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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해주세요~ 해야지

우리 부부가 서로에게 품앗이처럼 하는 서비스가 몇 가지 있다. 귓바퀴 청소, 흰머리 관리, 등 긁어주기, 마사지 등등...... 그중 특별히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있는데 각자 다르다

 

아내의 특별관리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이다. 그중 하나가 통합적 얼굴 관리인데 얼굴 털 관리, 코피지 짜기, 여드름 짜기, 안면 마사지 패키지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코털 관리이다. 숨 쉴 때마다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모양새가 많이 거슬리나 보다. 하나라도 보이면 뽑자고 난리다. 아주 자비 없이 하나하나 집게로 손수 다 뽑아버린다.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뽑을 때마다 고통이 상당하다. 그러나 아내는 나의 고통보다 본인의 시각이 더 중요한 듯하다. 안면마비의 좋은 점(?)이 코털을 뽑아도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종종 그 고통이 그립기도 하다.

 

요즘 들어 특별관리가 된 서비스가 등 긁어주기이다. 내가 기부한답시고 머리를 기르다 보니 어느새 머리카락 길이가 등 중간까지 길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등드름이 많아졌나 보다. 요즘 등이 많이 간지러워 아내에게 자주 긁어달라고 한다. 아내는 귀신같이 내가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준다. 간지러운 부분에는 좁쌀 피지를 품은 여드름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아내는 더듬거리다 보면 느껴진다면서 치를 떤다. 그리고 인상을 쓰며 손톱에 낀 좁쌀 같은 피지 덩어리를 내 바지 위에 모아둔다. 다 모아지면 내가 투명테이프에 붙여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꽤나 만족스러운 서비스다.

 

세 번째 서비스는 흰머리 뽑기이다. 아직 눈에 띄게 많지는 않지만 종종 흰머리가 하나씩 발견되면 아내는 나에게 일단 누우라고 한다. 그럼 마치 원숭이가 서로 이를 잡아주듯이 내 머리털 하나하나 수색하면서 뽑아준다. 이상하게 하나씩 뽑힐 때마다 희열이 있다. 그 희열이 꽤나 중독성이 있다. 누워서 받는 서비스라서 그런지 몰라도 굉장히 기분이 좋다. 

 

내가 아내에게 해주는 특별 서비스도 있다. 첫 번째가 종아리와 발 마사지이다.  오래 서있거나 걸으면 종아리가 뭉쳐서 가끔 나에게 주물러 달라고 한다. 야무지게 자리 잡고 있는 알을 터트리듯이 주물러준다. 아내는 고통에 몸을 꼬지만 알이 물렁해질 때까지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가끔 발차기를 맞긴 하지만 아내의 부탁을 건성으로 들어줄 순 없지~~ 홍홍홍

 

아내의 발에는 특이한 덧 뼈가 있다. 안쪽 복숭아뼈 아래에 톡 튀어나온 뼈가 있는데 오래 서있거나 걸으면 그 부분이 많이 아픈가 보다. 여기는 정말 살살 주물러 줘야 한다. 살짝 건드려도 너무 아파해서 장난이라도 치면 어떤 보복이 있을지 알 수 없다

 

내가 가장 공을 들이는 마지막 서비스가 있다. 바로 귓바퀴 청소이다. 아내는 유독 귓속 간지럼이 많다. 처음에는 유별나다고 할 정도로 매일매일 괴로워했다. 그리고 간지러울 때마다 목을 긁으면서 이상한 괴성을 낸다. 내 생각에는 그런 소리를 내면 귀 안쪽의 근육까지 자극이 되어 간지럼이 좀 잦아드는 것 같다. 처음에는 자다가 갑자기 괴성을 질러서 너무 놀랐었다. 그런데 장모님께서도 같은 증상 때문에 똑같은 소리를 내신다고 한다. 그러니 그 간지러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제는 좀 안쓰럽다. 그래서 거의 매일매일 아내의 귓바퀴 청소를 해준다. 내가 면봉으로 꼼꼼하게 닦아내는데 꽤 만족스러워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내는 귓바퀴 청소해달라며 내 손에 면봉을 쥐어주고 누워있다. 가만히 내려다보니 갑자기 제발 간식 사달라고 굽신굽신거리던 내 모습을 즐기던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사주세요 해야지’ 편 참고).  그래 그냥은 안 되겠다!!

“해주세요~해야지.”

“?”

면봉으로 아내의 귓바퀴를 살짝 건드린다. 아내가 뭐 하는 거냐고 나를 째려본다. 하지만 어림없지!

“해주세요~해야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내가 앙탈을 부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나는 아내에게 제발 해주세요 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시작하지 않았다. 결국 아내는 나에게 승복하고 말았다. 이 기분이구나!!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서 귓바퀴 청소를 해주도록 하지. 서로가 만족하는 아름다운 결말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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