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중국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라면 2월 15일에 출국해서 3월 13일 경에 돌아올 예정입니다. 커다랗게 셋으로 나눌 수 있을 텐데, 하나는 청소년들과 떠나는 뤄양-카이펑-난징 코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성인들과 떠나는 시안-뤄양-카이펑 코스입니다. 둘을 합칠까 했는데 그래도 두 코스 모두 따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각각 다른 매력과 주제가 있는 코스이기 때문이지요.
중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능한 기획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특정한 지역을 콕 집어 그 주변에 있는 여행지를 돌아보고 오는 것과는 차별점을 두고 싶기 때문입니다. '인문'과 '고전'이라는 말을 붙인 만큼 배움이 있고 읽을거리가 있는 여행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저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 화려한 도시는 기획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공자와 중국의 근현대'를 주제로 '칭다오 - 취푸 - 태산'을 다녀왔습니다. 칭다오는 중국의 근현대 역사가 깃든 도시이지요. 한편 취푸는 공자의 고향이며, 공자를 기리는 문묘文廟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유가儒家의 성지라고 할까요? 태산은 중국의 역사, 신화와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곳입니다. 진시황과 한무제가 이곳에서 봉선 의식을 치르겠다고 했던 것으로 유명하지요.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중국의 여러 산 가운데 으뜸으로 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작년 2월에는 '서유기와 삼국지'를 주제로 시안西安과 청두成都를 다녀왔습니다. 시안의 옛 이름은 장안長安으로 중국의 여러 도시 가운데 옛 도읍지로 가자 오래 이름을 떨친 곳입니다. 중국의 3,000년을 보려면 시안을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지요. 시안은 실크로드의 기점으로, 서방 문물이 많이 들어온 곳이기도 합니다. 이슬람교도인 회족回族을 여럿 볼 수 있지요. 지금도 남아있는 웅장한 대안탑과 대자은사는 서역까지 넘어가 불경을 가져온 현장의 자취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청두는 이른바 삼국지의 성지로 불릴만한 곳이지요. 삼국지의 세 나라 가운데 촉蜀의 수도에 불과하지만, 삼국지 하면 촉 아니겠습니까? 무후사는 본디 유비의 무덤이었지만 제갈량을 기리는 사당으로 지금도 삼국지를 흠모하는 사람을 여럿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작년 겨울과 여름에는 루쉰을 키워드 삼아 '사오싱 - 난징 - 상하이'를 다녀왔어요. 사오싱은 루쉰의 고향으로 루쉰의 글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장소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삼미서옥이라던가, 백초원, <아큐정전>의 토곡사 등을 만날 수 있어요. 난징에서는 생각보다 루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렵게 찾아간 곳, 루쉰기념관이 중학교 안에 있어 들어가 볼 수 없어 발을 돌려야 했던 안타까운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중국 근현대사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도시였습니다. 상하이에는 루쉰이 마지막 살던 집, 루쉰의 무덤이 있습니다. 사오싱과는 좀 다르게 루쉰의 행적을 맛볼 수 있는 도시입니다.
지난 추석 연휴,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기 위해 약 보름간 중국을 다녀왔습니다. 본디 <삼국지>를 주제로 조금 깊이 있는 여정을 기획하면 어떨까 했어요. 뤄양과 쉬창을 주 목적지로 삼았었습니다. 뤄양(낙양)은 후한의 수도로, 동탁이 18로 제후들의 공세에 도시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후 조조가 권력을 잡은 뒤, 무너진 낙양을 수복하지요. 그보다 뤄양이 유명한 것은 관우의 머리가 묻힌 무덤이 있는 까닭입니다. 뤄양의 관림묘關林廟는 수많은 관우 사당 가운데 으뜸으로 칠만한 곳입니다. 쉬창(허창)은 조조가 근거지로 삼았던 곳이지요. 조조가 후한의 황제를 옹립하여 이곳으로 데려왔기 때문에 허도許都라고도 불렸습니다. 조조가 머물렀다는 조승상부와 조조가 관우에게 하사했다는 춘추루가 있는 도시입니다.
그러나 실상 목적한 바와는 다르게 좀 폭넓게 돌아보고 왔습니다. 함곡관 유적지가 있는 링바오도 다녀왔구요, 뤄양에서 쉬창을 넘어가는 도중에 등펑에 들려 소림사도 가보았습니다. 기왕 거기까지 갔으니 옛 송나라의 수도 카이펑을 가보라는 이야기에 카이펑도 들려보고 왔어요.
저야 여유를 가지고 다 둘러보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넉넉히 돌아다니고 왔지만, 똑같은 식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돌아다닐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짧은 시간에 가능한 인상적인 경험을 선물해줄 의무가 있으니까요. 하여 지난 여정 가운데 뤄양과 카이펑을 중심으로 삼아 여행을 기획하기로 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도 좀 바꾸었어요. 본래 정저우로 들어가는 방법을 생각했지만 워낙 항공편이 드물고 시간도 좋지 않아 각각 난징과 시안으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한 팀은 난징에서 바로 뤄양으로 들어가서 카이펑을 들려 나오면서 난징을 둘러봅니다. 이렇게 중국 고대 도시, 뤄양과 중세도시 카이펑 그리고 근현대사의 중심지 난징이 한 묶음이 되었습니다. 중국의 옛 도읍지 들을 둘러본다는 면에서, 중국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다는 면에서 꽤 나쁘지 않은 기획이라는 판단이었어요. 똑같이 돌 수도 있지만 한 팀은 시안에서 출발합니다. 앞의 코스보다 더 옛날부터 시작하는 꼴입니다. 역사라는 주제, 도읍지라는 장소에 주목할 수도 있지만 다음 팀은 인물에 주목해볼 예정이예요. 진시황의 도시 시안, 관우의 도시 뤄양, 포증(포청천)의 도시 카이펑 이런 식으로. 저마다 중국 역사와 문화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니까요.
그저 볼거리 위주로 중국을 여행하는 것보다는 이야기와 배움을 함께 엮는 것이 어떨까요? 중국은 도시마다 제 고유의 이야기를 갖고 있고, 역사와 문화, 철학이 깃든 다양한 유적지를 품고 있습니다. 이를 잘 엮으면 그냥 재미있는 여행보다는 좀 알찬 여정이 되지 않을지요? 물론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남들이 다 가는 곳에 가지 못하고, 멋진 볼거리를 놓치고. 그러나 모든 것을 다 보겠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여행 기획은 없답니다. 중국의 모든 것을 보려면 한도 끝도 없을 테니까요. 하나의 주제를 정하되 이를 다양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여행을 기획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래야 나중에도 많은 이야기가 남지 않을까요?
여행을 앞두고, 그리고 여행 도중에 이렇게 이야기를 좀 정리해볼까 합니다. 중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실제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간단한 기록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