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글쓰기 워크샵 강사 인터뷰
‘글쓰기는 어렵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면 바로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렇게 반문하겠지요. ‘그래? 그럼 내가 왜 글을 못 쓰는데? 어렵지도 않은 일을 어려워하는 내가 못났다는 말이군!” 그러나 오해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글쓰기가 어렵지 않다는 건 글쓰기가 쉽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대로 글쓰기는 매우 힘든 일이예요. 실제로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글쓰기를 힘들어하지요. 문제는 어려워서 힘든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왜 우리는 글을 잘 쓰지 못할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글쓰기가 두려워서. 글쓰기의 장벽이 되는 건 어려움보다는 두려움입니다. 흰 백지를 눈 앞에 두고, 하얀 모니터 속에 껌벅거리는 커서를 보며 떨어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손에 전해질 때, 누가 내 글을 읽을 때 황급히 눈을 막고 귀를 막아 본 적이 있나요? 글쓰기는 어떤 공포를 동반합니다.
이 두려움의 근본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좀 깊은 통찰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다만 청소년에게 문제를 좁혀보면 다른 이유가 보입니다. 제 생각에 청소년이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평가 때문이에요. 시험 성적으로, 일상의 여러 행동으로 평가받는데 글마저 평가받으니 더 힘듭니다. 안 그래도 두려운 게 많은데 글쓰기까지 더해지니 두려움이 배가 됩니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쳐 주는가 하면 그렇지 않아요.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떤 글이 좋은지, 문장을 다듬고 글의 꼴을 갖추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쭈삣쭈삣 안 그래도 글쓰기 자체가 두려운데, 갑자기 거대한 무대 위에 나를 올려놓는 것 마냥 무턱대고 글을 쓰라고 해요. 그것도 매우 중요한 때에. 논술이니 자소서니, 하다못해 백일장이니. 이렇게 학교는 글쓰기의 두려움을 덜어주기는커녕 그 두려움을 배로 키워줍니다. 그러니 글쓰기 능력을 기를 시간이 없어요.
안타까운 현실이 여기서 벌어집니다. 글쓰기에 두려움만 가진 채 글을 써야 하는 상황에 끊임없이 내몰립니다. 글쓰기 능력을 기를 기회는 별로 주지 않으면서 청소년들에게 ‘자소서'라는 거대한 짐을 얹어 줍니다. 이를 수영에 비유하면 어떨까요? 안 그래도 물이 무섭고, 제대로 수영을 배우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생존 수영을 요구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청소년과 오래 만나다 보니 다양한 청소년을 만납니다. 그 가운데는 이 패배의 쓰라림과 실패의 두려움이 너무 큰 나머지, 글쓰기를 못하는 친구도 여럿 있었습니다. 더 안타까운 건, 무엇이라도 써야 거기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을 텐데, 아무것도 쓰지 못해 시작조차 못한 다는 점이지요. 물에 들어오지 못하면 수영을 배울 수 없는 것처럼, 글쓰기를 배우려면 무엇이라도 써야 합니다. 비록 두렵고 떨린다 하더라도 한 발짝 나서야 합니다.
‘글쓰기 클리닉’은 이런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 공부의 첫 단추를 꿰어 보자는 생각에서 마련했어요. 크고 넓은 바다가 두려운, 조금은 얕고 잔잔한 물에서 시작해야 하는 초심자를 위한 강좌입니다. 그래서 ‘나’라는 가깝고 쉬운 소재를 선택했습니다. 어쨌든 나에 대해서 우리가 많은 말을 할 수 있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내 경험, 내 꿈, 내 욕망 등등.
