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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Nov 12. 2018

착시효과 (단편소설) #1

오징어땅콩의 글쓰기

청소년 글쓰기 교실에서 학생들이 쓴 글을 소개합니다. 
관련내용은 OZGZ.NET에서 볼수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ozgz/1509


프롤로그


나는 그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곧 도착한다는 답장이 온다. 

크게 켜 놓은 음악 소리 너머로 파도 소리가 들린다. 파도는 절벽과 부딪치며 점점 그 소리를 키운다. 나도 이에 맞서듯 핸드폰 볼륨을 키운다.

노래 가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기타는 칼로 기타 줄을 긁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소음으로, 드럼은 망치로 벽을 두드리는 둔탁한 소음으로, 목소리는 여름날 벌레들처럼 짜증 나게 울려댔다. 

눈은 어디에 둘 지 몰라서 마구 흔들렸다. 그러다 보이는 불빛. 너무 강렬해서 눈이 보이지 않는다. 한 번 깜빡인다. 그러자 불빛이 사라져 준다. 다시 혼자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새의 날갯짓처럼 옷이 펄럭인다. 살에 느껴지는 시원한 공기. 기분이 좋아진다. 곧 머리를 찌르는 두통이 나를 일깨운다. 기분이 나빠진다. 

입 속에서 방금 마신 커피가 느껴진다. 숨을 들이마신다. 달콤한 커피 향이 코를 건드린다. 숨을 내뱉는다. 씁쓸한 커피가 돌아온다. 

몸이 너무 생생하다. 내 주위 모든 것이 느껴진다. 살아있다는 것이 이렇게 신기한 느낌이었는지 헷갈린다. 이렇게 살아있지만 마음은 엄청나게 공허하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바람에 떠밀리듯 암벽에서 떨어진다. 

더욱 세차진 바람이 다시 한번 내가 살아있다고 외친다.

입안을 가득 채웠던 커피가 몸 밖으로 나간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나간 느낌이다.

두통이 사라져 간다. 훨씬 차갑고 무거운 바닷물이 머리를 채운다. 몸이 차갑다. 

눈은 안 떠진다. 물이 눈을 채운다. 밝은 불빛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강렬하지 않았다. 흐렸다. 모든 것이 흐려 보인다.

노래가 서서히 사라진다. 시끄러운 기타, 둔탁한 드럼, 괴상한 목소리. 그 전부가 사라진다. 귀에서 울리는 것은 고요함뿐이다. 그 고요한 밤하늘에 나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내뱉는다.


“그 아이들은 지금쯤 나를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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