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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Mar 17. 2019

[중년창업]before사진전-2-

셀프시공:경비절감?병원비상승!

지난 사진전-1-에 이어 -2- 시작합니다. 빠밤

https://brunch.co.kr/@zzolmarkb6sm/246


지고지순하기만 한 저는 기초설비공사가 끝나면

모든 일이 순조로이 이루어질 줄 알았죠.

공간을 채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죠.

이사를 십 수 번도 더 다녀, 짐을 넣고 빼고 버리고 사는 것 즈음 우습게 여긴 게 저의 불찰이었어요.

책을 바닥에서 읽나요, 강좌를 좌식으로 할 수 없잖아요. 테이블이 도착했어요. 아, 내가 조립해야 하네요. 뒷목 좀 잡았네요. 

다행히, 오전 시간 되시는 지인분이 오셔서 조립을 도와주셨어요. 티 안 나는 저렴이 의자로 구입했어요. 그러고는 저렴의 값어치를 톡톡히 하더군요. 이가 안 맞아요. 나사와 구멍이 만나지 않아요. 힘을 주고 당기고 밀고 두드려 겨우겨우 조립하다 시간이 다 지나가요.

내 맘대로 안 되는 조립의 신세계를 경험했네요.

성품 좋은 지인분, 입에서 한숨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걸 느꼈어요.  미안한데 근처에는 분식집뿐이라,

설탕 수북, 케첩 퐉퐉 쏘아주었지요.


땀이 삐질삐질 나던 지인,

광대 승천 했답니다. 보통 맛이 아니거든요.

여기서 참고로 설탕에 케첩은 옛날 사람 증거고요

요즘 아그들은 설탕에 머스터드죠.

우리 옛날에 머스터드가 뭐예요, 케첩 하나에 울던 애도 뚝 그쳤는데 말이죠. 그래요. 옛날 사람이라 인정하죠.

가운데 자태가 빼어나고 독보적 비주얼을 가졌죠. 자랑하는 테이블은 "드란자 나무 공방" 공방장님의 일주일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보내신,

화이트 트리!!!

타원 테이블입니다.

다리가 수려하고 미려하고 유려합니다요.


씩씩거리게 만들었던 조립 의자가

기죽는 비주얼이었답니다.


다시 한번 꾸벅! 감사를 전합니다.

속속 등장하는 조립가구.

가구 배치에 콘셉트 없어요. 며칠 후면 오픈이고 개학시즌인데 뭐라도 채워야 했답니다.


타공 파티션, 원목 가벽, 원목 제작 가벽 기능 디자인 기둥,, 뭐라도 설치해야 하는데 시간의 부족도 부족이었지만, 남은 돈은 도서구입비라 그냥, 뭐, 아끼자는 생각에 집에 있던 거, 지인꺼 다 옮겨 넣었어요. 저렴이나 가성비는 좋다는

친구들입니다.

정말 레드는 취향저격이 아닌,

기능만을 위해 모셔왔어요. 책을 꽂는 가구 구입이나 제작을 못한 상황이었네요. 레드 때문에 공방 전체 콘셉트가 흐려지고 혼란의 구덩이로 빠지게 되었어요.


방문하는 지인들 100프로 저의 감각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자기도 모르게 소리 없이 혀를 차더라고요. 이미 늦었어요. 내일이면 오픈이거든요. 천천히 채울 거예요라고 수십 번 말하는데 왜, 다들 걱정하죠? 걱정 말아요. 말아먹지 않을 테니..

효자상품이네요. 아이들이 좋아해요. 국민 보조의자. 철제보단 원목이죠. 그런데 조금 아쉬워요. 큰 엉덩이 사절. 무거움을 지탱하는데 다리가 후들후들할 것만 같아요.

아이들에게만 양보해야 할 의자네요.

소강의실에 책상을 넣었어요. 성인반도 운영된다고 멋을 부렸네요. 콘센트가 내장된 책상인데, 어쩌죠? 마감된 성인반 구성원들 노트북을 안 들고 와요. 뭔가 어긋나는 이 느낌,, 괜찮을까요?

아이들이 장난치지 못하게 결국 전선은 빼두고, 안전캡을 다느라 돈이 더 들었고, 걱정은 한 가지 더 늘었네요.


다음 성인반 개강할 때는 노트북 필수라고

꼭꼭 꼭 말할 거예요. 괜히 첨단을 달리는 듯, 멋좀 부릴 거예요. 옛날 사람 아닌 듯 노트북으로 진행하는 모임. 소박한 꿈이죠? 저 콘센트를 사용하고야 말 거예요.


남편님, 콘센트 볼 때마다 자꾸 비웃어요. 이게 왜 여기 있지? 이러면서요. 정말 미래지향성이 없는

옛날 사람이 맞네요. 흥, 칫, 피

다해 가요. 몇 개만 더 조립하고 제자리 두면 돼요. 그런데 공간을 찍고 나니 급 우울해요. 이제 추가할 가구가  없는데 축구라도 차야할 너비네요. 누가 집에 남아도는 거 뭐라도 주실래요? 눈물 나서 못 봐주겠어요.


그리고 저 휑한 벽은 어쩌나요? 정말 조력자가 필요해요. 가족들도 비상사태를 인지하고 모두 모였어요. 이리저리 다녀봐도 답이 없네요.


어린이들 책을 읽는 2인 테이블을 벽에 붙이니 이쪽은 살아나요.. 벽은 아직 밋밋하지만요. 동글란 테이블이 각진 마음을 조금 다듬어 주네요.

걱정 말아요. 잘 되겠죠. 그러면서 짜증 냈어요.

일이 안된다고요. 가족들에게 공연히 짜증내고 사과하고 무한 반복해서 부끄럽지도 않아요. 이래서 낯이 두꺼워지나 봐요.

소강의실 책을 비치해야 하는데 책을 둘 곳이 없었어요. 생각을 못한 거죠. 그래서 로켓 장착 배송을 받았어요. 새벽에 주문하면 그날 온다는,,, 그런데 오늘까지 해둬야 내일이 오픈인데, 무슨 레트로풍일까요? 생각보다 튼튼하다는데 그래요, 혼자 세워두니 튼튼한데 책을 꽉 채우니 불안하긴 하네요. 다시 돌려보낼 시간이 없어요. 당분간, 소강의 실은 뉴트로 콘셉트이라고 주장할 거예요. 뉴트로를 모르는 아주머니들 많더라고요. 이 쉐한 느낌을 제발 못 느껴라 못 느껴라 주문을 걸었어요. 백만 번쯤.


너무 놀라지 말아요. 저의 감각을 믿어줘요. 지인들 출입금지시키고 싶어요. 하루 종일 세팅은 제가 하고

구박도 제가 다 받네요. 알았다고요. 딱 3개월 후 멋진 가벽을 치던지 할 테니, 지켜봐 주기만 해요.

그리고 저도 레드는 사양하는 스타일이라고요.



유리창에 안개 시트지를 할까 고민했어요. 글 공방이 뭐하는 곳인지 알리는 광고 문구 잔뜩 담은 시트지를 발라 공방 안을 못 보게 할까 고민도 했지만, 저는 지나다니는 동네 사람들 보는 게 취미예요. 초등학교 앞이라 아이들 질러대는 소리, 뛰어가는 발자국 소리 듣고 싶어요. 가끔은 비 오는 풍경을 눈에 담을 작정이니까,


시트지 바르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너무 보이나 민망하지만, 아이들과 성인들 책 읽는 모습을 보이면 동네가 점점 밝아질 것만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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