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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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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Mar 17. 2022

고구마 껍질을 까주다.

아내가 베이킹을 하다가 화상을 입었다. 검지와 중지에 화상 연고를 치덕치덕 바르고 다이소에서 구매한 싸구려 대일밴드를 미라처럼 칭칭 감았다.


점심에 고구마를 쪄 먹었다. 고구마 껍질을 까 주었다. 화상 때문에 까준 것이 아니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늘 고구마 껍질을 까 주었다. 아내는 손이 끈적거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고구마 껍질을 까는 일은 생각보다 귀찮고 번거롭다.

고구마는  끝부분을 1cm 정도 뜯어내 줘야 한다.  부분이 질긴 심지 같은 것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제거하지 않으면 이빨에 끼거나 먹을  이물감이 느껴진다. 재수 없으면 체가 심지 천국인 고구마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상처가 있는 부분은 손톱을 이용해서  내준다. 이때 손톱 사이에 고구마가 끼인다. 그리고 고구마 특유의 끈적거림이 있다. 그래서 고구마 껍질을 까고 나면 손과 손톱을 꼼꼼히 닦아줘야 한다. 귀찮아서 그냥 손가락을 입으로 빨고 손톱에 끼인 고구마를 파내서 먹긴 하지만 생각보다 정성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고구마 껍질을 까준다. 언젠가는 꼭 생색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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