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역사문화기행 3기 #19
여행에서 돌아가는 길은 사실 별 이야기할 것이 없기도 합니다. 아마도 가장 무료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신기하고 낯선 것이 좀 익숙하나 했는데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아침부터 일찍 짐을 꾸렸어요. 비행기 시간이 여유가 있지만 그래도 공항까지 가는 시간 하며, 공항에서 이것저것 수속을 밟을 생각에 좀 서두르기로 했습니다. 커다란 버스를 빌려 돌아가는 길은 좀 수월합니다. 짐은 잘 꾸렸는지, 빠뜨린 물건은 없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지난번처럼 여권을 놓고 가는 일이라도 있으면 큰일이니까요.
시안 시내에서 공항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우리는 시안 남쪽에 숙소를 둔 바람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어요. 버스 안은 생각보다 조용합니다. 다들 여독이 쌓였는지,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서 그런지 눈을 붙이고 있나 봅니다. 그래도 깨어있는 몇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 내륙의 주요 도시, 시안과 청두를 오간 것이 인상 깊었어요. 서북쪽의 시안과 서남쪽의 청두는 모두 손꼽히는 대도시입니다. 중국의 대도시가 대부분 해안가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좀 특이한 경우이지요. 오가는 길에 물어보니 시안의 택시기사는 시안이, 청두의 택시기사는 청두가 내륙 제일의 도시랍니다. 저마다 자랑과 긍지가 있는 탓이겠지요.
시안은 천년의 고도답게 도시 곳곳에서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면 청두는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까요? 물론 단편적인 부분을 보고 이야기한 것이지만, 대륙을 가로지르며 두 도시를 비교해보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여행에 참여하신 분 가운데 한 분은 예전에 사업차 중국을 여러번 와보셨다고 해요. 의류 사업을 하는 바람에 광저우 등을 오갈 일이 있으셨다네요. 그런데 몇년 사이에 중국이 많이 변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씀하십니다. 특히 옷차림이 많이 달라졌다네요. 한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곱씹어보니 정말 그렇네요. 저야 패션을 잘 모르는지라 별로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는데 실제로 많이 변한 것은 분명합니다. 예전에는 옷차림만으로도 중국 사람과 한국 사람을 쉬이 구분할 수 있었는데 이젠 도무지 구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겉모습만 보아서는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어요.
이러한 변화는 많은 사람이 은연중에 생각하는 '중국의 후진성'을 다시 따져보아야 한다는 현실을 일러줍니다. 여전히 중국을 두고 '후진국' 혹은 여전히 뒤처진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중국을 직접 둘러보고는 그런 생각이 과연 옳은가 질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중국의 발전이 대도시에 편중되어 있다는 지적도 맞는 말입니다. 우리의 70~80년대 같은 지역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는 나라입니다. 중국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을 모아 중국에 가자고 한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중국이 '현재이자 미래의 숙제'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미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어요. 게다가 지정학적으로 우리와 가까운 탓에 이 커다란 나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 이 나라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느냐 하는 등등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적 숙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더 큰 문제는 앞으로가 아닐까 싶어요. 과연 미래의 중국과는 어떤 관계를 맺을까요? 미래의 중국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중국의 변화는 앞으로 우리에게 또 어떤 질문을 던질까요? 현재 세계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 게다가 바로 이웃한 나라라는 점을 생각할 때 분명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주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앞으로 중국이라는 나라가 끼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지 않을까요? 적어도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배울 것이 많은 청소년에게 중국을 일찌감치 경험하도록 해주는 것이 귀한 선물이 되지 않을지. 더 넓고 다채롭게 세계를 보는 눈을 키울 수도 있을 테구요. 그래서 이렇게 한 겨울 중국을 찾았어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좀 일찍 도착한 바람에 좀 기다려야 합니다. 헌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네요. 제 대학 은사님을 뵙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이쿠!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한국에서도 뵙기 힘든 분을 이국 땅에서 뵙다니. 대학 졸업 이후로 손에 꼽을 정도로 뵈었는데 시안 공항에서 뵙다니. 이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또 다루어야겠습니다.
항공권을 받고, 짐을 부치고... 다행히 중요한 일은 다 마쳤습니다. 이제 시간에 맞춰 비행기에 탑승하기만 하면 됩니다. 짬이 남아 무엇을 할까 하다 공항 우체국을 발견했습니다. 엽서를 판매하고 있네요. 물어보니 국제 우편도 가능하답니다.
즉석에서 마지막 활동을 만들었습니다. 거창하게 이름을 붙이면 '나에게 쓰는 편지'라고나 할까요? 먼 이국 땅에서 나에게 편지를 쓰기로 합니다. 이 편지는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우리보다는 한참 뒤에 도착할 거예요. 이국 땅에서 고국에 있는 나에게 쓰는 편지. 집에 돌아간 나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이 있을까요.
편지도 쓰고, 모든 준비도 마쳤으니 이제 비행기에 오르기만 하면 됩니다. 저는 홀로 시안에 남아 일행과 작별 인사를 했어요. 상하이로 넘어가 다른 팀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랍니다. 일주일 정도 매일 본 사람들을 떠나보내니 나름 묘한 기분입니다. 게다가 고국에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잘 가라며 인사를 하고 있으니...
이렇게 우리의 여행은 끝났어요. 모두 돌아와 여행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을 짧게 언급해둡니다. 집에 돌아온 뒤에도 좋은 시간이었다고 찬사를 늘어놓으니 다행입니다. 낯선 나라를 경험한 시간이 귀한 재산이 되었을 거예요.
몇몇 친구들은 벌써부터 다시 중국에 가고 싶답니다. 글세요. 이렇게 함께한 사람이 모두 같이 떠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중국에 가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매우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이지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는 떠날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요.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함께 떠납시다. 이전과는 좀 다른 여정이어야겠지요. 뭐 괜찮습니다. 중국은 크고 넓은 나라니까요. 함께 가볼 만한 곳은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어요.
이렇게 우리의 여정은 마침표를 찍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적잖이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 배움이 귀한 토양이 되기를.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중국을 더 깊이 이해하는 디딤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