사실 우리는 일상에서 엄청나게 많은 문장을 생산하고 소비합니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문장을 읽고 쓰는지 따져보면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인터넷 기사, SNS 게시글, 카카오톡 메시지까지. 태반이 나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앞의 비유를 빌리면, 수영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출발해보자는 것이지요. 그래서 ‘나를 읽고 나를 쓰다’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물놀이를 많이 한다고 바로 수영할 수 있는 몸이 되는 게 아니듯, 그 많은 문자를 읽고 쓴다고 해도 글쓰기 실력이 늘지는 않습니다. 자세를 배워야 수영에 능숙할 수 있듯, 좋은 글쓰기를 위해서는 문장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깔끔하고 명쾌한 문장이 되도록 다듬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말이 안 되는 글, 뒤죽박죽 어수선한 글 대신 날렵하고 묵직한 문장이 되도록 끊임없이 다듬어 봅시다.
따라서 어느 정도 글쓰기가 익숙한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기본을 익힌 뒤에는 자기 스타일을 찾아야 하지요. 자기 문장을 보고 고치며 다듬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자기 문체를 갈고닦는 시간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평소 자신이 쓰던 것과는 좀 다른 문체로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를 익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청소년과 함께 공부하면서 매 학기 에세이집을 만들었습니다. 함께 몇 주간 글을 읽고 고치다 보면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정말 글은 고치면 고칠수록 끊임없이 발전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혼자서는 자신의 글을 고치는 게 잘 되지 않습니다. 누구든 같이 있는 게 좋습니다. 좀 다른 시각으로 자기의 글을 보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우리 공부 모임이 그런 자리이기를 바랍니다.
글쓰기 수업의 길잡이를 맡았지만 저는 제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워낙 좋은 문장을 쓰는 동료가 많아 글쓰기 하면 자신감보다는 열등감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래도 글쓰기 수업의 길잡이를 자처한 이유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쓰는지, 성장의 방법을 조금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선수가 꼭 좋은 코치가 되지 않듯, 별 볼 일 없는 선수도 훌륭한 감독이 되듯, 글쓰기 실력과 길잡이로서의 역량은 좀 다르지 않을까요?
어릴 적 읽은 소설 가운데 <갈매기의 꿈>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어찌나 이 책에 푹 빠졌던지 이 책의 이야기를 내내 입에 담고 지냈어요. 지금은 태반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멋진 비행을 가르쳐 주기 전 주인공이 하는 이 말을 잊을 수 없습니다. "수평 비행부터 시작하자." 맞습니다. 시작이 중요합니다. 수평 비행에서 저 갈매기가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시작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우리는 두렵고 떨리는 일을 함께 하려 합니다. 글쓰기라는 장벽을 함께 넘어보려는 것이지요. 그 첫걸음으로, 첫 시간에는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위대한 도전에 함께할 친구들이, 동료가 누구인지 좀 알아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따라서 첫 시간의 과제는 자신을 소개하는 글쓰기입니다. 자기에 대한 글을 자유롭게 써주세요. 가족 이야기가 되어도 좋고, 좋아하는 노래, 연예인, 영화, 놀이, 게임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과제이기에 정해진 시간이 있어요. 제가 읽고 검토할 수 있도록 목요일, 1월 4일까지 카페(http://ozgz.net)에 올려주세요. 분량은 A4 1페이지가 넘지 않도록 해주세요. 너무 긴가요? 다 채우지 못해도 괞찮으니 적어도 절반 정도는 되면 좋겠어요. 양이 좀 되어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잘 쓰려고 하지는 않아도 되어요. 다시 고칠 기회가 있을 테니 손이 가는 대로 한번 써봅시다.
글쓰기 수업을 열어놓고 혼자 곰곰이 생각했답니다. 글을 잘 쓰면 뭐가 좋을지. 사실 뭐가 좋은지 모르겠어요. 마치 하늘을 조금 높이 빨리 나는 갈매기가 되는 정도에 불과하지 않을까 질문해보곤 합니다. 삶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기술, 능력이 있는데 그중 글쓰기는 매우 작은 게 아닐지. 다만 높이 나는 갈매기가 멀리 볼 수 있는 것처럼, 글쓰기를 익히면 세상을 달리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자기 생각을 갖고, 자기 말을 갖고, 자기 글을 갖고, 그리고 조금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친구들을 기다려봅니다. 더 궁금한 내용은 언제든 연락 주시길.
문의: 카카오톡 zziraci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