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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Feb 21. 2022

자로, 협객이 군자가 되기까지

공자Talk논어Talk 3강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째서 내 집에서 자로의 거문고 소리가 들리느냐!"
제자들이 자로를 얕보았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자로는 마루에는 올라왔지. 아직 방에 들어오지 못한 거다."


공자는 제자들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당시에는 학교學校라는 독립된 배움터가 없었기 때문이예요. 공자는 제자들과 함께 지내며 제자들을 가르쳤습니다. 여럿이 모여야 할 때에는 은행나무 아래에서 모였다고 해요. 이를 행단杏壇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옛 선비들의 배움터, 향교 같은 곳에 가면 은행나무를 심어둔 것을 볼 수 있어요.


공자는 다양한 과목을 가르쳤어요. 당시 선비들에게 필요했던 실용적인 지식은 물론, 옛글을 읽고 풀이하는 능력, 토론하며 생각을 키우는 능력까지 두루 가르쳤습니다. 그 가운데는 음악에 대한 내용도 있었어요. 요즘이야 음악이 단순히 듣고 즐기는 것에 불과하지만, 공자 시대에는 크게는 나라의 주요 행사에 사용되기도 했고 작게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가다듬는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딩기댕댕 거문고 연주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데 귀에 거슬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알아보니 자로의 연주 소리였어요. 이에 공자는 화를 냅니다. 자로의 연주 소리는 전혀 아름답지 않았기 때문이죠. 거칠고 정돈되지 않은 소리였습니다. 이를 보고 다른 제자들이 자로를 얕보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교실에서는 선생님의 영향력이 크기 마련이예요. 매번 꾸중을 듣는 이를 누가 우러러볼까요. 


자로를 얕보는 제자들이 있다는 소식이 공자 귀에까지 전해집니다. 공자는 빙그레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어요. 고작 그 사건을 두고 자로를 얕보는 제자들이 우습게 보이기도 했거니와, 자신을 얕보는 이들을 가만두는 자로의 모습이 대견스러웠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에 공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지요. 자로는 이미 마루에 올라왔고 아직 방 안에 들어오지 못했을 뿐이라고. 비록 자로의 연주 소리가 엉망이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의 경지에는 올랐다는 뜻이었습니다. 작은 칭찬과 함께,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를 담은 말이었습니다. 


본디 자로는 협객俠客 출신이었어요. 젊은 시절 칼자루 하나로 제법 이름을 떨친 인물이었답니다. 그러던 삶이 공자를 만나고는 완전히 바뀌었어요. 칼자루에 의지해서 힘자랑하는 것보다 더 나은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던 까닭이지요. 공자는 자로에게 군자君子의 삶을 제안합니다. 협객으로 타고난 재능을 뽐내는 것도 좋으나, 배움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보는 게 어떠냐는 것이지요. 결국 자로는 공자의 제자가 되기로 합니다. 그러나 그의 성격은 여전했어요. 그래서 툭하면 선생님께 혼나기 일쑤였습니다. 너무 성격이 급하다고 꾸중을 듣고는 했지요. 사건이 벌어진 날도 비슷한 이유였어요. 자로의 거친 성품이 거문고 연주 소리에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자로는 제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어요. 일찍 공자의 제자가 되었던 까닭입니다. 전하는 기록에 따르면 공자보다 9살 어렸다고 해요. 그러니 나중에 공자의 제자가 된 이들에게는 까마득한 선배였지만 영 볼품없어 보일 수밖에요. 나이는 많은데 매번 선생님께 꾸중을 들으니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의문을 품었던 것이지요. 그 많은 시간을 허송세월 보낸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을 겁니다. 


<논어>를 읽는 우리도 자로를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품고는 합니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좀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자로를 얕보았다는 기록만 있을 뿐, 자로가 그들을 어떻게 했다는 기록은 없어요. 예전의 성품이라면 크게 혼쭐을 내주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자로가 공자의 제자가 되자 공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해요. 우락부락한 자로가 찾아가 따졌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로지만 자기에 대한 야속한 평가에는 침묵하고 있네요. 


공자는 제자 각각에게 다른 기준을 두었어요. 이는 사람마다 성품이 다르고 타고난 자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로가 끊임없이 꾸중을 들었던 것은 그만큼 그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는 뜻이기도 해요. 공자의 저 말에는 그래도 자로를 쉽게 얕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마루에 올라선 제자라는 뜻은 다른 이들에 비해 우뚝 서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방 안, 더 깊은 단계가 남아 있었습니다. <논어>는 자로를 비웃은 제자들의 이름을 기록하고 있지 않아요. 아마도 이들은 별 볼일 없는 이들이 아니었을까요. 공자의 비유를 들면 문밖에서 구경하는 이들에 불과했을 겁니다. 마당도 밟아보지 못하고 그저 손가락질하는 이들을 어찌 마루에 올라선 제자와 비교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자로는 공자보다 일찍 세상을 떠납니다. 위나라의 혼란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어요. 위나라의 임금이 바뀌는 일이 있었는데 자로는 그 혼란 속에서도 절개를 지켰습니다. 칼을 들고 임금을 위협하는 무사들과 싸웠다고 해요. 그러나 이미 자로는 나이가 많아 그들을 상대하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무사의 칼날에 갓끈이 끊어지고 맙니다. 자로는 끊어진 갓끈을 다시 매며 숨을 거두었다고 해요. 군자는 관을 바르게 하고 죽는 것이라고 하며. 비록 손에 칼을 들었지만 자로는 군자로서 죽음을 맞았습니다. 스승의 가르침을 기억하면서. 





* 읽기 및 쓰기 교안 


* 매주 화요일 저녁 <논어> 문장을 읽어요. https://zziraci.com/kongzi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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