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의 글쓰기
청소년 글쓰기 교실에서 학생들이 쓴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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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에 일어났다. 알람이 울려서 일어난 게 아니라 새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새소리를 따라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거리는 조용했다. 나뭇잎에 매달려 있던 아침 이슬이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뿌연 안개가 나를 감싼다. 축축하지만 부드럽다. 신선한 새벽의 공기가 나의 폐 속을 가득 채운다. 세상이 멈추고 오로지 나 혼자만 깨어있는 곳에서 아침의 상쾌함을 느꼈다.
산책을 마친 후 아침을 먹었다. 뜨끈뜨끈 된장찌개에 나물 반찬들이 오늘의 아침이었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식사를 학교 가는 날에 아침식사로 먹게 되다니, 얼마나 알찬 식사인가! 아마 점심시간까지 배부를 거 같다. 아침을 다 먹었는데도 아직 등교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다. 마침 학교의 아침도 궁금하여 일찍 등교하게 되었다. 걸어서 학교를 등교했다. 내가 걸어서 학교를 간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등교의 즐거움인가! 푸른 하늘을 관찰하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관찰하며, 출근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여유롭게 학교로 향한다. 7시 53분과 7시 55분 사이에 횡단보도를 아슬아슬하게 건너며 학교를 향해 단거리 달리기를 하던 평소와는 너무나도 다른 등굣길이다. 미소가 입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땀 뻘뻘 흘리고 학교 교실에 들어가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은행에 버금가는 차가운 바람은 나의 땀을 모두 앗아간다. 그리고 다 식은 등 뒤에 얇은 담요 하나 걸치니 또 이렇게 안락할 수가 없다. 팔에 팔베개 하나 놓고 가볍게 고개를 베게 위에 내려놓고 슬며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들려오는 선생님의 조곤조곤한 중국어 소리. 그녀의 목소리가 나의 숙면을 완성시킨다.
중국어 선생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중국어 시간의 숙면이 나의 학교 시간을 알차게 만든다.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샛길을 따라 걷는 데 오래 선곡이 좋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리듬을 탄다. 노래에 빠져 걷나 보니 벌써 집 엘리베이터 앞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잘 익은 고기 냄새가 내 코를 파고들고, 희미한 수다스러운 소리가 내 귀를 파고든다. 피식. 미소가 절로 생긴다. 분명 우리 집에서 새어 나온 것이다. 빠르게 도어록을 풀고 집으로 들어간다. 역시, 우리 집이 맞다. 가족 모두가 집에서 이야기판을 벌리고 있었다. 다들 한 손에 맥주 한 캔씩 들고 고기를 굽고 있었다. 나도 자연스럽게 그 사이에 껴서 한 손에 물 한 컵 들고 한 손에 고기 한 점 들고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계속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계속 행복함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