는 단순 육체적 교감을 넘어, 상대의 가장 깊은 내면을 응시하려는 순수한 몰입 상태라 할 수 있다.


물론 누군가는 오럴 섹스라는 탐미적인 행위를 쾌락으로 단정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행위가 품고 있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관계를 단단하게 엮는 촉진제에 가깝다. 타인의 가장 숨겨놓은 부분을 입맞춤을 통해 받아들이는 의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상대가 가장 부끄럽게 여기는 곳, 다시 말해 가장 연약한 곳을 보호하며, 신뢰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한 몸짓으로 볼 수 있다. 과거의 어느 찐따가 전 여자친구에게 끊임없이 키스를 했던 이유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겠다.


우리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신체를 관리하며 결함을 감추려 한다. 오럴 섹스는 이 이분법을 완전히 허물어뜨린다. 가장 신성하고 소중한, 공적인 신체부위인 입술이 은밀하고 냄새날 수 있는 신체와 만나는 건 문명과 야만이 맞닿는 것이며, 이성과 감각이 교차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오럴 섹스는 기존 금기의 경계를 허물고 둘만의 국가를 세우는 행위에 가깝다. 표면적으로 보면, 상대방의 가장 사적인 부분을 입술과 혀로 탐닉하는 일이지만, 가장 취약한 부분을 아껴주는 행위다.


섹스를 하나의 쾌락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런데 각 행위의 자체에 대하여 깊게 파고 들어가면 쾌락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포용하겠다는 가장 본능적이면서도 원시적인 선언이며, '너의 취약한 모든 곳을 나는 품어줄 수 있어.' 와 같은 신뢰와 사랑의 서약이기도 하다.



물론 누군가는 그딴거 필요 없다. 오럴 섹스는 그냥 입술과 혀의 움직임만이 중요하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사랑스러운 눈빛이 기본값이라는 지극이 개인적인 생각.


오늘은 특별히 돈가스를 먹어야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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