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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Feb 14. 2022

공자, 그가 떠돌이가 된 까닭

공자Talk논어Talk 2강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었다. 서른 살에는 홀로 섰고, 마흔 살에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지. 쉰 살에는 하늘이 나에게 맡긴 일을 알았고, 예순에는 귀가 순해졌다. 일흔이 되어서는 마음대로 행동하더라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공자 본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장입니다. 이쯤에서 질문이 들 수 있어요. 왜 여든 살 이야기는 없을까? 맞습니다. 채 여든 살을 채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예요. 기록에 따르면 공자는 기원전 551년에 태어나 기원전 479년에 세상을 떠납니다. 우리식으로 73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어요. 지금이야 일흔, 여든이 흔하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을 거예요. 꽤 건강했나 봅니다.


공자의 건강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공자는 50대 나이에 고향 노나라를 떠나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요. 십 수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일흔이 다 되어 고향에 돌아옵니다. 건강하지 않았다면 그 긴 여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거예요. 교통수단이 발달한 지금도 그런 말이 있잖아요. '집 떠나면 고생이다.' 


헌데 공자는 왜 고향을 떠났을까요? 지난 시간 이야기했듯 공자 본인의 꿈이 큰 이유였어요. 공자는 자신과 함께 바른 세상을 이루는 꿈을 함께할 군주를 찾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았어요. 공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군주는 없었습니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던 까닭이예요. 


한편 공자 고향 노나라의 문제도 있었어요. 바른 나라를 꿈꾼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자기 고향, 노나라를 바르게 이끌면 될 일입니다. 실제로 공자는 노나라에서 관직 생활을 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노나라 역시 공자의 꿈을 이루기 적합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노나라에는 임금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세 가문이 있었어요. 계씨, 숙씨, 맹씨 이 세 가문이 노나라의 권력을 손에 쥐고 있었답니다. 어찌나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노나라 임금마저 이들의 눈치를 보아야 했어요. 공자는 이들의 힘을 꺾고 임금에게 권력이 돌아가기 바랐지만, 거꾸로 이 세 가문에게 미운털이 박히고 맙니다. 자신의 세력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공자가 결코 반갑지 않았지요. 결국 공자는 고향 노나라에서도 기회를 얻을 수 없었어요.


이렇게 공자의 방랑이 시작됩니다. 이를 두고 '주유천하周遊天下'라고 해요. 천하天下, 즉 세상 곳곳을 주유周遊, 이리저리 돌아다녔다는 뜻이예요. <논어>에는 공자가 길 위에서 만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답니다. 물론 공자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그의 가까운 제자들이 함께 이 방랑길에 동행했어요. 우리가 앞으로 만날 제자들은 공자와 함께 산전수전山戰水戰, 갖은 고생을 함께 한 이들입니다.


공자는 말년에 다행히 고향 노나라에 돌아왔어요. 위에 소개한 문장은 공자가 긴 방랑을 끝내고 고향에 돌아와 남긴 말이예요. 공자는 스스로의 삶을 위의 짧은 말로 정리합니다. 이 문장은 훗날 큰 영향을 끼쳤어요. 지금도 각 나이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답니다. 예를 들어 사십대를 일컬어 '불혹不惑의 나이'라 해요. 공자의 말에서 표현을 빌려온 것이지요. 다른 나이도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겠네요. 삼십대는 '이립而立', 오십대는 '지천명知天命', 육십대는 '이순耳順', 칠십대는 '종심從心'이라 합니다. 


그러나 이 말처럼 살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서른이 되어서도 홀로 서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마흔이 되어 여러 유혹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어요. 쉰, 예순이 된다고 다를까요? 마찬가지일 거예요. 이렇게 생각하면 공자니까 저랬지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공자가 겪은 변화, 그의 성숙에는 '배움'이 시작이었다는 점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우학志于學', 배움에 뜻을 두었기에 공자라는 훌륭한 인물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공자는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었다고 해요. 여러분과 비슷한 나이입니다. 소년 공자라고 특별한 무엇이 있었을까요. 아마 주변 또래와 큰 차이는 없었을 거예요. 다만 가슴에 품은 마음이 달랐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이야기한 배움이 오늘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맙시다. 단순히 '공부 열심히 해야지' 정도에 그치는 것은 아니었어요. 공자가 이야기한 배움이란 끊임없는 자기 변화, 성숙을 위한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이예요.


배움에 뜻을 두었던 소년 공자,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공자는 그 긴 시간을 방랑하면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여러 제자들이 함께 했던 이유도 같아요. 공자가 마음을 잃었다면 오늘까지 기억되지 못했겠지요. 그를 따르는 제자들도 남아있지 않았을 테고. 


그렇다면 공자를 따르는 제자로는 누가 있었을까요? 다음에는 공자의 제자를 만날 차례입니다. 





* 읽기 및 쓰기 교안 


* 매주 화요일 저녁 <논어> 문장을 읽어요. https://zziraci.com/kongzi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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