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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Feb 06. 2019

시어머니 자랑 아드님들 반전

어머니, 힘내세요.

나는 딸이 둘이다. 어찌보면 다행이다. 시어머니는 아들이 셋, 딸이 둘이다. 어머니에게 딸이 둘이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딸같은 며느리가 될수 없어서가 첫째 이유고 돌직 아드님들 때문에 딸이라도 있어 다행이라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나의 이전 글을 순차적으로 읽으면(읽어주시길 부탁!꾸벅!) 배경을 알 수 있다.


다시 돌아와, 시어머니에게 살뜰한 딸 둘과 선이 굵은(성격이 분명한) 아들 셋이 있다. 이번 설에 줍줍한 평범한 이야기 하나만 투척해본다.

설 전날 어머니가 전을 다 구워놓으셨고 삼형제 가족들 모두 대게를 쪄먹고 라면을 끓이고 고기를 구워 먹었다. 그리고 귀가 후 다음날 시댁에 모였다. 아들들 모두 시댁 근처에 사는 관계로 일박이란 없다. (친절한 글쟁이-링크걸어둘께요)

https://brunch.co.kr/@zzolmarkb6sm/200

 그러고 옹기종기 모여 예배를 드리고 아침을 차렸다. 명절이면 으레 나물중심의 시 가풍대로 비빔밥을 먹는다. 어머니의 나물은 정말 기특할 정도로 맛이있다. 그런데 설 당일 아침은, 최고의 가래떡을 뺀다는 떡집소문에 의거해 어머님이 장렬하게 장을 봐두신 이유로 떡국을 먼저 먹기로 했다. 떡국상이 차려지고 다양한 고명이 서브로 올랐다. 각자 식미대로 넣어 먹기를 시작하자 고요해졌다.


고요를 뚫고 중저음의 큰아드님(아주버님 죄송요)이 말씀하셨다.

"우와, 오늘 진~짜 맛있네"

평소, 어머님의 음식평을 박하게 하시는 분이라 놀랬고, 리액션이 엄지척을 연발하실 정도여서 놀랐다. 여러 번 맛다고 말씀하셨다. 거기서 멈춰야 하셨다.

"지금까지 떡국은 진 맛 없던데, 오늘은 우예 이래 맛있노? 어무이, 뭐 다른거 넣었어요? 여태껏 어무이 했는 떡국은 맛이 없어서 없어서......"


다시 고요가 임했다. 모두의 눈 아래 다크써클이 1층으로 깔렸다.


삼형제 중 가장 유연한 성품과 부드러운 말씨를 가지신 둘 아드님이(아주버님 아시죠^^) 분위기 전환을 위해 말씀하셨다. 분명히 환기를 위한 의도인 것 같았다.

" 간이 딱 되니 맛있지, 오늘 지렁(간장)이 딱 맞는가보네. 엄마 입이 짜져서 아예 간을 하지 말고 앞으로는 지렁을 넣으면 딱이겠네"


분명히 전환되어야 할 분위기는 숙연해지고, 오늘 떡국의 맛의 영광은 지렁에게 돌아가버렸다. 어머니는 잠시 올라가던 입꼬리를 내리셨다.


다시 고요가 임했다. 모든 성인의 눈 아래 다크써클이 2층으로 깔렸다. 떡국이 유난히 맛난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음식평을 통해 이전에 싱겁거나 퍼지거나 감칠맛이 없었던 과거의 떡국맛이 떠올랐다. 오늘의 최상의 맛에 집중할 수 없었다.


거기서 모두 멈춰야 했다. 며느리 세명은 돌아가며 정말 맛있다며, 떡도 좋고 다싯물도 안끓인 맹물이라시는데  이런 맛이 나는것은 기적이라는  평가가 조용히 이어졌다. 기서 마무리되었어야 한다.


어머님의 귀염둥이며 집안의 큰 덩치 막내아들이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엄마는 너무 짜게해서 탈이다. 간을 그래 못보노. 짜서  못먹겠던데, 오늘 엄마가 싱겁다 카니 우리 입에 딱맞는가보네. 오늘 엄마가 간을 적게 했네. 다음에는 간을 하지마쏘"


어머니는 파안대소를 하시며 기쁘신지 슬프신지, 여태껏 받아온 설움을 웃음으로 승화시는지 모를 웃음소리를 내셨다.

어! 머! 니! 괜찮으실까?'


괜찮다. 시어머니에게는 살뜰안 딸이 둘이나 있으니까, 아드님들의 돌직구에도 버티실 수 있으시겠지. 곧 이어 큰 따님이 곧 도착하신다는 전화를 받고 시어머니의 파안대소가 계속 이어졌다. 고모님 빨리빨리 오셔요^^. 이분위기 좀 어떻게 해주셔요.


그리고 "어머니, 힘내세요. 저는 딸만 둘이라 다행이죠? 지금에라도 돌직구아들 늦둥이로 낳을까요?" 라고 여쭈면 이렇게 답하시리라.

"야야, 딸이 최고니라."

아니면

"야야, 아들이 있어야제. 지금이라도 낳아라"


후자로 말씀하시면 나는 대략난감이겠지. 생각만 해도 눈아래 다크써클이 3층으로 쌓일 것 같다.

어머니는 분명 반대하시리라 믿어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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