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다. 사실 꽤 예전부터 강의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수차례 강의가 연기되었다. 하도 여러번 강의 일정을 변경해서 몇 번이나 미루었는지 가늠이 되지도 않는다. 미루고 미루다 결국에는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기로.
유튜브와 행아웃 두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했다. 유튜브를 통해서는 해당 학년 학생들이 강의를 들을 수 있고, 행아웃을 통해서는 독서 프로그램을 신청한 친구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
덕분에 유튜브 개설 이래 동접자가 최대 인원을 갱신했다. 약 200여 명! 게다가 구독자도 약 5% 증가! 유튜브를 통해 강의 및 세미나를 진행한 경험치가 있어서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행아웃을 이용하는 것도 낯설지는 않고. 허나 몇 가지 돌발 변수가 발생.
1.
행아웃으로 45명 가량이 접속했는데 조금은 어지럽더라. 각각 이름을 표기하기는 했지만 워낙 숫자가 많고 개인 사정이나 네트워크 상태에 따라 나갔다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 중간중간 자리가 바뀌었기 때문. 그래도 확실히 일방향적인 유튜브보다는 낫더라.
행아웃의 장점은 여러 명이 동시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 서로 오디오가 물려 조금 혼선이 생기기도 하지만 즉시즉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줌보다는 나았다. 접속 방식도 쉬운 편이고. 그러나 진행하다 보니 잡음이 많이 들린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참여자마다 오디오가 맞물려 있어 여러 소리가 함께 섞이기 때문. 게다가 이어폰이 아니라 스피커로 소리를 듣는 경우에는 강사의 목소리가 다시 입력되어 메아리처럼 울리기도.
결국엔 강사를 제외한 모두가 마이크를 끄고 강의에 참여하기로 했다. 허나 그 순간부터 스스로 꽤 당황했는데, 왜냐하면 혼자 허공에 두고 말하듯 적막을 느끼며 강의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일방향 통행으로 생각하고 강사만 이야기한다 생각했으면 모르겠는데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강의를 기획했더니 중간에 마구 꼬이더라.
현장 강의와 달리 인터넷 강의는 핵심만 간결하게 전달하는 게 좋을 듯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지를 슬라이드로 제공하면서 강의안을 또렷하게 읽는 것일 텐데, 그렇게까지 완성도 높은 강의 자료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 역시 해보면서 느는 수밖에.
2.
유튜브 동접자가 200여 명이 넘었는데 채팅창이 풍년이었다. 나는 별 개의치 않았는데 일종의 장난식 채팅이 올라와 조금 문제가 되었던 모양. 노무현의 생사를 묻는 채팅부터 이런저런 어지러운 이야기까지. 결국엔 채팅창을 막아두기로 했는데, 향후 비슷한 강의를 진행할 때에는 어떻게 할지 미리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겠다. 지금 생각으로는 채팅창을 그대로 놔두는 방식이 더 낫다는 생각.
소수의 특정한 행아웃 참여자와 다수의 불특정 유튜브 참여자를 이원으로 연계하는 방식을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채팅창 읽기도 꽤 재미있는 요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잘 살리면 전체적인 흐름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3.
예상치 못한 가장 큰 문제는 크롬을 이용한 행아웃 - 거기에 40명의 얼굴을 보기 위해 확장 프로그램도 설치했다 - OBS를 이용한 유튜브 방송, 키노트 강의안 이미지를 동시에 돌리는 것이 생각보다 리소스를 많이 잡아먹었다는 점. 뒤늦게 알았는데 노트북에 전원이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 것도 문제로 보인다. 전원이 부족하면 많은 리소스를 잡아먹는 경우 문제가 생기므로.
결국엔 마이크가 먹통이 되었다 풀렸다 하는 식이 반복되고, 약간의 버퍼링이 반복되었다. 결국 재부팅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했는데 유튜브 동접자들이 대부분 날아가고… 차후 녹화 내용을 보고 강의 내용이나 흐름을 모니터링해야겠지만 여튼 꽤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철저히 온라인 플랫폼에 리소스를 밀어주고 진행했다면 나았을까? 동접자가 많아서일까. 아니면 너무 시간이 길어서였을까. 네트워크 상황이 문제였을까. 정확한 진단을 내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 다시 경험해 볼 수 있으면 나을 텐데…
4.
그러니 또 기회가 있으면 더 잘 할 수 있겠지. 그러니 저자와의 만남이 필요한 각 학교의 선생님들 도서관 사서님들께서는 주저 말고 연락주시어요. 직접 가지 못하더라도 온라인으로 수업이 가능한 곳은 어디나 가능합니다. 제주와 한라, 독도와 남극, 해외 동포의 삶의 터전까지.
온라인 수업을 처음이라고 걱정하지 마시길. 간단한 가이드라인과 참여 방식을 매뉴얼로도 만들 수 있으니 저자와의 만남, 인문학 특강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랜선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대인강의 시대에 나름 깃발을 휘날려 보아야지요.
굳세어라 취투부! 널리널리 열려지길.
찌.야.요!
https://www.youtube.com/ZZiRA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