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픈옹달 Jan 09. 2022

덕불고필유린

간헐적 옹달랩 소식

1. 이사를 했습니다


새해 첫날 남산에 올라 해맞이를 할 계획이었습니다. 헌데 코로나로 남산에 들어오지 말라더군요. 결국 옥상에 올라 새해 첫 태양을 맞았습니다. 이럴 때 남산 자락에 사는 보람을 느낍니다. 떡국을 먹고, 주변 정리를 하고... 한해의 시작을 소박하게 맞았습니다. 


1월 3일, 새해 첫 주를 이사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연구실 공간을 정리하면서 작은 개인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고, 새해에 짐을 옮기기로 했어요. 걸어서 채 5분도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라 직접 짐을 옮기기로 했습니다. 책상을 나르고 책장을 나르고... 가구들보다 수많은 책을 나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어찌나 책이 많은지 나르고 날라도 끝이 없네요. 너무 힘들지 않게 조금씩 나르지만 아직도 멀었습니다. 서가를 깔끔하게 정리하려면 한 주를 더 써야 할 판입니다. 


작은 공간에 홀로 앉아 생각하니 막막하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생산해야 할 텐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한 짐이며, 독립연구자의 살림살이에 대한 고민까지 어지러이 한 주를 보냈네요.



2. '밤밤고전'에선 <논어>를 읽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밤마다 고전을 읽고 있습니다. <사기>, <장자>, <노자> 등을 읽으며 한해를 보냈어요. 200회 목표를 채우고 한해를 마무리했어요. 많은 분을 만났고,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본디 올해부터는 <삼국지>를 읽을 계획이었어요. 헌데 연말연시를 이사로 시간을 보내니 정신이 없어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어요. 고민 끝에 <논어>를 읽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링크)


마침 교보문고에서 이을호의 <한글논어> 전자책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링크) 훌륭한 번역으로 손꼽히는 책이니 이 책을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월 3일 월요일에서 시작해 매일 밤 10시 클럽하우스와 유튜브를 통해 진행하고 있답니다. 


'한글'논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구어체 우리말 번역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유명한 <논어> 첫문장을 이렇게 시작해요. 


공 선생 "배우는 족족 내 것을 만들면 기쁘지 않을까! 벗들이 먼데서 찾아와 주면 반갑지 않을까! 남들이 몰라주더라도 부루퉁하지 않는다면 참된 인간이 아닐까!"


여러모로 재미있는 번역입니다. 시습時習을 '족족 내것으로 만들다'라고 옮긴 것도 흥미롭지만 보통 '성내지 않는다'라고 옮기는 '불온不慍'을 '부루퉁하지 않는다'로 옮긴 것에도 눈이 갑니다. 보다 정겨운 번역이라고 할까요? 참여하는 분들의 의견도 비슷합니다. 번역이 바뀌니 공자의 모습도 다르게 상상됩니다. 보다 친근하고 구수한 인물이라고 할까요. 


1974년 출간된 책이니 반 세기 전 어투를 만나는 재미도 있습니다. 안회를 두고 '놈팡이'라고 하지를 않나, 자로의 기뻐하는 모습을 '벙실벙실'이라고 옮기기도 합니다. 군자君子를 '참된 사람'으로, 인仁을 '사람 구실'로 옮기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주석을 참고하여 주희 주석을 따르는 번역과 영 다르게 해석한 문장이 보이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논어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읽었지만 이을호의 <한글논어>로 읽는 논어는 색다릅니다. 표현이 낯설기도 하고 내용이 다르기도 하고... 곰곰이 생각할 거리를 여럿 던져주는 책입니다. 2022년 1월 한달 동안 <한글논어>를 읽을 계획입니다. 매일 한편씩 읽으면 전체 20편을 한달이면 읽을 수 있답니다. 이 기회에 <논어>를 일독해보는 건 어떨까요? 클럽하우스와 유튜브를 통해 지난 내용을 볼 수 있답니다. (링크)



3. 평범하지만 꾸준하게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 : 곧은 마음씨는 외롭지 않아. 반드시 이웃이 있기 마련이니' 이을호는 덕德을 '곧은 마음씨'로 옮겼습니다. 이는 '德=行+直+心', 즉 덕의 글자를 풀어 해석하는 전통을 참고한 것입니다. 한편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갸웃갸웃 질문이 듭니다. 그렇다면 곧은 마음씨란 무엇일까.


바뀌지 않는 마음이 아닐까.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아 이리저리 휘는 것이 아니라 제 방향을 가지고 있는 단단한 마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꾸준히 제 길을 갈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논어>의 공자가 그랬습니다. 그는 방황하는 사람이었지만 우직스럽게 제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새해 <논어>를 읽으며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독립연구자로서 읽고 쓰며 배우는 일상을 꾸준히 지켜가야겠다는 뻔한 다짐을 생각합니다. 네, 새로운 공간 [옹달랩]에서도 꾸준히 읽고 쓰도록 하겠습니다. 고전을 소개하고, 인문학적 성찰을 나누며 여러 이웃을 만나려구요. '덕불고필유린', 낡은 말을 새롭게 마음속에 새깁니다.


작년에 마무리하지 못했던 장자 번역, <장자씨 헛소리도 잘하시네>를 책으로 만들어 곧 나누겠습니다.(링크) 아주 정교한 번역은 아니지만 가까이 두고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장자> 번역이었으면 해요. 그 이외에도 글을 엮어 소박하게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려 합니다. 계속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2021년을 마무리하며 메일링으로 글을 배달했는데, 올해에도 계속 진행하고자 해요. 꾸준히 전할 수 있는 글의 내용과 방향을 고민하고 있답니다. 역시 기획을 세우는 대로 나누도록 할게요. 


이렇게 짧은 소식을 담은 글로 새해 인사를 갈음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좋은 책, 좋은 만남이 있는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