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조우. 날아가지 않고 견디고 있었다. 밤을 새운 것일까? 낙엽 하나에 무슨 걱정이 이리 많은지.
널리고 널린 이파리, 누렇게 진액을 다한 이파리의 생의 마감을 수십 년 마주했었다. 낙엽은 뻔한 가을 키워드일 뿐. 비질 본능을 일으키는 존재며 가을 스산함의 상징이기만 하던 낙엽. 갑자기 뭐에 훅이 걸려 시선을 고정했다. 한참 시간이 멈추듯 시동을 켜지 않았다. 그깟 낙엽 나부랭이가 나를 장악했다.
눈을 뗄 수 없었다. 와이퍼를 부러 작동하지 않았다. 물방울에 매달린 낙엽이 떨어질까 봐 저속으로 운전했다. 가려진 시야, 느린 속도로 가을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낙엽이 너무 일찍 찾아온 것 혼잣말하다 히죽 웃었다. 낙엽은 계속 침묵하더라.
웃음의 의미를 곱씹었다. 낙엽의 시기를 내가 정하다니. 저 스스로 결정하는데 늦고 빠름이 있을까? 자기의 생애를 달리고 쉼을 선택하는데 정해진 시간표는 없다. 누구도 타인의 시간을 판단할 수도 조정할 수도 없다. 낙엽의 결정은 고유하며 순리적이다. 낙엽의 결정은 낙엽의 것이므로 나는 물러서야 한다.
타인의 결정에 간섭하려는 헛된 마음이 고요해진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의 자기 목소리를 인정하는 것. 그 결정을 응원하는 것이 나의 오늘의 할 일이 아닐까.