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신애 Oct 25. 2021

월요일, 기운 없어 좋다.

기운아 솟지마라. 그냥 살란다.

월요일이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 같다. 며칠 운동을 했더니 그런가, 나이 탓이라고 하자니 서글프고 날씨 탓을 하자니 밖이 너무 청명하다. 지난 주말까지 최종 마감으로 출간을 기다리는 입장이 되었다. 긴장이 풀렸나? 내 몸인데 나도 잘 모르겠다. 몸이 문제인지 마음이 문제인지. 아침 일찍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는 게 오늘따라 더 늘어지게 만든다. 여유가 있으니 일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자꾸만 소환하며 이불속으로 파고든다. 어제 틀어 둔 보일러 덕에 방이 따듯하니 낮은 기온을 핑계 대지 못할 일이다. 시간이 흐르고 출근시간 임박해서 겨우 일어났다.


눈이 부었다. 입이 바짝 마른다. 어깨가 뻐근하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신호를 온몸이 보내고 있다. 괜한 중년의 질병을 의심해봐야 오늘의 출근을 막을 수는 없다. 밀어놓은 건강검진표를 꺼낸다. 미미하지만 운동을 닮은 몸짓을 여러 번 한다. 세수를 하고 드라이기를 켜 죽은 머리카락에 볼륨을 넣는다.

아이들이 들어온다. 아이들의 생기가 나에게 전해지니 무겁던 눈꺼풀에 힘이 들어간다. 곤한 몸에 가라앉은 목소리에 바짝 힘을 주어 유쾌한 인사를 한다. 환기를 하느라 문을 열면 날이 많이 풀려서인지 바람이 건듯 부는데 코끝을 따스하게 간지럽힌다. 눈이 부시게 부서지면 안기는 한낮의 볕을 올려다본다. 공방이 1층에 있어 좋은 점이 이런 것이다. 볕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혼자 볕을 즐기지 않고 아이들을 불러 볕이 드는 창 앞에 함께 머문다. 아이들은 흔하고 흔해빠진 볕을 즐기는 법을 알아챈다. 아이들의 하교하는 소리에 뭉친 어깨가 스르르 풀리는 기분을 느끼면, 묵직하게 속을 채우던 어두언 것들이 달아나는 기분이다.

애써 힘을 내지 않고 차분한 그대로 일을 한다. 더 나아지고 싶지 않다. 그냥 오늘은 그렇게. 월요일이니까. 월요일인데 지쳐서 될 일인가 싶다가도 기운이 약한대로 환기할 때 바람 냄새를 맡고 유리로 비껴 드는 오후 볕을 느낀다. 아주 천천히 서성거린다. 소심한 방법이 월요일의 끝이 되기 전 나은 기운을 줄 것만 같다. 월요일인데 금요일이길 바라는 마음을 고이 접어 가방에 넣어둔다.  




매거진의 이전글 워킹맘이 워킹맘을 안아주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