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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Feb 20. 2022

존 멋!

아…… 아침이다…… 운동하기 싫다…… 

통증 때문에 잠도 잘 못 잤는데…… 

으아아~~ 느~~~~~~무 하기 싫다!! 지긋지긋하구먼…… 

 

나는 운동을 좋아했다. 학창 시절부터 축구나 농구 같은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하는 구기운동을 좋아했다. 남중 남고를 다녔기 때문에 스포츠에서의 남자들의 유대감과 소속감은 대단한 것이었다. 특히 슬램덩크의 인기 때문에 농구의 인기가 엄청났다. 우린 서로를 슬램덩크의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불렀다. 난 채치수였다…… 아무튼 그들처럼 멋있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 난리였고 멋진 경기를 했다는 것에 뿌듯해했다. 당시 광고에서 유행했던 한 게임 더~라는 말을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따라 하며 우린 우리에게 취해있었다.

중학생 때 rich rich 한 부자 친구 놈이 있었다. 그 녀석의 집은 어마어마하게 넓은 정원이 있었고 한편에 농구골대도 있었다. 그런데 그 농구골대가 작아서 힘껏 점프하면 덩크가 가능했다. 덩크 하러 자주 놀러 갔었다. 우리는 마이클 조던이라도 된 것처럼 덩크 하는 자신의 모습에 취해서 하루 종일 덩크만 했었다. 나의 머릿속의 나는 에어조던이었다.

 

강직성 척추염이 걸리고 나서는 몸 관리를 위한 운동을 해야 했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 운동은 필수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몸무게 관리를 해야 하고, 관절 주위의 근육을 단련하고 유연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아프지 않기 위해 하는 의무적인 운동이니 흥이 나지 않았다. 운동을 해도 아프지만 하지 않으면 더 아프다. 더 아픈 것은 싫으니 이를 악물고 운동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헬스장 전신 거울에 비치는 내 몸이 꽤나 멋있어지고 있었다. 복근이 선명해지고 몸에 없던 굴곡들이 드러나고 있다. 아~~ 나에게 빠지고 말았다. 불치성 난치병을 극복하면서 이런 멋진 몸을 가지다니~ 훗! 나란 남자~

정말 열심히 나에 취해서 운동을 했다. 몸무게가 61kg, 체지방률이 3.8%가 되었을 때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살은 그만 빼기로 했다. 하지만 늘 체지방 10% 언저리를 유지했다. 운동이 즐겁진 않았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몸은 나를 움직이게 만들어주는 충분한 동력이 되었다.

 

선천성 기형 혈관이 발견되고 1차 출혈이 생겨 수술을 하고 나서 가장 걱정이 된 것은 운동이었다. 운동을 못하면 강직성 척추염 관리가 안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거 다해도 됩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에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헬스장을 다니며 열심히 운동을 했다. 그땐 혼자 걸을 수는 있었으니깐…… 한편으로는 복근을 잃어버리기 싫었다. 어떻게 만난 복근인데……

2차 출혈이 생기고 기형 혈관이 2배로 커지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기침하다가도 죽을 수도 있어요.”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머리를 숙이는 것도 머리에 피가 몰릴까 봐 숙이지 않았다. 스테로이드 덕분에 강직성 척추염의 통증은 덜했지만 몸은 점점 망가져 갔다. 출혈의 붓기가 안정이 되고 스테로이드를 끊으면서 강직성 척추염의 통증이 시작되었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런 몸뚱이라도 이번 생에서는 나의 책임이다. 

일단 워킹머신을 구매했다. 집에서라도 걷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요가 매트를 사고 집에는 전신 거울을 설치했다. 홈트의 시작이다. 이것저것 찾아보니 동물의 움직임을 따라 하는 animal flow라는 운동이 있었다. 영상을 보면서 가능한 동작만 따라 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3년이 다되어간다. 또다시 아침이다.

“으라자차차차~~ 아~~ 운동하기 싫어.”

밤새 뻣뻣해진 몸을 일으켜 거울 앞에 선다. 기부한답시고 기른 머리를 범죄도시의 장첸처럼 말아 묶고 요가매트에서 운동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안되던 동작들이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한참 운동을 하다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멋진 운동복이 아닌 목이 늘어난 헤진 티셔츠에 빤스 바람이지만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약간 헝클어진 머리…… 멋…… 멋있다……

 

지금을 열심히 살고 있는 너도 나도 멋있다. 존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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