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확장이 아닌 동일성을 찾는 사람들
사랑을 음과 양의 조화라 한다. 이는 단순 서로 다른 두 성의 조화를 넘어, 서로 다른 존재, 가치, 생각이 함께 어우러져 사랑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의 연애를 들여다보면 음과 양의 조화는 옛말이 되어버린 듯하다. 데이팅 앱을 보면, 공통된 관심사, 가치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연결되는 걸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보다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는 연애의 본질이 단순 감정의 교류를 넘어, 유사한 성향을 지닌 사람들끼리 더 강하게 결속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자기 확장의 과정이다. 그런데 비슷한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자기 확장의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다양한 가치와 경험을 받아들일 여지도 줄어든다. 물론 나와 완전히 같은 사람은 없다. 그래서 비슷한 취향, 가치를 지닌 상대여도 연애 초기에는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기 확장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경험의 기회가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연애와 결혼이 안정적인 관계 형성을 넘어, 성정과 확장의 기회가 되려면 새로운 경험을 함께하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났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연애를 하다가 권태기가 발생하는 이유도 관계를 통해 자기 확장이 멈췄을 때 발생하는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현대 연애 방식은 오히려 자기 동일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왜 비슷한 사람과 만나려 하는가?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점점 더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과 만나려 하는 것일까? 현대 연애에서 중요한 요소는 정서적 안정감과 공감대 형성이다. 이를 반영하듯,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을 향한 "너 T야?", "T발놈아" 같은 유행어가 등장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이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다. 요즘 사람들은 상대의 사고방식과 정서적 반응을 이해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과거에는 연인이나 배우자의 취미를 받아들이고 양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처음부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만나 서로 양보할 필요가 없는 관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조금 격하게 표현하자면 동화 속 왕자님과 공주님이 행복하게 살 것 같은 이상적인 결혼 생활에 대한 환상이 아닐까.
하지만 연애와 결혼 생활에서 공통된 관심사와 안정성만 추구하는 방식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인 간의 자기 확장을 위한 활동이 관계 만족도와 친밀감, 결속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 확장을 통해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는 태도는 관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근육 발달에 도움을 준다. 반면 나와 비슷한 사람과 만나려고만 하면 갈등 상황에서 관계 지속의 어려움으로 받아들이고 쉽게 포기하려 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 연애 알고리즘과 자기 동일성 강화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시대가 낳은 연애 방식일 지도 모른다. SNS, 유튜브, 틱톡 등의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특정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사회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취향을 분석하여 책을 추천하고, 음악을 들려주며, 영상을 제공한다. 이제는 만남조차도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즉, 점점 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기 쉬워진 것이다. 이는 안정감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동일성을 강화하여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를 줄일 수 있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연애, 결혼을 통해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 그러나 결혼 후의 사랑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두 사람 사이에 생길 아이는 완전히 다른 취미와 생각을 가진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과 다른 존재인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다양한 가치를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다양한 시선과 가치를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은 새로운 경험과 가치 교류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고로 연애는 단순 안정감만을 추구하는 관계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과 가치 교류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안정감을 원한다면 불알친구를 찾아가거나, 친구가 없다면 조부모님이나 부모님을 찾아가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연애의 변화, 그리고 사랑의 의미
현대의 연애는 점점 더 자기 확장의 과정이 아닌,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찐따의 편협한 시선으로 현대인의 사랑을 보면, 사랑을 통해 더 나아진, 더 확장된 자신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나를 공고히 지키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가치관과 취미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서 심적인 안정감을 갖는 것보다 잘생기고 예쁘지만 나와 정반대의 사람과 만나면서 생각을 확장시키는 게 더 낫다.
물론 같은 취미를 즐기고 가치관이 맞는 사람과 미래를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성과 도전정신이 사라진다면 이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사랑이란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 안정감을 찾는 것도 좋다. 하지만 서로 다른 세계를 탐색하며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외면한다면, 절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없다.
오늘 아침은 샐러드 먹음ㅜㅜ
이유 - 아침에 문을 연 곳 중에서 그나마 맛있어 보이는 걸 파는 곳이 샐러드 가게 밖에 없었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