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의 글쓰기
청소년 글쓰기 교실에서 학생들이 쓴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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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연필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숨 쉬는 소리조차 조심스러운 이 시간,
수학 시험이다.
최대한 긴장하지 않고 시험을 시작하려했지만 실패다. 시험지를 받는 순간 두뇌는 긴장해서 활동을 멈춰버렸다. 두뇌가 멈춰버리니 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분명 쉬운 문제이다. 하지만 난 문제가 읽혀지지 않는다. 머리와 손이 당황해서 문제를 똑같이 썼다 지웠다 반복한다. 그때 옆에서 펄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몇 초 뒤에 사방에서 펄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내 앞, 내 옆, 내 뒤 친구들, 모두가 시험지를 뒤집는다. 벌써 앞장을 다 풀었나보다.
조바심이 난다. 긴장감은 2배가 되었다. 이미 문제를 보는 시각능력은 멈춰버리고 모든 신경이 청각에 집중된다. 앞에서 다리를 떠는 소리, 뒤에서 한숨 쉬는 소리, 옆에서 손을 탁탁거리는 소리, 모든 것이 나의 신경을 자극한다.
다시 힘들게 연필을 잡고 집중해 본다. 아까보다는 문제가 술술 풀린다. 하지만 문제만 술술 풀리고 답은 나오지 않는다. 다 구해놓고 마지막 부분을 해결하지 못해 끙끙 거린다. 일단은 다음문제로 넘어간다. 그렇지만 다음 문제도, 그 다음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뒷 문제들을 다 풀고 다시 풀기로 결정한다. 서술형 1번에서 도형의 부피를 구하라고 한다. 분명 서술형 1번은 수학선생님이 모두가 풀 수 있는 문제라고 하셨다. 그리고 이 문제를 못 푸는 학생은 병신이라고 하셨는데 못 풀겠다. 내가 보기에도 쉬워 보인다. 문제도 짧다. 하지만 난 못 풀었다. 식은땀이 귀를 타고 흘러내린다.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손이 떨려서 다른 문제를 풀지 못하겠다. 보이라는 문제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수학 선생님,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갑자기 시험시간이 10분 남았다는 안내방송이 들린다. 아직 제대로 푼 문제가 없는데, 당황하면서 앞에 남겨두었던 문제들을 살펴본다. 거의 반을 못 풀었다. 이성적인 생각은 멈추고 감정적인 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을 완전히 잠식시킨다.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기에 좌절과 우울 끝에 오히려 나의 마음은 편안해졌다. 어두워진 머릿속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발 디디는 대로 답을 찍는다. 한 문제, 한 문제 찍어내려 갈 때 마다 나는 더 어둠 속에 잠겼다. 끝나는 종과 함께 마킹을 다 끝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답지를 제출했다.
시끄러워진 교실 속에서 나는 조용히 엎드렸다. 어둠 속에 잠겼던 내가 보이지 않는다.
홀로 어둠속에 잠겼던 나는 바동거리다 지쳐 아예 어둠 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